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은 깨질 수 밖에 없다"
    아픈 이재영, 아픈 진보를 말하다 ① - 동상이몽
        2012년 05월 25일 03: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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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영을 처음 만난 것은 <레디앙> 입사 면접을 볼 때였다. 그때 그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분당 이후 20년 가까이 일하던 진보정당 정책실을그만 두고 <레디앙> 기획위원으로 있었다. 의외였던 건 약간 날카로웠던 첫 인상과는 달리 그는 언제나 웃었고 농담을 즐겼다. 늘 따뜻한 사람이었고 누구나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전쟁터 같은 민주노동당 정책실을 이끌어오면서 그런 성격을 유지할 수 있는 그를 보면 뭔가 ‘해탈’한 사람 같았다. 언제나 그렇게 우리 옆에서 따뜻한 온풍기 같이 서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그의 소식을 들었다.  아프다는 것이다.  대장암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곧 완쾌할 것이라 믿었다. 어떤 의학적 근거나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냥 이재영은 그럴 것 같았다.

    이재영 전 진보신당 정책위의장 (사진=진보신당)

    그런데 지금 그가, 많이 아프다. 정말 많이 아프다. 그런 그를 나는 이기적이지만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통합진보당이 저렇게 ‘난리 부르스’를 치고 있고, 진보신당은 사라졌고, 진보정당운동이 이렇게 위기에 놓였는데, 이 상황을 누구 하나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여느 때와 같이 수화기 너머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말투는 같은데,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언제나 깔깔깔 웃던 그와의 통화인데, 목소리를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인터뷰’라는 말이 좀처럼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냥 잘 계셨냐 물었고, 이재영은 “많이 안좋아”라고 웃었다.

    간신히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그가 물었다. “나 아픈거?” 그것도 그거고, 진보정당 꼬라지 놓고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나 잘 몰라요”라고 그가 답했다. 거짓말. 다행히 그날 바로 보기로 했다. 홍대에서다. 홍대 역에서 기다리는데 멀리서 그가 지팡이를 짚고 나왔다. 이제 걷기도 힘들다 했다. 원래 홍대 정문에서 우동 먹기로 했는데, 다리에 힘이 없다고 중간에 쌀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찻집 행.

    ***

    상 줘야 한다.

    – 스마트폰으로 녹음할게요, 그래도 이거 있어서 기자들이 좋아졌어요, 녹음도 잘 되고

    “응 그렇지, 그런데 예전에 민주노동당 의원단 총회에서 경기동부가 스마트폰으로 도청을 했었지? 그거하고 똑같은 거구나”

    – 하하하 맞아요. 그런 적도 있었죠. 아마 진보대통합 국면 당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쨌건 경기동부 얘기가 나왔으니까. 재미있는 것이, 제가 <레디앙>에서 나온 이후에 이렇게 경기동부란 단어를 많이들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여기저기 안 나오는 데가 없네요.

    “성남시가 상을 줘야 해. 성남시가 국내뉴스에서 탑에 오른 것이 몇 번인지 모르겠는데, 최근에는 계속 탑이잖아? 게다가 그냥 뉴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쫙 나오기도 하고, 해설기사도 나오고 논설도 나오는데 (-그러니까요) 성남시에서 거기에 상을 줘야지? 감사패.”

    경기동부의 어제와 오늘

    – 진보진영에서야 이런 말들이 워낙 많았는데, 지금 이렇게 까지 많이 나오는걸 보면 국민참여당계가 들어온 것이 어느 정도 영향도 있나 봐요. 처음 문제 제기한 것도 참여계 구의원이고.

    “속칭 경기동부라는 세력이 애초부터 불법, 폭력을 많이 저질렀죠. 국민승리21이나 민주노동당에서 그런 일들이 생겼고, 그런 행위로 성장한 거고. 그게 당에서 오냐오냐 하거나 암묵적 묵인이 되면서 그런 양상이나 습관이 더 굳어졌지. 우선 그런 것이 하나 있고.

    국민참여당이 들어와서 (공식적으로)문제가 되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예전에 참여당 관계자한테 비공식적으로 들은 얘기는, ‘경기동부 내지는 당권파가 그렇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고, 자기네도 거기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도 당원명부 조작, 당비 대납, 이런 거 많이 해봤다. 그래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였어요, 거기 고위당직자가 내게 얘기해줬던거고.

