• '어떻게' 복지국가를 만들 것인가
    [책소개] 『나도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다』 (오건호/ 레디앙)
        2012년 11월 10일 11: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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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국가 실현 전략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

    대선을 앞두고 복지 담론이 흘러넘친다. 주요 대선 후보들도 복지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양극화로 균열된 한국 사회의 대안으로서 제출되고 있는 복지국가에 대한 요구는 다수 국민들의 간절한 여망이기도 하다. 대통령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보랏빛 정책 공약을 믿을 수 있을까? 서로 닮아가는 후보들의 공약은 사실상 실천을 담보하지 못한 언어의 성찬으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 대선을 지나면서 한국 사회가 복지국가를 향해 성큼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

    한국 사회의 복지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이와 관련된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나도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다>는 지금까지 복지국가를 다룬 국내 서적들 대부분이 외국의 복지국가를 소개하거나 한국이 나아갈 복지국가의 방향을 다루는 데 머물렀다고 진단한다. ‘어떤’ 복지국가에 집중했던 셈이다.

    이와 비교해 이 책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복지국가로 만들 것인가? 즉 복지국가의 실현 전략을 전면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다. 또한 저자의 이론적 배경과 실천적 경험을 통해 얻어진 복지국가 건설 전략에 대한 자신의 구체적 입장을 분명히 한 책이어서 복지국가 건설을 둘러싼 생산적 논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은 보통 스웨덴을 복지국가의 모델로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면 과연 1인당 GDP 5만 달러의 국가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있는가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그만큼 경제력을 지니고 있느냐의 질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대답한다. 우리는 충분히 복지국가를 이룰 경제력을 지니고 있다고. 이미 민간의료, 민간연금 시장에 지불하는 가계지출의 일부만 공공복지 재정으로 돌리면 되는 일이라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경제력’이 아니라 사적 지출을 공적 지출로 전환하는 ‘정치력’이 문제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선 무엇이 급선무일까? 경제가 더 성장해야 하나? 아니다. 경제력은 충분하다. 문제는 정치력이다. 우리가 여전히 부끄러운 복지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돈의 부족이 아니라 정치력의 부재 때문이다. 정치력은 그것을 행하는 주체의 문제다. 그렇다 복지세력이 필요하다. ‘보편 복지를 바라는 시민들이 대중적 복지주체로 나설 수 있느냐’ 여부가 대한민국 복지국가 실현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문제는 경제력이 아니라 정치력

    그렇다면 그 정치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서구 복지국가 건설과정에는 진보정당, 노동운동이 큰 역할을 수행했는데, 한국에서 진보정당, 노동운동은 미약하기 짝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저자는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주창한다. ‘한국형’ 복지국가 주체 형성 경로가 개척 가능하다며 필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연성 권력자원론’이다.

    진보정당, 노동운동 등 전통적인 조직 기반 세력을 ‘경성 권력자원’이라고 부른다면, 시민사회의 자발성, 다양한 SNS, 의제별 사회적 연대망, 지역풀뿌리 네트워크 등은 특정한 조직 형태를 지니지 않지만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휘하는 ‘연성 권력자원’이다. 실제 2008년 촛불, 2010년 무상급식,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등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역동적인 연성 권력자원의 존재를 시사하고 있다.

    아직 수면 아래 있는 잠재적 연성 권력자원들도 있다. 불안정 노동자를 모을 수 있는 노동복지 의제가 만들어 진다면, 53만 명의 사회복지사와 기초생활보장, 장애인복지 수급자들이 함께 나설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진다면, 그리고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역 주치의제 등 지역주민들이 풀뿌리 연대를 확장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 복지국가를 만들어갈 대중적 주체들이 곳곳에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이 책에서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성권력자원을 형성할 것인가? 이론적 내공과 노동운동, 진보정당, 복지단체 등에서 쌓은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시민 참여 재정주권운동’을 통해 연성 권력자원을 형성하자고 제안해 눈길을 끈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기존 ‘관객’에서 ‘참여자’로 나서게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 1인당 평균 1만1천 원씩 더 내 사실상 무상 의료 시행 효과를 가져오는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1백만 원 상한제’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이 안은 현재 문재인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문 후보 측에서 구체적인 재정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부자들을 압박하고 시민들의 책임성을 높이는 복지국가 증세전략으로 부자들에게만 “내라.”고 하는 부자증세보다 “내자!(낼 테니 내라)” 운동, 즉 보편증세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불안정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연대적 보험료 지원 사업 등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들은 저자가 현재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는 활동들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나서면 가능하다, 복지주체 형성이 관건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복지국가로 만들 것인가, 이다. 결국 이 질문은 대한민국에서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앞장 설 복지주체들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 책의 저자는 △연성 권력자원을 확장하는 실천 프로그램 기획 △시민, 노동자들의 직접 참여를 통한 복지국가 재정 마련을 통해 △복지국가 건설, 유지를 위한 주체를 성장시키자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연성 권력자원의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며, 이를 토대로 긍극적으로 연성 권력자원과 경성 권력자원이 함께 만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가 10여년 복지운동 과정에서 건져 올린 대한민국 복지국가 만들기 핵심 전략인 ‘시민 참여 재정주권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까? 순탄치 않을 것이다. 저자도 그것을 안다. 실제로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은 2007년에 노동운동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1백만 원 상한제’ 활동은 2010년 이래 지금까지 진보적 보건의료운동과, 그리고 중간계층 이상 모두가 능력껏 세금을 내자는 ‘소득별 보편증세’운동은 근래 정치권과 갈등과 긴장을 낳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는 “시민들이 나설 때만이 복지국가는 건설되고 지속가능하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저자가 시민들이 복지국가 건설의 관객에서 참여자로 나서는 복지국가 재정주권운동과 한국형 복지국가 주체형성 전략을 제안하는 배경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아이들에게 대한민국 복지국가를 선물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누구도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제 응답하라, 자발적 시민들이여, 연성 권력자원이여, 함께 복지국가 만들기에 나서자!”

    이처럼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문제의식과 목표는 ‘복지 주체’의 형성이다. 저자는 이 책의 곳곳에서 한국 사회가 복지국가로 전환하는 데에 문제는 돈(경제력)이 아니라 사회적 힘(정치력)의 관계라고 강조한다.

    재정 전문가가 제시하는 복지국가 재원 조달 방안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이자 미덕은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재정 전문가’인 저자가 복지 재원 조달을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각각의 복지 분야에 들어갈 재정 규모를 추계하고, 이를 채울 수 있는 방안들을 내놓고 있으며, 동시에 이에 대한 기존 정당들의 제안이 갖는 허술함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보편복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보편증세, 부자증세, 복지증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서문과 5부로 구성돼 있다. 서문에서는 복지국가 건설의 핵심이 복지주체 형성에 있다는 점을 강조되고 있으며, ‘복지국가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1부에서는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이며, 근본적 변화를 외면하는 ‘개량주의’가 아니라 ‘지금 여기’ 대한민국 민심의 희망을 담은 상징적 시대담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2부 ‘복지국가 재정과 시민 참여’에서는 보편 복지 도입에 필요한 연간 55조원(2017년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을 다뤘으며, 3부에서는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위해 가입자가 주도적으로 국민건강보험료 인상을 제안하자며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4부 ‘노후 걱정 없는 사회’에서는 고령화시대의 근심거리인 노후복지를 시민들의 사회연대로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 5부에서는 ‘누가 대한민국 복지국가를 만들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복지주체 형성의 길을 다루고 있다.

    정치권에서 ‘말로만’ 소리 높여 외치는 복지국가 관련 공약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그것들을 제대로 평가하기에도 이 책은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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