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뒤에 후회하지 말자
    [기승전병의 맛] 주호민의 <신과 함께>
        2012년 11월 06일 02: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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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부터는 레디앙의 <매니아존>에 웹툰에 대한 글을 연재한다. 웹툰 매니아인 씨네21의 신두영 기자가 정기적으로 글을 보내주기로 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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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죽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잠깐, 뭔가를 한다고? 이미 죽었는데 도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한 사람의 심장 박동이 멈추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인간은 죽음 이후의 삶, 내세의 존재를 믿기도 한다. 만약 내세가 정말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에 살았던’ 영혼이 저승에 도착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변호사를 만나는 것이다. 한국의 신화를 소재로 한 웹툰 <신과 함께>를 그린 주호민 작가에 따르면 그렇다.

    운전병으로 지낸 자신의 군 생활을 그린 <짬> 시리즈(2005~2009), 88만원세대의 꿈과 현실을 날카롭게 담아낸 <무한동력>(2008~2009) 등 내놓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아온 주호민 작가는 그리스 신화, 로마 신화보다 오히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신화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현대화시켜 <신과 함께>(2010~2012)를 완성시켰다. 총 3부작으로 이뤄진 이 웹툰은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으로 나뉜다.

    <가족의 탄생> <만추>의 김태용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가 진행 중인 <신과 함께>의 1부 저승편을 보면 저승에 도착한 영혼에 왜 좋은 변호사를 만나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검은 도포와 갓 대신 검정 양복을 입은 저승사자인 강림도령, 월직차사 해원맥, 월직차사 이덕춘의 안내에 따라 저승에 도착한 영혼은 49일간 도산지옥, 화탕지옥, 한빙지옥, 검수지옥, 발설지옥, 독사지옥, 거해지옥 등 7개의 지옥을 통과해야 한다.

    이때 각 지옥을 관장하는 대왕이 그 사람의 죄를 심판한다. 좋은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승편의 주인공 김자홍씨는 진기한이라는 훌륭한 염라국 국선변호사를 만난다. 워낙 평범하고 착하게 살아 왔지만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한 죄가 있는 법이다. 진기한 변호사의 ‘진기한’ 변호 덕분에 구자홍씨는 지옥행을 면할 수 있었다.

    제10회 독자만화대상 대상, 2011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만화부문 대통령상 대상 등을 수상했고 일본에서 리메이크 되기도 한 저승편의 재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김자홍과 진기한이 벌이는 49일간의 기상천외한 모험담이다. 각 지옥을 통과해나가기 위해 진기한 변호사가 준비한 절묘한 방법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빙지옥을 통과하며 손과 발이 잘린 김자홍씨를 위해 진기한 변호사는 뼈살이꽃과 살살이꽃을 저승의 서천꽃밭에서 훔쳐낸다.

    입으로 지은 죄를 벌하는 발설지옥을 무결점으로 통과하고 발설지옥을 관장하는 염라대왕에게 부탁해 얻어낸 강철 트랙터는 독사지옥의 쇠공의 강을 통과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각 지옥을 통과하는 어려운 과정과 재기발랄한 소소한 유머는 키득키득거리며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면서도 마음 한편에 ‘아. 착하게 살아야지’하는 다소 뻔하지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윤리적인 고민을 하게 만든다.

    저승편의 다른 재미는 사실 이승에서 벌어진다. 김자홍과 함께 저승의 관문인 초군문행 열차를 탔다가 탈출한 원귀를 찾아 나선 저승의 삼차사인 강림도령, 월직차사 해원맥, 월직차사 이덕춘의 이야기가 저승편의 다른 한 축을 만들어낸다.

    저승에 가기를 거부한 원귀는 군에 복무 중이었던 군인이었다. 억울한 죽음으로 순순히 저승에 가지 못한 청년의 사연은 김자홍과 진기한의 스펙터클한 모험과 달리 가슴 한편이 짠해지는 이야기다.

    간단히 말하자면 주호민 작가는 군의문사를 저승편에서 함께 다루고 있다. 매일 같이 아들이 근무했던 부대에 찾아오며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는 어머니와 삼차사의 도움으로 억울함을 푼 원귀의 만남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이런 감동은 2부 이승편에 자연스레 연결된다.

    <신과 함께>의 2부 이승편은 말 그대로 이승의 신들을 다룬다.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한국 신화에서 찾아낸 가택신들이 주인공이다. 폐지를 주워 근근이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살아가는 어린 동현이의 삶은 팍팍하기 이를 때 없다.

    이런 와중에 철거 용역 깡패들이 들이닥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승편에 출연했던 저승사자인 삼차사가 동현이 할아버지의 영혼을 데리러 온다. 집이 허물어지고 고아가 될 동현이를 위해 집을 지키는 성주신,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 뒷간을 지키는 측신 등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가택신들은 어린 동현이를 위해 극렬히 저항하지만 냉혹한 현실과 운명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다.

    주호민 작가는 영화잡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이승편을 통해) 현실의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이승편에서 재개발 이야기는 큰 줄기다. 그 사이에 여러 가지 부조리를 넣어보려고 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 고물을 수거하는 센터를 새로 만들었는데 사실은 그게 고물을 줍는 노인의 일을 뺏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에피소드가 이승편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나도 이승편을 그리면서 조금 괴롭다. 빨리 신화편을 그리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신과 함께>의 이승편은 손수건이 없이는 볼 수 없는 진한 감동을 품고 있다.

    지금까지 이 글에 나온 신들을 다시 꼽아보자. 저승 삼차사, 염라대왕, 성주신, 조왕신 등. 이런 신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신과 함께>의 3부 신화편에는 이들 신들이 어떻게 신이 되었는지를 다룬다. 저승편과 이승편에 비해 신화 자체를 좀더 충실히 소개한다고 볼 수 있다.

    신화편을 보면 자연스레 저승편과 이승편을 연계해서 생각하게 된다. 저승편에 사용된 살살이꽃은 신화편에서 저승의 서천꽃밭을 가꾸는 신이 되는 이야기인 할락궁이전과 연결되고 이승편에 등장한 성주신은 염라대왕의 명으로 저승의 대별궁을 짓는 내용의 성주전과 이어지는 식이다. 사실 저승편과 이승편에서도 주호민 작가의 전작들을 본 독자들이라면 이승편의 한울동이라는 지명과 저승편의 진기한이라는 이름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전작들의 캐릭터와 배경을 적절하게 다시 불러오는 소소한 재미가 신화편에서는 좀더 잘 짜여진 형태로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2년여의 긴 시간 동안 주호민 작가는 <신과 함께>를 연재했다. 작가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저승, 신, 신화라는 생소하면서도 독특한 소재를 공부하고 익혀 자신만의 감각을 통해 웹툰으로 재탄생시켰다. 저승편에서는 깨알 같은 재미를, 이승편에서는 가슴 시린 감동을, 신화편에서는 한국인이지만 대체로 잘 몰랐던 신화를 친절하게 소개했다.

    주호민 작가의 전작인 <짬> 시리즈와 <무한동력>이 엄밀히 얘기하면 자신의 체험과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낸 작품이라면 <신과 함께>는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작가로서 본격적인 창작의 세계로 한걸음 내딛는 작품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된다. 현실의 무게와 재미를 모두 놓치지 않는 주호민 작가의 차기작이 어떤 모습일지를.

    필자소개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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