    아마도 그렇게 양측이 부딪친 곳이 하남이었던 것 같아요, 하남 맞죠? 비슷한 방식으로 부딪혔는데 아마추어와 프로였고 수공업과 대공장이었지. 그때 참여당이 지고 나서 ‘이게 아니구나’ 생각한 것 같아요.

    또 하나 배경에는 실제로 총선에서 민주당과 이루어진 공식-비공식적인 협상에서 (따낸 곳이)통합진보당을 대표하는 형태가 아닌, 통합진보당 전체 이익보다 자파의 이익을 관철한 결과로 나타났잖아요. 인천과 울산 같은 전통적 노동운동 세력은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고 참여당도 못했고, 그런 결과론적 불만이 폭발해 나온 거죠.

    만약에 선거과정에서 공정성이 미흡해도, 불법적 행태가 있었다 하더라도 , 총선의 결과가 여러 정파에 고르게 나눠졌다면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죠. 그게 그렇게 되지 않음으로서 깰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간 거고,

    깰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유시민씨나 노회찬, 심상정씨의 경우에요. 최초 이 당이 만들어진 프로젝트가 대선 프로젝트였는데, 현재 같은 구도는 자기들이 후보가 될 수 없는 거예요. (결과가)뻔 한 거죠? 그거 때문에 그들이 장기적 구상을 가질 수가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 (진보대통합)연석회의 때 민주노동당 대표로 나온 분이 말하기를, ‘대선 경선에서 이정희가 압도적 표차로 이기지 않게 해줄게’ 라는 거예요. 어쨌건 그래도 자신들이 이긴다는 얘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당내 후보군들은 나름 베팅은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이번 총선에서 전혀 아닌 것으로 드러난 거죠. 그렇다면 원래 대선 프로젝트였던 이 당을 계속 가져갈 필요가 없는 거죠.

    통합진보당 구상이 최초로 가시화 된 것이 내가 알기로는 제작년 하반기 또는 여름, 가을로 알고 있고요. 유시민씨가 이정희씨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둘이 비공개 만남을 가졌고, 그것은 이미 많은 주변인들이 예상을 했던 바에요. 왜냐면 유시민씨 같은 경우에는 대선후보로 자기가 나서고 싶은데 자신들의  조직력은 약세이고, 대한민국 최고 조직력은 아무래도 민주노동당이기 때문에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연합의 효과를 노린거죠.

    그래서 제안을 유시민씨가 더 적극적으로 한 걸로 알고 있고요. 이것은 당시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게 들은 얘기에요. 노회찬씨도 내게 얘기해줬고요. 유시민이 노회찬씨에게 ‘이정희씨와 얘기 다 끝났다’ 이렇게 얘기했다고 해요.

    진보신당 대선 후보군인 노회찬, 심상정씨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그들의 네임밸류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맛봤어요, 근데 유시민과 이정희가 대선후보 레이스를 뛴다면? 그게 야권에서 드림리그 될 수 있는 거였죠. 그래서 자기들이 거기 뛰어든다는 판단을 했었겠죠? 이것이 통합진보당 합당의 최초 계기였고, 그 당의 실체죠.

    이재영과 그의 딸 하람

    문제는 두 가지 이유에서 그게 틀렸다는 점이죠. 하나는 그러한 대선 레이스에 대한 발상이 진보정당 운동 내부에서 발효된 것이 아니라 유시민씨 등으로부터 제의가 되었다는 데 있어요. 이정희씨나 당권파의 경우,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기 때문에 어차피 누구에게 (대선 후보를)넘길 가능성이 크다면 그 댓가로 국회의원 자리를 받으려 했죠. 그래서  선거연합에 응할 수 있었던 것인데, 이건 87년 이후 (진보진영에)역사적으로 형성된 독자후보, 민중후보 운동과는 궤를 달리하는 거죠.

    두 번째, 이게 낡은 프로젝트란 거예요. 재작년에는 그렇게 4인이 참여하는 것이 드림리그였을 수 있어요. 근데 안철수와 문재인이 드러나기 전이었죠. 그때는 민주당 계열 후보군이 정동영, 손학규 정도였고 이 4명의 경우는 그 상황에서 능히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안철수와 문재인이 나타나는 순간 마이너리그로 바뀌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작년부터 이어진 관성 때문에 낡은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되었고, 그래서 로 만들어진 것이 통합진보당이었어요. 더구나 지금은 그 프로젝트가 용도 폐기되는 상황이고, 아무래도 이쪽 리그가 작아지니까, 공존할 이유도 작아진거죠.”

