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대통령 논쟁, 성평등 가치 실종
    논쟁이 길어질수록 여성정치인의 족쇄만 커지는 꼴
        2012년 11월 01일 12: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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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후보가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를 드러내면서 촉발된 여성대통령 논쟁이 갈수록 점입가경 상태이다. 왜 여성이 대통령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방이 길어줄수록 오히려 정치적 주체로서의 여성을 소외시키는 경향만 높아지고 여성정치인에 대한 족쇄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한민국 여성혁명시대 선포식’에서 “여성 대통령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 쇄신”이라고 주장했고 캠프에서도 “여성대통령이 나오는 것 자체가 정치혁신과 양성평등 실현”이라는 등 박 후보가 여성임과 여성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프레임을 강조하면서부터이다.

    이에 문재인 캠프의 박광온 대변인은 “박근혜 후보를 규정하는 정체성은 ‘여성’이 아니라 ‘공주’와 ‘귀족’이라며 “박 후보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지만, 사회정치적 여성으로서 여권신장과 양성평등에 무슨 기여를 했는지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지적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 또한 “여성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의 권리 신장을 상징하고 남성중심 정치의 폐단을 뛰어넘는 생활정치의 등장을 의미한다”며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국민을 보듬기 위해선 진보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미혼모 여성을 모욕한 것이라고 트집을 잡으며 여성대통령의 이미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여성관 똑같애

    이런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정책기획위원회에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성대통령 논쟁, 여성에게 유리하지 않다”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지역구 여성후보 공천비율과 여성정책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김애화 연구원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이번 19대 총선에서 선거법상 여성 30% 할당공천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으로 공천한 당사자들”이라며 “새누리당은 6.5%, 민주통합당은 8.5% 수준으로 할당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이 5월 17일자 1면에 ‘평등’이란 제목으로 올랑드 정부에서 장관직을 맡은 여성 17명을 소개했다.(사진=리베라시옹)

    김 연구원은 “서로 대립하는 위치에 있지만 박 후보와 민주당의 여성지도자 상은 똑같다. 여성정치인을 어머니, 포용력으로 표현하는 전통적이고 고정적인 여성성에 근거하고 있다. 이는 바로 남성성과 여성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별하고 있는 것”이라며 안 후보가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통령이 당선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도 “남성 우위적 사고에 근거한 것. 여성의 정치적 진출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여성을 수동적인 수혜자의 위치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여성정책이 모두 여성의 보육 부담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두었다며 각 후보의 여성관이 여성정책에도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즉 여성을 어머니로 위치짓는 등 모성 보호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것.

    프랑스의 남여동수제도 한국에도 도입해야

    이에 김 연구원은 “한국 사회의 특성상 보육정책 수혜자의 상당수가 여성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여성정책의 핵심 혹은 전부가 될 수 없다”며 “보육중심 정책은 다름아닌 여성이 보육의 전담자라는 의식이 반영된 성별에 의한 고정 의식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꼬집었다.

    김 연구원은 프랑스의 남녀동수제도가 채택된 이유가 “보편적 인간은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되어있고, 그래서 정치에 남성과 여성이 같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여성이) 도덕적이어서 혹은 평화적이어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에게 남성보다 더 높은 리더쉽과 어머니같은 포용력과 자질을 요구하는 현재의 여성대통령론은 오히려 여성의 정치적 진전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여성대통령 대신 남녀동수제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와중에 민주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여성위원회는 1일 오전 “박근혜 후보는 여성 대통령의 덕목인 평등, 평화지향성, 반부패, 탈권주위와는 거리가 먼 후보”라고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한번 여성정치인의 ‘덕목’을 강조했다.

     보수든 진보든 그간 성평등 실천 노력이 적었던 탓

    이런 논쟁과정을 지켜본 한 여성활동가는 “이번 논쟁은 성을 떠나 논쟁할 수 없는 문제지만 남성 후보에게 하지 않는 질문을 여성 후보에게만 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특히 현재 우리나라에서 여성대통령과 성평등 문제에 대해 정치적 쟁점으로 제기된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사실 대답하는 사람이나 질문하는 사람이나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활동가는 “박근혜 후보측이 여성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근거로 제시한 ‘여성권한 척도’ 라던가 통합진보당의 남녀동수제가 유의미한 근거가 되려면 보수든 진보든 굉장히 많은 쟁점과 성평등에 대한 전면적 노력을 실천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며 “그런 노력도 없이 생물학적 꼬리표만을 가지고 너나 할 것 없이 숟가락만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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