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재선, 시진핑 체제 출범
    차기 한국 대통령의 과제는?
        2012년 11월 08일 05:40 오후

    Print Friendly

    11월 6일(미국 현지 시각)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가 재선되었다. 8일부터는 중국에서도 차기 제5세대 지도부를 선출하는 당 대회와 중앙위 전체회의가 연이어 진행된다. 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아직 밀고 당기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시진핑 부주석이 국가주석과 총서기에 오를 것은 확실하다. 오바마 2기 및 시진핑 체제와 함께 할 차기 한국 대통령의 과제는 무엇일까?

    이른바 G2 시대, 현재 국제질서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미국이 경제위기 등으로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반면, 중국이 급부상하는 세력전이의 초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결코 평화롭지는 않다.

    부상하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 국가 간에 해양영토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로의 귀환을 천명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올 1월 ‘글로벌 리더십의 지속: 21세기 국방의 우선순위’라는 타이틀의 새 국방전략을 통해 아시아 중시를 명시했다. 다들 군사적 차원에서의 중국 견제를 함의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중국대로 시진핑이 지난 7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평화포럼 개막식에서 미국을 상대로 ‘신형 대국 관계’를 요구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전략적 의도를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파악하고 각자의 이익을 존중하며 중대한 국제·지역 문제에서 협조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자신들의 핵심적인 이익, 즉 대만 문제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해양영토 문제, 티베트 문제 등에서 미국이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지도부, 오바마와 시진핑

    지금의 상황을 명-청 교체기와 비교하고, 친미 대신 친중을 논하는 것은 과도하고 잘못된 처방이다. 때문에 많은 논자들이 연미화중(聯美和中)을 논하지만, 이대로 미-중 갈등이 심해질 경우 우리의 선택지는 좁다.

    물론, 냉전시대 미-소 관계와는 달리 경제적 상호의존이 긴밀하기 때문에 미-중 관계는 아직은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관계 심화가 안보 갈등을 예방하지는 못한다. 과거 1차대전 전 영-독의 관계가 그랬고, 중국이 한, 일 무역에서 제1의 자리를 차지하고 난 최근에 오히려 심화된 동아시아 영토와 역사분쟁이 그렇다. 경제협력 심화를 뛰어넘는 평화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중 FTA 등 양자간 무역협정이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각국내 피해자 양산 방지와 역내 시민 모두가 경제적 번영의 혜택을 누릴 경제공동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리스와 독일의 갈등으로 대표되는 유럽연합의 한계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시대처럼 남북이 갈등하면 미·중 양국도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하게 되고, 동아시아공동체는 저멀리 사라지게 된다. 천안함 사태 이후의 미-중 갈등, 일본의 미일동맹으로의 회귀가 대표적 예이다.

    갈등하면서도 미·중은 남북의 갈등이 전쟁으로, 지역 차원 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려고 할 것이다. 연평도 사태 이후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자, 직후에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안정을 강조했듯이 말이다. 그리고 남과 북이나 일본을 각각 자기의 세력권에 묶어 두는데 만족할 것이다. 남북 등은 평화와 통일, 공영의 주역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장기판의 졸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딜레마에 빠지고, 북은 중에 의존해 생존은 가능해도 경제의 본격 회생에 필요한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은 여의치 않을 것이다. 앞으로 미·중간 갈등 요소가 더욱 고조되면 평화로운 공존과 통일, 지역공동체를 달성하고 싶어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아직은 기회의 창이 닫히지 않았다. 탈냉전 이후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한반도의 평화 및 남북관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한미 정부가 모두 대화를 선택할 때 남북관계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주변국 관계도 비교적 원만했다.

    이명박-오바마 시대를 반추하면, 미국이 대북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과 역할이 중요하다. 미-중 갈등관계 속에서 동맹의 보존과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미국으로서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과거보다 존중할 가능성이 높다.

    9·19공동성명에서 천명한 일괄타결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한국정부가 비핵화와 연동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오바마 2기의 다음 4년은 지난 60여년 지속된 전쟁과 정전체제를 타개할 일대 기회가 될 수 있다. 대신 또다시 이명박 시대처럼 남북 갈등이 지속되고, 그것을 핑계로 한미동맹이 강화된다면 시진핑 체제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을 더욱 강조하고 북중 경협을 가속화할 것이다. 동북공정도 강화되고 한중·한일 관계 모두 헝클어져 민족주의가 폭주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는 미국과 중국, 혹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대결의 전초기지가 될 것인가, 아니면 평화와 공영의 새 물결을 만드는 원천이 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이런 중대한 기로에 선 우리는 변화하는 현실을 냉철하게 보면서도 담대한 대전략을 세우고 과감하게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차기 한국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여야 주요 후보에게서 G2 시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그것과 긴밀히 연계된 동아시아 차원 갈등 예방과 공영을 위한 그랜드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핵능력이 현저히 증가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형성의 동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동아시아에 국가주의적 대결이 고조되는데도 이 문제를 어떻게 타개할지 적극적이고도 참신한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 단극체제하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미-중이 협조하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대의 정책으로 회귀하자는 정도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 기간이나마, 남북 간 분쟁을 예방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한반도에 돌이킬 수 없는 비핵·평화체제를 형성할 방안을 내오고 국민과 공감해야 할 것이다.

    독도와 센카쿠, 남사군도에서의 갈등을 막고, 역내 모든 시민이 번영을 공유할 수 있는 ‘동아시아 평화·공영의 공동체’, 그것을 선도하고 현실화시켜낼 중견 평화 국가로서의 비전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