    – 어차피 안철수, 문재인이 있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은 마이너리그이고, 그 마이너리그에서조차 이번 총선을 거쳐보니 사실상 후보가 정해져있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유시민, 노회찬, 심상정은 더 이상 통합진보당이 별 볼 일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유시민은 건질 게 없는 거고, 노심은 그래도 국회의원은 됐죠.”

    – 노심 모두 대선 욕심이 있잖아요?

    “있죠. 그런데 거기서 또 선거해서 꼴등할거에요? 맘대로 조작하는데”

    경기동부가 배웠던 것

    – 경기동부 얘기를 하면요, 진보진영 안의 사람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는 분위기인 듯한데, 어쨌거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사태에 대한 경기동부의 반응은 상식 밖이에요.

    “그들이 한국정치에서 배운 것이 그거죠. 공명정대함이나 정의가 아니라 술수를 본 거지. 다른 정당도 사고치고 버티면 1~2주 지나면 모면한다. 이런 것을 배운 것이죠.

    그들은 자기들 나름의 방식으로 민주노동당 당권을 장악했죠. 하지만 PD에 비해 열세였던 게 있어요. 공직과 대표정치인이죠, 당직선거는 이길 수 있지만 공직선거는 다르단 말이에요. NL파 안에서도 김창현씨(울산연합)나 김성진씨(인천연합) 만한 인물을 만들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그걸 뒤집을 수 있는 정치환경을 가진 거예요. 그들도 나름 노력 한 거죠. 민주당과의 밀약을 통해서.

    그렇게 십수 년 간 만든 성과를 한꺼번에 포기할 수 없었을 테고요. 대한민국 정치는 어떤 사고를 쳐도 2주 만 버티면 된다. 이게 그쪽 계통의 자회사들, 3류 정치마케팅 회사들이 배운 것이겠죠. 그게 버티는 첫 번째 이유구요.

    버티는 이유 두 번째는 그렇게 폭력이나 불법을 저질렀어도 언제나 결과적으로는 승리했다는 것이죠. 그 세력의 최초 발원부터 그래요. 1997년 국민승리21 전신이 건설 국민승리21이었어요. 대외적으로는 연합운동체처럼 보이긴 했지만 정당으로 등록했기 때문에 정당이었죠.

    그때 성남에서 두 세력, 성남 진정추(진보정당추진위원회)와 경기동부가 같이 지구당 설립신고를 승인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런데 그 두 그룹의 갈등을 알고 있었던 중앙당에서는 지구당 승인을 안해줬어요. 그랬더니 경기동부가 도당 직인이 보관되어 있었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직인을 절취해서 공문서를 위조하고 선관위에 일방적으로 등록했어요. 현재 경기동부라 칭해지는 세력은 국민승리21부터 보자면 불법인 셈이에요. 직인을 절취해서 만든 불법 지구당이죠.

    그렇게 절도와 불법이 최초로 발생 한 거예요. 그 다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동부와 성남 진정추 사이에 대립이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경기동부가 성남 진정추를 압도할만한 세력이 없었어요. 진정추는 직장인들이 많아서 당비를 냈는데 동부는 그것도 못 냈어요. 그래서 개발한 것이 당비 대납이에요. 당직자가 진정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낸 당비를 자파의 학생들, 통일단체 회원들에게 대납해줬어요”

    불법, 폭력의 기원

    – 이게 뭐에요, 당비를 빼서 다른 사람의 당비를 댄다?

    “A가 낸 당비를 B가 당비를 낼 수 있는 재원으로 쓴 거죠. 그게 현재까지 밝혀진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의 오랜 전통(?)인 당비대납의 시발이에요. 그리고 그게 발각되어 문제가 되었어요. 그래서 당시 당원 총회인지 지구당 대의원대회였는지 기억은 불분명한데, 거기서 당원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그들을 끌어내고 폭행하고 내쫓았죠. 문제를 폭력으로 억누른 것이죠. 그 다음에 성남 지구당을 장악하고 지금까지 성장한 거예요. 발생부터 그래요. 당비대납, 위장명부, 절도, 폭력…

    아, 이런 걸 숨기지 말고 써요. 언 놈들이 지금 날 두들겨 패겠어? 팩트는 약간 틀릴 수 있지만, 오래되어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거의 다 맞아요.”

