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동부 그리고 이정희
    아픈 이재영, 아픈 진보를 말하다 ② - 성장 과정의 이면들
        2012년 05월 26일 11: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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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에 이어

    – 여기서 또 의외였던 것은 전여농 윤금순의 사퇴에요. 이게 비례대표 총사퇴라는 불을 질렀거든요.

    “인천연합이에요, 인천연합은 수도권이어서 경기동부와 부딪힌 적이 많아요. 총학을 두고 다툰 적도 많고. 그래서 좀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편이고, 상대적으로 울산은 지역기반이 확고하기 때문에 덜 적대적이고.

    그리고 자기가 1등을 하긴 했지만 대중조직에서는 그 결과를 끌어안기가 어려운거죠. 동부가, 당권파가 이런 문제점이 있다 할 때 국회의원 한자리보다는 (– 조직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중운동 입장에서는 같은 놈으로 찍히는 것이 좀 그랬던 거고.”

    울산연합과 서울연합

    – 처음에 경기동부가 강기갑 의원을 대표로 세웠을 때 울산이 좀 미적대다가 경기동부를 지원한 듯했어요. 이정희 때도 보다 적극적으로 경기동부 편을 들었던 걸로 기억나고요. 지금 어쨌거나 경기동부나 광주전남을 제외한 다른 NL들이 비당권파라 불리잖아요. 울산은 좀 줄타는 느낌인데

    이재영

    “이번에 중앙위원회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요?”

    – 발빼려나요?

    “모르겠어요.”

    – 취재하기 어려운 매우 내밀한 얘기인데, 이런 얘기도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어요, 하하하.

    “재미있지, 정파에 대해 국민들이 교육받을 기회가 없죠. 요새 내가 모르는 뉴스도 나오데”

    – 서울연합은 어떤가요?

    “이상규나 서울은 경기동부와 거리가 멀었거든, 그런데 그쪽 사람 몇이 확 (경기동부에)붙었더라고? 그 비정규노동센터 하던, 그 매일노동뉴스 (– 박승흡!) 응, 박승흡. 거기 확 붙었잖아. 이른바 항미연북 얘기를 하면서, 그 사람이 PD파인데 그 당에서 살려고 항미연북이란 말도 하고, 서울 쪽 비당권파 세력이 그쪽에 붙은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 이상규도 그렇지 않나?”

    – 이상규도 원래 서울연합인 걸로 알고 있는데, 2010년 지방선거 때 국민파 이수호 선생이 나오셨잖아요. 그때 동부로 확 가더라고요.

    “그래서 누가 이겼었지?”

    이상규가 이겼죠. 분당 이후에는 NL들도 꽤나 왔다갔다 했어요. 큰 갈래는 경기동부+광주전남과 인천연합의 대립구도 속에서 울산이나 서울의 선택이 있었던 것 같은데.

    “주사파 조직도 여러 개로 갈려져 있죠. 학맥, 인맥, 지연에 따라 다르고. 그래서 서로 다툼이 있는 거죠, 조금씩. 그런데 그들이 하나의 거대의 적을 만난 것이 민주노동당 PD파였고, PD파 때문에 연합 테이블을 만들었던 거죠. 당시 그 테이블의 대표는 최규엽 위원장이었어요.

    연합테이블 안에서는 울산연합과 인천연합이 더 전통적 세력이어서 처음에는 우위에 섰었지만 현 당권파가 거기서 아주 돌출행동을 했었대요. (당권파의)어떤 사람이 당직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이를 다른 파 사람들이 반대하자, ‘그럼 노회찬네를 밀겠다’, 뭐 그런 협박을 했대요. 그렇게 NL연합 후보가 되고 당직에 진출하고.

    이런 방식으로 현재의 당권파가 울산, 인천을 이겨나갔죠. 그 다음 분당이 된 이후에 공식적으로 연합테이블을 해산했어요. 그 이유는 김창현씨 말에 의하면 첫째,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PD가 없으니까. 두 번째, 트러블이 심하여.

    잘못된 관습

    – 이것도 좀 논란인데, 통합진보당 중앙위에서 이른바 당권파로 보이는 사람들이 당 대표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그들은 우발적이란 말을 쓰는데, 어쨌거나 여러 언론들은 이게 개별행동이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어요.

    “개별행동이 아니에요.  위계에 의한 조직적 지령이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나, 그런 대응은 사실 오랜 관습이에요. 사실 경기동부라는 명칭이 잘못된 명칭인데, 전국연합 중앙에서는 경기동부가 성남연합이지 경기동부연합이라고 쓸 수 없다고 했어요. 보통 동부를 지칭할 때는 구리 쪽 이런 곳이기 때문에.

