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화, 희극인에서 비극인으로?
    [책소개]『웃기고 자빠졌네』(김미화/ 메디지 미디어)
        2012년 11월 03일 01: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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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부터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고, 지금도 코미디언이고, 죽는 순간에도 코미디언이길 원한다. 나는 언젠가 다시 코미디로 돌아갈 것이고, 묘비에는 ‘김미화, 웃기고 자빠졌네’라고 새길 것”이라고.

    80년대 초반, 일자 눈썹 붙이고 방망이 들고 ‘음메 기살어!’를 외치던 순악질 여사 김미화. 국민 개그우먼이란 표현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녀의 입담과 재치는 전 국민을 웃게 만들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녀를 웃기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20여 년을 몸담고 있던 정통 코미디 분야에서 벗어나 MBC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을 맡으며 ‘시사하는 여자’로 변신한 지 근 10년. KBS 블랙리스트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4년간 겪어온 MBC 하차, 사찰 등 언론과의 갈등은 그녀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고, 그녀에겐 투사라는 이미지가 씌어졌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웃겨야 하는 개그우먼에게 시대는 눈물을 강요했고, 그녀는 미련하게도 참지 못하고, 못 본 척 못하고 박이 터져라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렇게 그녀는 희극인에서 비극인이 되었다.

    이 책은 그간의 소송 과정을 중심으로 당시의 심경과 CBS <김미화의 여러분>을 통해 다시 시사프로 진행자로 복귀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녀에게 늘 힘이 되어 주는 남편과 사람들 이야기를 풀어낸 김미화의 고백이다.

    사랑은 나누면 커진다는 말을 믿으며 현재 80여개의 단체에서 우리 사회의 ‘덜 혜택 받은’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한 그녀는 ‘나눔’과 ‘진정성’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다.

    나눔의 집 할머니들 앞에선 한없이 미안스럽고, 물대포를 맞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분노하고, 선거일엔 일자눈썹 붙이고 방망이 들고 투표를 독려하고, 울고 있는 구럼비를 살려 달라 호소하고. 시사하는 여자로 산 10년의 세월은 보통시민 김미화를 자연스레 개념시민 김미화로 만들었다.

    그녀의 글에는 솔직함이 배어 있다. 명진 스님 말씀대로 웃고 있는데도 가슴 한 켠이 찡해지고, 찡하게 울려 놓고선 어느새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힘들어도 힘든 척하지 못하고, 아파도 아픈 척하지 못한 그녀의 고백에 눈물이 흐를라 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특유의 유머로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며 우린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기대하시라, 순악질 프로젝트

    한 개인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시련과 고통을 지탱하게 해 준 것은 평생의 벗 남편, 그리고 자연 덕분이었다. 7년 전 재혼과 함께 경기도 끝자락에 위치한 시골로 이사, 후조당(後凋堂)이라는 이름의 집을 짓고 불편하지만 더 없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부부의 소소한 일상은 자연 그 자체다.

    기온이 떨어져 수도가 얼면 집 앞 냇가가 욕실이 되고, 여름이면 아직도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봄이면 논에서 개구리가 오케스트라를 합주하는 동네.

    부부는 장날이면 장터에 나가 장구경하면서 국밥 한 그릇 시원하게 비우고, 바람 좋은 저녁이면 동네 입구 앞 수퍼에 앉아 동네 형님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주말이면 개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며 자연이 주는 넉넉함과 거짓 없음을 배우고 있다.

    부부는 이제 또 다른 꿈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순악질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진행 중인 복합 문화 공간이 머지않아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놀러오는 사람들의 사랑방이 될 공간,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과 현재 삶의 속도를 줄이면서 문화도 나누고, 차도 마시고, 음식도 나누는 공간. 자연 한가운데서 샤샤샤 바람에 누웠다 일어나는 억새소리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 그녀, 아니 부부의 꿈이 완성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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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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