    – 그 이후에도 비슷한 문제들이 많았잖아요? 위장전입이라든지 폭력이라든지. 근데 이게 예전에는 크게 문제가 안되었죠. 하지만 PD파가 NL에 압도당한 이후 당직선거에서 NL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내부에서 문제제기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끼리 나가서 살자’는 방안을 선택했잖아요. 지금 다시 들어간 사람들은 일이 여기까지 왔으니 여기서 끝을 보자는 태도인 것 같은데요.

    “아. 그래요? 모르겠어요. 그게 분당의 책임을 서로 지지 않으려는 말인지, 그게 상대방에게 덮어 씌우는 것인지, 진짜 그럴 생각인지는 모르겠어요.

    – 그때는 왜 그렇게 방조 혹은 용인을 했을까요? 무서워서 피한 것인지, 더러워서 피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PD파가 수에서 진짜 밀렸는지는 아직도 불분명해요. 당직선거에서 2년 정도 졌는데, 투표 동원력에서 압도적 열세였죠. 하지만 PD가 전체 당원에서도 소수였는지는 불분명해요. 그래서 재기를 모색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았죠. 그게 옳았는지 그른지는 모르겠어요”

    – PD가 따로 살림 차려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아니죠. 당원들은  PD성향이 더 많기 때문에 당직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사고였고, 나도 거기에 가까워요. 그런데 수는 많아도 투표 동원력이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죠. 내가 분당을 주장했던 것은 정파 다툼문제와는 좀 달랐어요. 가난한 자의 정당이 안 되는 문제, 그런 얘기가 내 분당의 이유였죠. 하여튼 분당도 여러 주장과 사정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진행된 것이죠.

    대체로 노조는 분열을 싫어하는 근본적 태도 때문에 분열을 반대했고, 노심 같은 대중정치인들은 활동가들과 느끼는 것이 달랐죠. 활동가들은 미래가 암담한데 대중정치인들은 독립적인 공간과 구역이 있어요. 이른바 영토가 따로 있다고. 때문에 주사파와의 충돌에 대해 느끼는 스트레스가 활동가들보다는 좀 덜했죠. 그래서 끝까지 (분당 반대를)주장했던 거고. 그런데 활동가들이 당원을 선동해 탈당 흐름이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끌려온 거죠. 본인의 의지로 두 사람이 (탈당)나온 것이라고 생각 안해요.”

    이석기-김재연

     

    누가 먼저 나갈까?

    – 다시 질문을 하면, 당이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경기동부는 이 당을 나갈 수가 없어요. 비례대표가 걸려 있잖아요. 경기동부는 이 당에 남아 자신 외의 다른 세력들을 쫓아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PD나 참여당계는 경기동부 후보들을 사퇴시키려 하는 거고. 그래서 끝을 보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례대표를 사퇴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죠.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인데”

    – 당에서 사퇴를 시켜도 무소속으로 남는 거잖아요.

    “의미가 없어요. 어차피 그 사람들은 무소속이에요.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의 공식적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이른바 경기동부 플러스 광주전남연합인 당권파를 대표하는 거예요. 그게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무소속 아니에요? 제자리를 찾아가는 거죠.”

    – 그럼 저 당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모르겠어요. 몇 일 있으면 드러날 텐데, 내가 뭐라고 했다가 틀리면 어떻게 해”

    이재영은 찻집에서 갑자기 차를 자기 잔이 아닌, 다른 곳에 한참을 쏟았다. 그리고 곧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를 발견했다.

    “아이고, 나 미쳤나봐, 이거 어떻게 하는 거지? 나 요새 머리가 이상해. 항암제가 엄청 쎄”

    아파서 그런게 아니다. 이재영 선배는 원래 그랬다.

    이석기의 정체

    – 논란 한가운데 있는 이석기라는 사람, 이전에 알고 있던 사람이었어요?

    “아뇨. (민혁당 사건 이후)감옥에서 출소할 때 알았어요. 그리고 난 지금도 그 사람이 동부 조직원인지 아닌지 몰라요”

    – 여기저기선 동부 핵심이라고 하더라고요.

