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비 때문에 교육감 선거 중요
    [기고] "석호형, 도대체 왜 그러냐"에 대한 답변
        2012년 11월 05일 09: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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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총에서 미조직비정규실장을 맡았었고, 또 최근에는 전태일재단에서 일을 했던 한석호씨가 기고 글을 보내왔다. 이수호 교육감 예비후보 선본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유와 현재의 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의견을 담고 있는 글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선과 관련해서 진보진영의 무기력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과 동시에 투표하는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와 관련해서는 아직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듯 하다.  글 내용은 개인의 의견이지만, 이와 별개로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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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석호 형! 도대체 왜 그러고 있수?”

    노동운동의 절친한 후배가 저에게 한 말입니다. 제가 <민주진보 서울교육감 예비경선>에서 이수호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 때문이지요. 여러 사람에게서 비슷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비판하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한석호 저놈, 맛이 갔어.” 라며 뒤통수에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예! 그런 반응, 당연합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저는 이수호 위원장을 앞장서서 반대하던 사람이었으니까요.

    노동운동이 현장파, 중앙파, 국민파로 나뉘어 첨예하게 갈등하던 시기, 이수호 위원장은 이른바 국민파의 수장이었고, 저는 중앙파의 행동하는 참모였습니다. 2005년에는 ‘노사정위원회 참여 논쟁’과 ‘강승규 수석 건에 따른 지도부 총사퇴 논쟁’으로 이수호 위원장과 극단의 대립을 하기도 했었지요. 결국 이수호 위원장을 사퇴하게 만들었지요.

    물론 지금도 저는 노동운동 노선에서는 이수호 위원장과 다른 점이 많습니다.

    그런 제가 이수호 위원장의 선거운동을 앞장서서 하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쪽이든 저쪽이든, 그때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사람들에게 제가 또라이로 비춰지는 것도 당연하고요.

    단도직입, 말씀드리지요. 제가 이수호 위원장의 선거운동을 하는 핵심이유는 학교비정규직 문제 때문입니다. 학비노조들끼리도 갈등할 만큼 난마처럼 얽혀있는 학비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후보로 이수호 위원장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4명의 후보들 모두 훌륭한 분들입니다. 그러나 학비문제만큼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했던 이수호지요. 안 그런가요? 안타깝지만 곽노현 교수는 학비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1년 6월, 아니 5년 6월을 그냥 버려서야 되겠습니까? 정말, 그게 맞습니까?

    과거 전교조에서 ‘전교조를 노동조합으로 유지할 것이냐, 교육단체로 바꿀 것이냐’ 하는 논쟁이 벌어졌을 때, 노조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 이수호입니다. 전교조의 명칭을 교사노조가 아닌 교직원노조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 이수호입니다.

    그래서 지금 전교조의 정식명칭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인 겁니다. 서울교육감 예비경선에서 이수호를 흔쾌하게 지지하지 않는 동지들도 다들 그 점은 인정하더군요.

    그 다음 이유는 교육 때문입니다. 초중등교육에 노동, 인권, 소수자, 평화 등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담아내려면 철옹성의 교육마피아들과 맞붙어야 하는데, 그 적임자로 이수호 위원장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아한 방식을 선호하는 후보로는 하세월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이수호 위원장은 용산투쟁 때도 그렇고, 지금의 쌍용자동차 대한문 농성에도 꾸준히 결합한 사람입니다. 전투경찰과의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60이 넘은 나이에도 꾸준하게 투쟁의 거리로 나서는 사람입니다. 세 번이나 감옥에 갔던 사람입니다.

    노동운동을 한다면서 학교비정규직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 할 수 없기에, 학비문제를 푸는 주요고리인 교육감 선거에 제가 결합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초중등 교육에 전태일을 매개로 한 노동교육을 강화하고 소수자와 인권과 평화와 생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제가 이수호 위원장의 선거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노동운동의 노선, 그것도 이미 한물간 국민파와 중앙파와 현장파를 따지면서 뒷짐 지고 있는 게 과연 타당한가요?

    여기까지가 이수호 위원장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저의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왕 글 쓰는 김에 선거 판세와 관련한 이야기 하나 할까 합니다.

    민주진보 서울교육감 단일후보 경선에 전교조 교사 출신의 이수호, 이부영과 교수 출신의 송순재, 김윤자, 정용상 5명이 출마했습니다. 경선 규칙은 선거인단40%(8일 밤12시까지 등록하고 12~13일 현장투표), 여론조사40%, 배심원단20%입니다. 여론조사와 배심원단에서는 큰 분별력이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선거인단 투표가 중요한 것이지요.

    그런데 주말을 거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민주당의 흐름 때문이지요. 민주당 서울시당이 3명의 교수를 단일화시켜 그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예비경선을 그냥 놔두면 이수호가 유력한데, 그것이 못마땅하다는 심사겠지요. 전교조 출신인 것도 마음에 안 들고, 진보정당에 몸담았던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고 하더군요.

    민주당은 선거인단 방식의 경선에 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수호를 지지하는 학비, 문화예술, 노동, 장애, 빈민, 청소년 등의 단위는 전혀 훈련되어 있지 못합니다. 솔직히 벅찬 난관입니다.

    그러나 남은 4일 동안 선거인단을 모으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할 것입니다. 그래야 지더라도 미련이 남지 않을 테니까요.

    끝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학교비정규직 동지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에 따라 결정적 변수를 맞는 학비 동지들은 열심히 움직이는데, 노동에서의 응원부대가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 다른 비정규직 단위들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있습니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비정규직 문제이고, 노동의 문제이고, 소수자와 장애인의 문제이고, 인권의 문제이고, 생태와 평화와 통일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보수우익집단이 체제방어의 최전선이자 최후보루로 반드시 지키려 하는 것이 군대와 경제, 그리고 교육 아닙니까. 그래서 교육마피아, 군대마피아. 경제마피아를 한국의 3대 합법마피아라고 부르는 것 아닙니까.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연대의 손길을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리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필자소개
    민주노총 전 미조직비정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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