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재엽 양천구청장 법정 구속, 그 이후
[기고] 보안사 추재엽에게 당한 고문피해자들 연이어 나타나
    2012년 11월 07일 10: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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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엽 양천구청장이 구속 된지 한 달이 다 됐다. 추재엽 구청장은 구속된 뒤에도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하며 ‘곧 보석으로 풀려나 구청장 직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사에 근무한 것은 맞지만 고문에 참여할 지위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고문에 가담한 적이 없다’는 것이 그가 무죄를 주장하는 요지이다.

그러나 지난 1일 또 다른 고문피해자 나종인씨가 나타나 ‘추재엽씨가 자신을 고문하는데 가담했다’며 법원에 추 구청장을 엄하게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그의 주장은 신뢰를 잃었다.

또 보석으로 구청장 직무에 복귀하려는 시도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추 구청장은 말을 여러 차례 바꿨다. 별건의 1심 재판에서는 고문 현장에 있었지만 고문한 적이 없다고 했고, 2심 재판에서는 고문 현장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또 고문피해자인 유지길씨에게 사람을 보내 무마를 시도했고 또 다른 고문피해자인 나종인씨가 탄원서를 제출하자 가족을 통해 나종인씨 부인에게 전화를 하고 예고도 없이 집 근처에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또 추 구청장의 가족은 주변 사람에게 ‘추 구청장이 대선 국면에서 희생양이 됐다’고 말하며 억울해 했다고 한다.

또 다른 고문피해자인 나종인씨는 1984년 10월초, 출근길에 보안사(국군보안사령부, 국군기무사령부)에 연행됐다. 그해 12월말에 훈방조치 됐으나 85년 4월 구속 기소돼 반공법 위반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97년, 12년만에 석방됐다.

또 다른 고문피해자가 추재엽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는 장면(사진=민동원)

그는 84년 10월초에 보안사에 연행돼서 12월말 훈방될 때까지 70여일간 온갖 고문을 당했는데, 혹한 속에 운동장 기둥에 묶여서 수사관 전원이 집단 구타하는 고문을 받다가 심장이 파열되기도 했다. 그때 의식을 잃어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신장 투척 치료를 받아 목숨을 구했다. 이때 고문가해자 가운데 한명이 추재엽 구청장이다.

나종인씨의 부인도 보안사에서 잠 안재우기 고문을 받았는데 고문가해자 가운데 한명이 추재엽이었다. 그후 나종인씨의 부인은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활동을 하면서 그 단체의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부인이 민가협 활동을 하면서 각 정당 대표 면담을 추진했는데, 신민주공화당에 찾아가 김종필 총재 면담을 요청했다. 추재엽 구청장도 당시에 신민주공화당에서 당직을 맡아 활동을 했었다. 그때 우연히 추재엽 구청장과 만나게 된다. 추재엽 구청장이 주선하여 민가협과 김종필 총재의 면담이 성사됐고, 그 후로 추재엽 구청장은 나종인씨 부인에게 가끔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고, 2002년 큰 아들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나종인 선생은 고문을 당하면서 검은 피를 쏟았다고 한다. 추재엽 구청장에게 안부 전화가 왔다는 말을 전해들을 때 검은 피가 솓구치는 것 같았지만, 가족들에게 상처가 될까봐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추재엽 구청장이 법정 구속 되고나서 “가혹하다”느니, “무죄”라느니 라는 하는 말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법부가 바른 판단을 내리고 추재엽 구청장이 고문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도록 하기 위해 추재엽 구청장에게 고문당했던 과거를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그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체념하고 살아 왔는데, 이렇게 하고 나니 후련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나종인씨가 서울고등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날에 같은 곳에서는 고등법원이 추재엽 구청장의 전 비서실장 ㅎ씨에 대해 알선 수재 혐의로 지방법원이 선고한 형량을 그대로 유지해 징역 2년6월, 추징금 3,300만원을 선고했다. ㅎ씨는 6급 공무원을 5급으로 승진 시켜 주겠다면서 3,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월 구속됐었다. 구청장과 구청장 전 비서실장이 구속된 양천구는 파행 운영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추재엽 구청장은 항소심 재판을 위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증언을 해줄 보안사 동료 수사관들을 접촉하고 있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동료 수사관 가운데 고병천씨가 1심 재판에 나와 증언을 하기도 했으나 고병천씨도 위증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태다. 고병천씨 등 보안사 수사관들은 재일동포 윤정헌씨를 간첩으로 조작하기 위해 고문을 했다. 윤정헌씨는 재심을 청구해 무죄 선고를 받았는데, 이 재판에 고병천씨가 증인으로 나와 고문한 사실이 없다고 위증 했다는 것이다.

고문피해자 윤정헌씨는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병천씨를 고소했다. 윤정헌씨는 고소장 제출에 앞서 “추재엽 양천구청장이 법정 구속됐다는 말에 얼마나 속이 시원했는지 모르겠다”며 “고병천 같은 사람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재엽 구청장이 법정 구속된 후 과거 청산을 위한 고문피해자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80년대에 고문을 당한 후 보안사에서 통역관으로 강제 근무했던 김병진씨가 보안사에 근무 하면서 목격했던 내용을 담은 책 <보안사>증보판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보안사>는 “한국공작정치의 단층”이라는 제목으로 1987년 8월, 일본 아사히저널 넌픽션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을 우리말로 번역해 1988년 8월, 한국에서 출간했으나 대부분 국군보안사령부가 압수해 갔었다.

필자소개
진보신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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