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한 잔에 담긴 코스타리카
    [서평] 『커피밭 사람들』 (임수진/ 그린비)
        2012년 11월 10일 1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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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지만 석유가 필수 자원인 것처럼, 커피 한 알 나지 않는 나라지만 커피가 기호품을 넘어 필수 생활 식품이 되었다. 수많은 대형 커피 체인점을 통해 커피를 즐기기도 하고 일부 매니아 층은 커피 종을 구분해 가며 고급 커피 전문점을 찾기도 한다.

    커피는 한 작물에서도 동시에 꽃이 피기도 하고 열매가 익기도 하여 알맹이 별로 수확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기계를 이용하여 작물을 털어내 한꺼번에 수확할 수가 없다. 일부 브라질에서는 이러한 기계를 이용한다지만 그럴수록 커피의 질은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커피 수확은 전적으로 사람이 한 알 한 알 따야하는 노동인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커피 소비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커피 생산지로서 제3세계 국가들이 종속관계에 놓여 공정한 무역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커피소비지와 커피 생산지가 철저히 분리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공정무역 커피’라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공정무역 커피라는 것은 노동력 착취를 하지 않고, 환경을 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재배한 품질 좋은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래한 커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제3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수확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우리가 한 잔에 4, 5천원을 지불하고 마시는 커피는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커피밭 사람들’책에서 찾을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면 마치 멀어보이던 커피 재배지인 3세계 사람들과 갑자기 가까워 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커피를 마실 때, 책 속에 나왔던 프레디, 안토니오, 기예르모, 엘레나, 얀시와 같은 친근한 이름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들의 노동과 삶이 떠오르며 그 커피한잔은 전보다 더 뜻 깊은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중남미…

    중남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삼바, 열정, 라틴노래, 자메이카, 브라질 축구, 마추픽추…이 정도가 되려나? 조금 더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중남미의 고질적인 정치부패와 독립과 혁명의 역사, 체게바라, 쿠바의 의료산업, 중남미 벽화미술….등이 될 수도 있겠다.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중남미에 대한 지식은 키워드나 이미지 중심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는 대륙 자체가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거니와 낙후되고 위험한 지역이라는 인식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 밖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마치 이슬람과 석유로 대변되는 중동지역이나, 기껏해야 사파리나 소말리아 해적, 사막화, 가난 등으로 설명되는 아프리카 지역이랑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특히, 그나마 축구나 관광지로 잘 알려진 나라들을 제외하고 카리브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메리카 지역은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잇는 가느다란 모양의 지형이라는 점 외에 정확히 그 곳에 있는 나라들의 이름과 위치를 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중남미 중에서도 특히 이 중앙아메리카 지역에 주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코스타리카와 니카라과, 이 두 나라에서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들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적어도 우리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코스타리카와 니카라과가 어떠한 사람들이 살고 어떠한 경제수준을 가진 나라인지, 그 두 국가의 관계는 어떠한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사실 책을 읽을 때 처음에 꽤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프롤로그 중 “해가 뜨기 전 커피 밭에 올라가 하루 종일 커피를 따지만 그들의 삶 가운데 단 한 번도 고급 커피숍에서 카피 한 잔 사먹지 못할 이들의 삶이 마음에 걸렸다. 이 세상 곳곳에서 수많은 종류의 커피들이 팔린다는데, 정작 그 커피를 따는 사람들은 이 세상 가장 구석진 곳에서 가난과 함께 평생을 살아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라는 부분이 있다.

    하루 종일 커피를 힘들게 따는 그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둘째 치고, 한 번도 고급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못 마신 것이 불쌍한 일인가 싶다. 그리고 ‘세상 가장 구석진 곳에서 가난과 함께 평생’이라는 말 또한 철저히 상대적이다. 세상 가장 구석지다는 말은 지리적인 표현인가, 그들의 삶의 위치를 표현하는 표현인가? 어느 쪽이더라도 상대적이다. 그들의 지리적 위치가 구석이라면 어디가 중심이라는 말이며, 그들이 삶이 가장 구석지다면, 그보다 힘들게 사는 삶은 어떤 위치로 표현할 것인가 궁금하다.

    또한 ‘가난’이라는 말도 그들의 생활을 영위하는데 불편함이 없다면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의 절대적인 숫자가 작다고 가난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가 가난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그들 스스로 가난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보다 1인당 GDP가 높은 국가에선 우리보고 가난하다고 표현할 수 있지 않겠는가. 행복지수 순위가 OECD국 중에서 꼴지 수준인 우리나라 사람이, (어디서 발표했던지) 행복지수1위인 코스타리카 사람들보고 불쌍하다고 계속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다.

    한편, ‘내가 라틴아메리카에 간 것은 운명이다’라는 식의 글이 많이 눈에 띈다. 저자는 분명 대학원 석사 과정에서 논문을 따기 위해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라틴아메리카, 그 중 코스타 리카 지역을 선정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이라는 식의 운명론적 관점은 글 읽기를 굉장히 불편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추천해준 책이었기 때문에 일단 끝까지 읽어보자라는 심정으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저자의 그런 편협하고 운명론적인 시선은 책 앞부분에만 잠시 등장하고, 이를 무시하고 읽어나간다면 재미를 배시키는 담담한 필체를 통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마치 소설을 읽듯 따라가게 될 것이다.