    그래서 경기동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고요, (이 명칭을 쓴 데 대한)징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징계)비슷한 처분이 있었을 거예요. 견책인가? 그 이후 전국연합 중앙의 국장을 경기동부 사람들이 구타한 적이 있었어요. 조직적 보복이죠? 이것이 다른 정파인 PD파에게 뿐 아니라 NL내부에서도 있었던 거예요. 그게 96인가 97년인가 그랬는데, 오랜 전통이죠.”

    – 이번에 그런 행동을 한 사람들 중 젊은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참 신기한 것이 운동권 자체도 사람이 확연히 줄었는데, 그 중에서도 그 젊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수혈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워요.

    “총학이죠. 두 가지 통로가 있는데 하나는 총학이고, 하나는 일반노조에요. 총학은 외대, 경희대를 예전부터 갖고 있었고, 계속해서 세력을 확대해왔어요. 그 과정에서 기획사와 유착 관계도 있었죠. 졸업사진을 자파 기획사에게 주고 그렇게 번 돈을 활동비로 쓰는.

    당에서도 몇몇 여론조사 회사들이 공개입찰을 거부한 적이 있었어요. 그 회사들이 증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당에서 내부적으로 수의계약(경쟁이나 입찰의 방법을 쓰지 않고 임의적으로 상대방을 골라서 체결하는 계약)을 해놓고 우리는 들러리 서는 것 아니냐며 참여를 거부했었어요. 그런 방식을 통해 조직을 키운 거죠.

    지금은 학생운동 자체가 미미해졌어요. 학생운동 갈래도 여러 개고, 그래서 1/100도 안되는 세력으로도 거기서 대표성을 획득할 수 있죠. 그게 경기동부 연합 산하의 학생운동, 한대련인가? 그거라고 저는 보고요.

    또 하나는 일반노조에요. 원래 산별, 기업별 노조에 동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어요, 기업별 노조에 들어가려면 사업장에 들어가 노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장기투자죠, 그건 늦고 연맹은 기업별 노조의 연합이니 거기도 못 들어가요, 그래서 일반노조로 갔죠, 전통적 조합원 구성과 달라요. 막노동이나 비정규직 알바나 이런 사람들도 조합원의 권리를 가질 수 있어요. 그걸 통해서 민주노총 조합원 자격을 취득하고 확대해나갔죠.”

    이정희는 왜?

    – 이러한 조직 확대 방안의 모든 것이 경기동부의 플랜이다?

    “모든 것이 플랜이라 할 수는 없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이전에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전진이었구요. 전진은 노조에서는 선거연합을 통해 권력을 쥐려고 했고 당 내에서는 후발주자 학생운동 PD파인 대장정과 연합해서 당의 대리권을 행사했어요. 그래서 건강한 주도세력 형성에 한계가 있었던 거에요.

    대중정치인인 권영길씨나 노회찬씨의 경우, 그들은 정파와 거리를 두었고요, 나중에 가서야 노회찬씨는 전진에, 권영길씨는 NL에, 지난 대선 경선 때에 가서야 결합을 했어요. 그렇게 가면서 당 내에는 아주 강한 주도세력이 형성되지 않았죠. PD는 선거연합세력이었던 셈이죠.

    그 속을 단일대오 경기동부가 파고든 거예요. 그들이 당내에서는 소수파일 수 있으나 강고한 집합력을 가졌기 때문에 빈틈을 잘 찾아간 모양이에요. 처음에 당내에서 경기동부는 1/10도 안되었을 거예요. 그런데 통합진보당 관계자말로는 지금은 어떻게든 60% 정도 된다고 해요. 당원으로는 40%, 선거에서는 60%. 이건 고정이다. 그렇게 성장을 한 거예요. 과거 10% 안되었던 세력이.”

    – 그렇게 성장한 경기동부가, 아까 말씀하셨듯이 대중정치인 하나 획득하지 못했어요. 분당 이후 당권선거에서 이수호 선생과 붙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하다가 강기갑 의원을 간신히 데려왔지만 강기갑 의원은 신념이 있는 사람이었죠. 그래서 당 대표 재선을 저지했던 듯했고.

    그리고 이와 동시에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 이정희 대표였어요. 사람들의 기대도 많았고. 그런데 이번 국면에서 이정희의 행동은 정말 의외였어요. 대중정치인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어쨌건 자기선수가 없던 경기동부가 애초 자기들 소속은 아니더라도 이정희라는 선수를 발굴했는데,  그 정치인을 완전히 망가뜨렸어요. 그거보다 더 어이없었던 것은 이정희 본인 스스로 미달이 되어버린 거예요.

    “대리인이죠, 대리인이고…”

    – 그래도 이정희 대표는 나름 대중적 감이 있고 언어도 훌륭했잖아요.