    “난 모르겠어요. 인천연합 핵심 관계자랑 통합 문제 때문에 몇 차례 만났는데, 나더러 경기동부를 한 번 만나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누구 만나요?’라고 물어봤더니 2인자는 알려줄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1인자를 알려 달라고 했더니 그건 좀 곤란하다고 하더라고요. 말하기 싫었던 것인지 몰랐던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

    – 그 2인자는 누구던가요?

    “까먹었어요. 하하하.”

    – 민주노동당 정파 얘기하면 정말 우스운게 왜 스스로를 숨기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정파, 의견그룹이라고 얘기하고 당 내에서 활동하면 되는건데, 정당에 정파가 없다는 것이 더 비정상이잖아요?

    “몰라, 나도. 숨겼다기보다는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요. 이를테면 인천과 울산은 그래도 공적 활동을 하니까 드러난 건데, 동부는 대중정치인이 없잖아요. 안 드러난 거죠. 일부러 숨긴 것도 있을지 모르나 공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 2004년 이후는 원내 정당이었는데, 그 당의 사무총장이나 정책위의장이라는 핵심 직책을 동부 혹은 현 당권파가 맡아서 했어요. 공적 활동 기회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잖아요?

    “그냥 이재영 수준의 당직자겠죠. 대중정치력이 없는 당직자 혹은 실무 책임자.”

    치킨게임

    – 아까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사실 통합진보당이 저기서 선택할 수 있는 답안은 많지 않아요. 비대위는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아가면 출당이겠죠. 구 당권파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19대 국회는 개원되고, 그렇게 시간을 흘러갈테고.

    “두 그룹 모두 자세한 플랜은 없을 거에요. 서로 버티기가 시작된 거고, 치킨게임에 들어간 거죠. 치킨게임에서 타협할 가능성은 없는 거고. 마지막에 누가 뒤집어 쓸지 다투는 거 아닌가?

    제가 볼 때는  예를 들면 신당권파라고 하는 사람들은 제명을 추진할 것이고, 그럼으로써 자기들이 할만큼 했다, 주장하고 싶은 것일 테고. 구당권파는 제명이 되어도 (의원직은 유지되니)실효성이 없잖아요? 일단 이 상태에서 서로 ‘니네가 나가라’ 할테죠. 통합진보당 기득권을 가지려고 서로 다투고 있는거죠.”

    – 이미 갈데 까지 갔다?

    “타협의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봐요.”

    조준호가 왜?

    – 이 문제의 촉발점이 조준호 대표인데요. 사실 조준호 대표가 이렇게 세게 나올 줄은 몰랐거든요. 유시민, 심상정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노동계에서 들어오고 당권파와 친화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준호 대표가 그런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민파와 주사파의 분열 양상이 민주노총에서 나타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봐요. 원래 주사파는 민주노총에 없었어요. 민주노총은 중앙파라고 칭해지는 PD파세력, 그리고 이 사람들을 뭐라 그래야 할지 모르지만 더 급진적인 PD파, 그리고 국민파 연합. 이렇게 세 세력이 있었고 초기에는 중앙파가 장악하고 있다가 최근 국민파가 장악했어요.

    그런데 중앙파는 학생운동 PD세력이 있기 때문에 수혈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국민파는 현장 안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학생운동 활동가가 없었죠. 그때 NL이 민주노총에 나타났고 국민파는 NL 학출을 자신들의 하위파트너로 삼았어요.

    그런데 둘 사이 관계가 바뀐거야. 현 위원장(김영훈)에 이르러서는 학생운동 출신 주사파가 국민파를 이기게 되요. 김영훈씨가 출마 선언을 했을 때 국민파 출신 연맹위원장들이 반대했어요. 그걸 학출인 김영훈씨가 뒤집었죠. 연맹 지원도 못 받고 국민파 지원을 못 받아도 이겼어요. 국민파와 그 하위파트너인 주사파의 동맹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까지 간 거죠. 이런 상황에서 예전 민노당 내에서 혁신과 개혁을 주장한 이수호(전 민주노총 위원장·국민파)씨가 이탈했고, 그 연장선에 조준호씨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잠깐, 상근, 지금 세진한테 전화왔는데 잠깐만요. 응 세진? 나 대화 중인데 한 시간 있다가 전화할게요, 우리 처한테 전화하지마.”

    2부에 계속.

    (이 글은 정상근 기자의 블로그 http://dalgona82.tistory.com 에 같이 게재된 글입니다)

    필자소개
    미디어오늘 기자.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청춘이다] 저자. 레디앙에서 정치부 기자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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