    또한 배운 사람이 쓴 글이라 그런지 중간 중간 주옥같은 주석들이 마냥 ‘나는 커피 농장을 체험하며 여러 사람을 만났다’라는 에피소드에서 벗어나서 실질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주석들은 어디 사전이나 다른 전문서적에서 그대로 옮겨온 것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지식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계층화

    사회가 신기한 것은, 어느 집단이 만들어지든지 계층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역사나 사회적 관점으로 보면, 완전평등은 없다고 생각된다. 심지어 동물들 집단에서도 약육강식의 계층화가 일어나니까 말이다.

    우리나라는 그럭저럭 선진국의 문턱에 있지만, 미국과 유럽을 동경한다. 그리고 저급 노동을 하기 위해 들어온 동남아시아인들을 무시한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백인들은 황색인종을 무시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무시를 받는 인종은 역시 흑인이다.

    요즘 같은 평등 세상에 웬 시대착오적인 색깔 구분이냐 싶지만, 세계를 여행하다보면 아직도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크게 보면 이렇지, 우리가 보기에 같아 보이는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도 차별이 있는 것을 알면 우스워 보인다. 태국은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잘사는 나라인데, 태국에 가면 베트남 사람들을 무시하고, 베트남에 가면 태국을 동경한다. 우리가 보면 거기서 거기인데 말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잘 몰라 한 덩어리로 묶어보던 중남미 안에서도 국가 사이에 계급과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가 보기에 한없이 가난한 국가처럼 보이는 코스타리카는 중남미 사이의 ‘코스타리칸 드림’지역이다. 코스타리카 북쪽의 니카라과, 남쪽의 파나마에서 커피 수확철이 되면 코스타리카 커피 농장으로 모여든다. 마치 공장의 3D 업무를 위해 동남아에서 불법노동자가가 오는 것과 같다.

    코스타리카는 스페인이 아프리카 노예들을 플랜테이션 노동자들로 수입하던 시기에, 유일하게 아프리카인 유입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백인인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메스티소(혼혈)가 많은 얼굴색이 까만 니카라과 사람들을 무시한다고 한다. 니카라과 노동자들이 야생 열매를 따먹고 눈치가 보여 바닥에 껍질을 묻어 숨기는 것을 쥐같다 하여 ‘쥐’라고 불리며 멸시하고 차별한다. 그들과 대화를 섞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똑같이 가난해 보이는 나라에서 그들 사이의 계급과 차별이라니. 정작 코스타리카인들은 멕시코나 미국을 동경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니카라과 사람들보다 더 아래 계급이 있었으니 그것은 과오미 인디오 족이다.

    과오미족들은 코스타리카와 파나마 국경 경계선에 사는데 일부다처제에다 아무데서나 용변을 보는 저급한 공공질서 의식 수준 때문에 무시를 당한다. 그들은 국경을 드나들 때에도 국경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다니는 개들처럼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는다. 그들은 파나마 국가 사람도 아니고 코스타리카사람들도 아니다. 그들은 코스타리카 농장에서 니카라과 사람들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 조그만 커피 농가 안에서도 이렇게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과오미’라는 서열이 생기는 것을 보고 있으면 사회 전체의 계급구조가 얼기설기 얽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중남미 커피 농장의 현실

    이 책은 필자가 2001~2003년 동안 코스타리카의 커피농장에서 있었던 일들, 그리고 친구 프레디를 찾기 위해 니카라과에 다녀온 이야기들과 더불어 2009, 2010년 멕시코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방학 동안 다시 그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덕분에 10년 전 중남미 커피 농장 상황을 접하며 현재와 괴리가 있을 수 있었던 한계를 극복하고, 6~7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중남미의 커피 시장의 변화를 통해 현재의 중남미 커피 시장을 관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10년 전 저자가 만났던 커피 따는 사람들이 현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바라보는 것도 가슴 찡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6~7년 이전에도 그랬듯이 현재도 그렇게 변함없이 비슷한 하루를 보내며 일을 하고 지내고, 누구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연락이 두절되기도 한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를 통해 그들의 삶을 조망해 볼 수 있다.

    사실 글을 읽고 나면, 코스타리카의 커피노동의 삶이 힘들긴 하지만 착취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며,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을 뿐이지, 자기 삶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새벽 5시 이전에 일어나 기름에 볶은 밥만 먹고 오후 3~4시까지 10시간을 일하고 하루에 4달러를 받는 현실 자체가 선진국의 경제 착취, 노동 착취가 아니겠는가.

    저자는 일부러 상황을 악화시켜서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담담히 그려내는 그들의 삶의 이면을 보면 그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의 만족도에 있어서는 섣불리 평가하지 못하겠다. 그들이 경제적으로 ‘상대적’으로 덜 발전했다고 해서 한없이 ‘불행’해 보이진 않는다. 고급커피점이야 우리나라도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들이 맥도날드 취직을 대단하게 보고, 멕시코만 진출해도 성공한 것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불행하다고 볼 수 없다.

    우리도 또한 다국적기업에 취직하면 대단하게 보고, 미국에 진출하면 성공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코스타리카는 세계 행복지수가 1위인 나라이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은 보편적인 정의이기 때문에 그들의 노동을 정의적 관점에서 평가할 순 있지만, 그들의 삶의 만족도는 경제수준에 의해 평가해선 안 된다.

    이 책은 흥미로운 개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유머있게 소설처럼 그려냈다. 누구든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쉬운 생각을 던져주진 않는다. 쉬운 주제도 아닐뿐더러 낯선 이야기이다. 그러나 공정무역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이며, 커피나 중남미에 대한 유익한 지식이 담긴 책이다.

    필자소개
    학생. 연세대 노수석생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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