    “요즘에는 NL이 많이 변하긴 했는데. 그들의 전통적 관념에서 나이어린 여성은 주요한 직위를 가지지 않아요. 이정희 만한 (상대적으로)나이가 어린 여성이 동부와 관계되었을 때는 폭력사태 피해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경기동부의 주도세력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우위영이나 김미희, 이런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경기동부와 함께한 사람이에요, 80년대 중반학번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희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우대를 받은 것이죠. 그리고 차기 지도세력으로 낙점되었을 수 있어요. 그런데 현재와 같은 상태, 이를테면 이석기가 경기동부가 맞다면, 그와 같은 사람이 드러났을 때는 얘기가 달라지죠.”

    통합진보당 중앙위의 폭력사태

    경기동부의 메인스트림

    –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석기씨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모르겠어요, 그 사람은 원래 아는 사람도 아니고. 원래는 경기동부에서 이용대씨를 내세우려고 했다면서요? 그 사람이 아파서 땜빵으로 나온 건지, 아니면 사람이 없어서 원래 두목이 나온 건지는 모르겠어요.”

    – 조직도 조직이지만, 애초에 경기동부가 아니었던 이정희가 그렇게까지 행동을 한 것은?

    “이정희가 과거 경기동부와 인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학교 다닐 때는 자통인가 조통인가에서 열심히 활동을 했어요. 그때부터 아주 강성 NL의 정책노선과 정서를 갖고 있었어요. 그건 분명하고, 근데 그 다음에 (경기동부와)어떻게 연결되었는지는 조금 불분명해요.

    다만 이정희씨가 실권자가 아니라는 것은, 지난 통합과정에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협상대표로 노회찬, 강기갑 등이 함께 하는 4인 회의가 있었어요. 그때 강기갑 의원과 노회찬씨의 주도에 의해 합의가 이루어져요. 거기에 이정희씨도 참여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최종적으로 도장을 찍기 전에 강기갑씨나 노회찬씨는 그런 일 없었는데 이정희씨는 밖에서 전화통화를 1시간씩이나 하고 와요. 그리고 그 다음에 (서명)안하겠다고 뺐어요. 이정희씨가 전화한 대상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그쪽의 의견을 중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음은 분명하죠.”

    – 예전 다른 연합의 핵심관계자랑 술을 먹다가 제가 한 번 물어봤어요. 경기동부의 오더가 어디서 나오냐? 그랬더니 그 분이 이정희 대표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정희씨가 오더를 내릴 수 있는 학번이 아녜요. 87학번인가? 그건 우리가 항상 봐왔잖아. 그래도 그 조직이 과거보다 민주화가 되었어요. 이용대씨가 당에서 일할 때 말로는 여러 가지 일을 겪다보니 후배가 개기기도 한다고.

    경기동부에 대해서는 이건 전적으로 내 추측인데요. 꼭 엄청난 파워를 가진 누군가, 그게 이석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지시가 완벽히 통하는 조직은 아니에요. 김미희, 우위영, 정형주 이러한 연배들이 있어요. 80년대 초중반학번. 그들이 그 조직의 메인스트림인 한국외대와 경희대 출신이죠. 그런 사람들의 협의가 중요한 것 같아요.”

    – 위에 정점이 있지만, 사실상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층이 있다는 추측인 건가요?

    “정점이 있을 수 있는데, 중상 간부들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을까. 내 추측이에요. 그들이 그동안 당 안에서 의사발언을 가장 강하게 해왔고, 당의 여러 자리에서 이용대 같은 선수 오기 전에 그 사람들이 먼저 왔어요. 그 정파를 대표해서, 거기가 인력풀도 두텁고 당직이나 공직도 많이 나갔어요. 만약에 이석기가 형식적으로 경기동부 1등이라 해도, 얘기하는 것처럼 그 마음대로 ‘수령’처럼 하지는 않을 거예요.”

    – 그렇게 따져보면 이정희씨의 경우 메인스트림의 다소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나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공당의 대표가 되면 그렇게 대할 수 없죠. 누구도 지시할 수 없어요. 아마 ‘그건 대표께서 판단해주셔야 하는데, 우리 의견은 이렇습니다’ 이 정도겠죠. 그러니까 아까 얘기한 이정희씨가 전화해서 협의하는 과정이 그거죠. 지침이 명확했다면 처음부터 ‘합의하지 마’라고 했다면 이정희씨는 협상장에 안나왔겠죠. 일단 이정희씨는 자기 마음대로 합의했다가 그쪽과 전화통화 한 뒤 번복하게 되는 거죠.”

    이재영의 한숨이 나왔다. 힘들어보였다.

    “녹음되나 모르겠네, 내 목소리가 너무 얇아서…. 목소리가 쉰 것처럼”

    – 목소리가 작아지셨어요.

    “휴”

    – 많이 힘드시죠?

    “응”

    – 여기까지 할게요. 고생하셨어요.

    “앞으로 얘기 안 물어 봐요?”

    – 괜찮으시겠어요? 그럼 조금만 더 할게요

    필자소개
    미디어오늘 기자.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청춘이다] 저자. 레디앙에서 정치부 기자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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