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요한 것은 차라리 절망이다
    [서평] 『당신들의 대통령』(김상봉, 김민하 외 /문주)
        2012년 11월 03일 01: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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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절망입니다. 절망한다는 것은 더 이상 안 된다는 걸 인정하는 겁니다. 빛은 언제나 가장 깊은 어둠속에 숨어 있습니다.” 문주(文酒) 출판사가 펴낸 〈당신들의 대통령〉에서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하신 말이다.

    이 책은 8인 공저이다. 각각의 필자들이 자신들의 전공 영역에 따라 대통령을 이리 저리 분석을 하고 있다. 분량도 제각각이다. 짧은 글은 10쪽 안팎이고, 긴 것은 70쪽 정도이다.

    지금 온통 대한민국은 대통령 선거에 쏠려 있다. 보수나 진보나 할 것 없이 여기에 몰입하고 있다. 87년 대통령 직선제 쟁취이후 5년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현상이다.

    대통령이 권력의 최정점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대통령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그다지 하지 않는다. 대통령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여기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의 서평을 부탁받고 책을 읽어 내려갔는데 그리 수월하게 읽히지 않았다. 특히 김상봉 교수와 출판사의 책임 편집인 이상욱씨 사이의 대담 내용에서 김상봉 교수의 독특한 견해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여 읽는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상봉 교수는 대통령제의 전제주의 성격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내각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내각제의 불안정성이 오히려 진보적일 수 있으며,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효율성이나 기능주의 측면에서도 내각제가 훨씬 유리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선출된 왕이나 다름 없다는 견해에 동의한다.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탄핵이외는 존재하지 않는다.

    조선시대에는 왕권과 신권의 대립이라도 있었지만 현재의 대통령제는 이러한 권력 구조의 분점조차도 없다. 있다면 자본과 노회한 공무원들의 조종과 방해 그리고 이익동맹만이 있을 뿐이다.

    87년 6월 항쟁의 최대의 수혜자는 역설적으로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던 자본가들이었다. 자본가들은 더 이상 국가권력의 하수인이 아니며 이제 권력을 조정하는 최상위 권력이 되었다. 그들은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으며 그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점에 대해 김상봉 교수는 “우익에게 대통령은 이익동맹의 독재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이지만 진보 진영이 대통령이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대통령 제도다”라고 단언 한다. 그러면서 정당정치와 내각제를 중시한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흔쾌히 동의가 되지 않는다.

    선거혁명은 사상누각인 것이 맞다. 대중투쟁의 밑받침이 없이 선거로 대통령이 되어 보았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는 가장 최근의 뼈아픈 교훈이다.

    혁명적 세력이 대중투쟁을 통해 정권을 잡고 자신의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면 그것이 대통령제든 내각제든 그다지 큰 차이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전제주의 성격이 강한 대통령제가 혁명 또는 개혁을 해 나가는데 커다란 힘을 발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을 좋게 평가한다면 이런 논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증적인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지고 대중투쟁을 할 것인가. 바로 이 지점이 갑갑한 것이다.

    김상봉 교수는 “우리 민중의 역사 속에서 보아왔던 봉기의 에너지를 껴안고 결집시켜서 무엇인가 새로운 국가 체계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세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고 그게 한국 민중들의 불행이다.”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한 “절망”이라고 한다. 묘한 울림이다.

    이 책에서 김진호와 전규찬은 대통령제의 메시아적 성격과 대통령의 표상을 통해 대통령의 이미지가 어떤 내용을 갖고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윤형은 이승만부터 이명박까지 경제 문제를 다루면서 박정희 신화의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름의 진단을 하고 있다.

    김민하는 성장론과 안정론, 분배론의 정치세력의 대립투쟁을 정리하고 있는데 약간의 도식화를 감행하고 있다. 생각해 볼 것이 많다.

    김항의 “어느 하루의 대화: 대통령이란 마물에 관하여”는 가상 대화 형식을 차용하면서 논의를 전개해 가고 있는데 가상의 대화 형식이 오히려 읽기를 방해하는 측면이 있어 조금 아쉬운 감이 있으나 그의 문제제기는 김상봉 교수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이택광 교수의 “당신들의 대통령”은 이 책의 제목으로 되었는데 분량이 짧다. 문화비평가답게 특유의 추상적 언어에 그의 생각을 담고 있다. 조금 난해하다. 특히나 “대통령은 자신을 포함하지 않은 집합의 요구를 재현해야 하는 공백 같은 존재다. 이 공백이 방황할 때 정치가 귀환 한다”고 하였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권수정은 들어가는 말을 썼다. 필자하고는 오랫동안 아는 사이였는데 그이의 어릴 적 꿈이 대통령이었는지는 몰랐다. 비정규직 투쟁의 일선에서 온몸으로 싸우면서 여러 차례 구속을 당한 그이는 이 땅의 노동자들의 눈물을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대통령은 거리마다 일렁이는 눈물을 닦아 주지 못한 이유는 그에게 너무 많은 힘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그래서 그이는 더 이상 대통령을 꿈꾸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이의 오랜 지지자인 어머니에게 말한다. “엄마, 나의 꿈은 혁명이에요, 먼지 이는 광산촌 신작로 길을 걸을 때도 세상의 모든 햇살이 나를 비추어 찬란했어요. 진땅 마른땅 골고루 부족함이 없이 따뜻한 햇살 같은 혁명 할래요”

    이 책의 장점은 정치 공학적으로 숨 가쁘게 돌아가는 대통령 선거에 일단 한발 물러서 대통령제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한번 쯤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논쟁거리를 제공한다. 하여 일독을 권해본다.

    필자소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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