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의 조건, 결국 음악으로 돌아가야
[책소개]『가수를 말하다』(임진모/ 빅하우스)
    2012년 11월 03일 01: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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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열풍의 현장에서 가수를 말하다

지금 우리 가족사에 아버지 세대가 가요를 듣고 자랐다면 지금의 10대와 20대는 케이팝을 듣고 자라난다. 서구의 팝음악을 듣는 것을 세련된 문화의 향유로 생각하던 과거에 비해 가요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쎄시봉으로 불어 닥친 음악에의 향수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 증폭되었고 음악에 취한 대중은 어느새 ‘가수’를 주목하게 되었다. 한 시대의 감성을 풍미한 음악을 듣는다는 시대 공감의 차원을 넘어 지금 현재 그 음악과 가요를 탄생시킨 주인공과 최고의 가수를 찾게 된 것이다.

이것이 20년 넘게 가요와 팝을 평론한 이 책의 저자가 ‘님과 함께’, ‘난 알아요’, ‘아파트’를 이야기하지 않고 남진과 서태지와 아이들, 윤수일을 이야기한 이유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평론가 중 한사람인 저자는 대중음악의 역사를 정리하는 사명의 한 부분을 그가 만난 가수와 그들의 음악, 그들의 철학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으로 실천했다.

그리고 저자의 먼지 쌓인 노트와 지나간 매거진의 칼럼이나 인터뷰 한 대목으로 사라질 뻔한 41명 가수의 흔적을 고스란히 하나의 단단한 역사로 승화시켰다.

하지만 음악 평론가의 책이라고 해서 가요 평론집은 아니다. 이 책에는 우리가 몰랐던 희노애락이 숨어있다. 가수들의 숨가쁜 스토리가 그 가수의 팬이든 아니든, 가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고, 가수에 대한 객관적인 리뷰와 인터뷰를 통해 채집된 리얼 버전이다.

레전드 불임의 시대, 전설이 말하는 전설

물론 이 책이 담은 41명의 가수 중에는 평론가인 저자가 스스로 팬임을 자처하는 레전드급 가수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책은 가요의 히스토리를 정리하는 관점으로 최대한 객관적인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가수 리스트 또한 그가 10년 넘게 이끌고 있는 웹진 <이즘(IZM)>의 구성원들과 수차례 검증한 결과물이다.

41명 모두 동시대에 활동한 가수들이 아님에도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놀랍다. 패티김은 은퇴 기념 콘서트에 대한 중요한 조언을 조용필에게서 받았으며 남진과 나훈아의 라이벌전를 목격한 정훈희는 트윈폴리오와 함께 시대를 풍미했고, 이문세의 작곡자 이영훈은 정훈희의 노래에 감사했다. 신해철이 가수로서의 자세를 배운 김태원은 이승철의 천부적 보컬을 인정했고 이승철은 김현식의 창법을 흠모했다. 유재하와 어떤 날은 이후 거의 모든 발라드 가수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가수들은 노래의 가왕으로 조용필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 평론가가 말하는 ‘가수의 조건’

흥행과 인기, 그 뒤안길로 갈라진 가수의 운명을 지켜보면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대중의 인기에 봉사하겠다고 하면 스스로 소비품이라고 인정하는 꼴이다. 음악인은 결국 음악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땀 흘린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당장은 빛나지 않더라도 대중들은 쉽게 그를 버리지 못한다.”

오늘의 케이팝의 부흥도 흥미롭지만 치열한 경쟁과 훈련을 거쳐 상품으로 탄생하는 요즘의 가수와 제작자의 인식이 레전드로 향하는 가수를 부재하게 만든 원인일지도 모른다.

가수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가수의 인생과 그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들국화의 록에 대한 헌신, 조용필의 더 높은 곳으로 향하는 극복 의지도 아름답다. 하지만 장덕의 슬픔, ‘남자’가 심수봉의 음악에 미친 영감, 산울림의 외로움, 최성수의 서정을 모른 채 그들의 음악을 들었더라면 어땠을까. 여기 인생을 알고 영혼을 노래하는 41명의 가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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