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덕과 고추장의 멋진 궁합
    [내 맛대로 먹기]딸에게 보내는 밑반찬
        2012년 11월 09일 11: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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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는 딸이 지난 주말에 다녀갔다. 밥은 먹고 다니냐? 반찬은 주로 뭘 해 먹니? 자취생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자주 해먹는 식단을 몇 가지 말해보라고 했더니, 김치볶음밥, 계란볶음밥, 김치계란말이, 계란후라이, 두부부침…… 그리고는 ‘헐, 큰 딸은 김치랑 계란팬이었어’ 하며 너스레를 떤다.

    지난 봄에는 입이 심심할 때 간식으로 먹으라고 잣을 주었더니 한동안 잣죽에 꽂히기도 했단다. “이번에는 뭘 해 줄까?” “음, 장조림 먹고 싶어.” “그래, 알았어.”

    일요일 낮에 쇠고기를 사러 정육점에 갔다. 치맛살을 스테이크용으로 도톰하게 썰어 보기 좋게 진열해두고 있었다. 넉넉하게 사와서 곧바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300그람 정도는 토막째 물에 담가 핏기를 빼고 쇠고기 장조림을 만들었고, 200그람은 잘게 썰어 고추장볶음을 만들었다. 아이의 입맛에 맞는지 시식까지 거친 다음 반찬통에 고이 넣어 딸에게 건넸다. 곧 고속버스가 출발하는 시간이 다가왔고, 겨울옷까지 챙겨 가방이 두 개로 늘어난 아이를 태우고 유성터미널로 갔다.

    때마침 장날이었다. 명색이 광역시인데도 5일장이 서는 것이 이채롭기도 하고 서민들에게 유익하기도 하다. 딸을 보내고,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장터를 한바퀴 돌았다. 오이며 가지며 생강이며, 대형마트에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싸다.

    2천원에 한무더기씩 사서 돌아나오는 길에 더덕을 만났다. 더덕, 이러저러한 효능을 둘러댈 것 없이 무엇보다도 향과 맛이 뛰어나다. 명절에야 고급 선물세트로 꾸며 수만원을 홋가하지만 평소에 부담없는 가격으로 구하려면 아무래도 장터가 제격이다.

    얼씨구나, 더덕 한무더기를 샀다. 곧바로 집에 와서 절반쯤 덜어냈다. 껍질을 벗기고, 길게 칼집을 넣어 자근자근 두들겨 납작하고 부드럽게 펴고, 앞뒤로 고추장양념을 바르고 재어두었다. 이걸 냉장고에 두었다가 조금씩 꺼내 그대로 먹으면 향이 살아 있고, 팬이나 석쇠에 얹어 구워 먹으면 불고기보다 낫다. 절반쯤 남은 더덕은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이틀이 지났다. 낮엔 회의로, 저녁엔 모임으로, 바삐 쏘다니다가 소주 한잔 걸치고 집에 돌아왔다. 현관에서 불현듯 덩어리째 남겨둔 쇠고기를 떠올렸다. 내일부터 주말 노동자대회까지 연일 출장이니 오늘 밤에 고기를 해치워야 한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외투만 벗어던진 채 주방으로 들어갔다. 일요일에 만든 고추장볶음이 그 사이 반으로 줄었다. 고추장볶음을 한번 더 만들어야겠다. 다시 쇠고기를 다지고, 마늘을 다지고, 쇠고기를 볶고, 고추장을 볶고… 그러다가 이번에는 남아있는 더덕이 생각났다.

    가만있자, 더덕이야말로 고추장과 환상의 궁합이 아니던가. 그래, 고추장볶음에 더덕을 넣어도 좋겠구나. 고추장을 볶다가 말고 더덕을 꺼냈다. 껍질 벗기고, 자근자근 두들기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 거의 다 볶은 고추장에 넣고 휘휘 저어 마무리했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음식 하나가 탄생했다. 예정에 없이 급하게 만드느라고 더덕을 좀 더 넉넉하게 넣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이번에는 더덕보다 고기가 2배쯤 많았는데, 다음에 만들 때는 더덕이 2-3배 되도록 해봐야겠다. 별것 아니지만, 딸에게 보낼 밑반찬이 한 가지 더 늘었다. 방금 카카오톡으로 딸에게 물었다. “고추장볶음 잘 먹고 있니?’ “응, 그냥도 먹고 볶음밥 해서도 먹고…” 더덕볶음밥, 그거 괜찮네. 하하.

    완성된 더덕고추장볶음

    <재료>

    고추장 1컵, 쇠고기(치맛살) 200그람, 더덕 100그람, 참기름 5큰술, 마늘 2큰술, 매실액 2큰술, 꿀 2큰술, 잣 적당량, 참깨 약간,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쇠고기는 덩어리째 준비하여 잘게 썬다.
    (2)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넣어 향이 날 때까지 열을 가한다.
    (3) 쇠고기를 넣고 후추를 뿌린 다음에 핏기가 사라질 때까지 볶는다.
    (4) 쇠고기가 익으면 고추장을 넣고 고루 휘저으면서 볶는다.
    (5) 매실액과 꿀을 넣고 계속 볶는다.
    (6) 껍질을 벗긴 더덕을 두들겨 편 다음 적당한 크기로 잘라 고추장에 넣어 볶는다.
    (7) 참기름을 한번 더 넣어 휘저은 다음에 잣을 적당량 넣고 참깨로 마무리한다.

    ※ 더덕은 껍질째 구입하는 것이 오래 보관하기에 좋고 맛도 신선하지만, 번거롭다면 즉석에서 깐 더덕을 사는 것도 괜찮다.
    ※ 쇠고기는 꼭 덩어리째 준비하지 않아도 되며, 고기를 살 때 부탁하면 갈아준다. 다만, 미리 갈아서 파는 것은 신선도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 단맛은 취향대로 조절하면 된다. 시판되는 고추장은 단맛이 강하므로 매실과 꿀의 양을 줄이는 것이 좋다.

     

    필자소개
    이성우
    전 공공연맹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이다. 노동운동뿐 아니라 요리를 통해서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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