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교육감후보 선거인단
    참여연령 만17세이상으로
    공직후보자 선출 선거인단 연령 17세로 낮춘 것 사상 최초
        2012년 10월 25일 05: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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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민주진보 서울교육감 시민추대위원회(추대위)’에서 24일 참여 단체와 4인의 후보 대리인 등이 모여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를 선출하는 선거인단 연령을 만17세로 합의했다. 현행 선거법에서 선거권 연령은 만19세로 2세나 낮춘 것이다.

    흔히 교육은 교사, 학부모, 학생이라는 3주체가 이루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학내 운영이나 정책 협약에 있어 학생들의 목소리를 배제해왔다. 교육감 선거에서도 교육의 3주체의 일원인 학생의 참여는 법적 연령 제한에 따라 공식 투표에는 참여할 수 없다.

    따라서 추대위가 24일 민주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시민선거인단의 자격을 만17세로 합의한 것은 청소년의 정치 참여라는 부분에서 일정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각종 선거에서 선거인단의 연령을 만17세로 규정한 것은 최초이다.

    선거연령 어디까지 열어두어야 할까?

    물론 어려움이 없던 건 아니다. 24일 회의에 참가한 한 후보 대리인의 경우 법적으로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에게 선거인단 자격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추대위 참여단체인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는 초등학교 취학 연령에 따라 8세부터 자격을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극단적으로 입장이 갈린 것.

    회의 구성원 중 청소년을 선거인단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도 있는 가운데 ‘아수나로’의 선거인단 8세 연령 주장은 다소 충격적일 수 있다. 실제로 추대위 사무국에 따르면 “8세로 해야 한다는 근거가 미약하다. 8세가 되면 7세는 안되냐”는 식의 반응도 있었다고 전했다.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이자 이번 추대위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권혜진씨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수령을 선출하는 선거이고, 교육주체는 교사, 학부모, 학생인데도 원칙적으로 학생 참여가 봉쇄되어 있어 청소년 참여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권 사무국장은 “하지만 최소한의 한정과 제한이 없으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나이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거권 인하 운동과 외국사례를 참고했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만18세로 선거 연령을 인하하자는 주장보다 한 살 더 낮춰 17세로 정했다”고 밝혔다.

    ‘아수나로’에서 8세부터 선거권을 주장한 것에 대해 그는 “명분 없는 주장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동원의 소지가 있고 현실적 문제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극단적으로 8세와 만19세로 입장이 나뉜 상황에서 한 살이라도 선거연령을 낮추는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투표연령 기준을 만17세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민주진보 서울교육감 후보 추대위의 15일 출범 기자회견(사진=교육희망)

    권 사무국장은 논의 과정 중 8세 연령에 대한 반대 입장 중 “희화화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보수언론 등에서 선거인단 자격을 8세에게 주었을 때 시민추대운동 자체가 조롱당하고 공격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8세 아동에게 선거인단 자격을 주는 것의 의미보다 현실적인 판단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권 사무국장은 “개인적으로 아수나로도 시민 추대위의 소중한 참여 단체이고 개인적으로 팬이지만, 여러 측면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럼에도 만17세로 합의한 것은 일정한 명분과 사회적 합의도 고려한 것이기에 소중한 성과”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수나로의 검은빛이라는 활동가는 24일 추대위 결정에 대해 “아수나로 내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어제 회의에서 청소년에게 선거인단 자격을 아예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는게 더 큰 문제이긴 하지만 어떠한 원칙없이 애매모호한 타협안이 나온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보정당과 청소년 정치 참여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청소년 당사자들의 요구도 있었거니와 진보정당의 경우 오랜 시간, 이들의 정치 참여 문제에 대해 고민해왔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청소년의 기준을 만13세부터 만18세까지로 합의해 당직 선거에서 투표권을 부여했었다. 당 외부의 공직선거에 참여할 수는 없어도 당 내 후보를 선출할 권리는 부여한 것이다.

    통합진보당 또한 4.11 총선에서 청년비례 선거인단 자격을 만18세부터 열어두었다. 당시 선거연령 인하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당 차원의 실천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 내 일반 비례경선에서는 일부의 반대로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았았고, 더 나아가 강기갑 비대위에서 당규 개정을 통해 모든 당직선거에서 현행 만19세 선거연령에 맞춰 청소년들의 선거권을 박탈해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이에 민주노동당 때부터 청소년위원회 활동을 했고 통합진보당에서도 청소년위원회 발족을 준비하는 한 활동가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청소년을 사회 변화의 주체로 볼 것이냐 아니면 보호의 대상으로 볼 것이냐라는 문제로 늘 당 내에서 논란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간의 여러 의미있는 논쟁을 통해 최소한 만13세부터 선거권을 주기로 했지만 이번 4.11 총선에서는 ‘청소년은 보호대상이기에 투표권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 팽배했었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감 추대위에서 선거연령을 만17세로 합의한 것을 두고 “아수나로의 8세라는 안이 비현실적인 감은 있지만 그들의 고민은 충분히 존중받을 문제제기”라며 “추대위의 이번 결정이 우리 사회에 청소년 정치 참여 문제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고 활성화시키는 토대가 되어 상당히 의미있다”고 환영했다.

    진보신당의 경우 당규에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연령을 만14세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당 청소년위원회를 건설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한민성 당원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진보신당은 4.11 총선 때 선거연령을 만17세로 인하할 것을 공약했다”며 그 이유에 대해 “만17세면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인 주민등록증이 발급되는 시기이기에 투표 행위 당시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만17세면 남성의 경우 국방의 의무와 근로의 의무를 지는 등 국민으로서의 의무가 생기는 시기인 만큼 권리인 선거권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추대위에서 만17세로 선거 연령을 합의한 것에 대해 한 당원은 “공직 선거도 아니고 내부적 선출 과정이라면 의견을 제시하고 의결할 수 있는 나이를 굳이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선거 연령을 제한하지 않을 경우 부모 등 성인들로부터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는 “그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른들 또한 특정 조직들의 동원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일축했다.

    진보정의당의 경우 선거권과 피선거권 규정을 두는 당규가 제정되어있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한경석 당헌당규제정위원회 간사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선거권을 갖는 당원은 당비를 내는 당원인데, 이는 현행법(정당법, 정치자금법)으로 불법”이라며 “전교조 교사나 공무원들의 당원 가입 문제로 지금까지 고생하는 분들이 계시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한 간사는 “청소년의 정치참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전제를 가지고 있고, 이들의 정치참여를 신중하게 실현할 것”이라며 청소년 정치 참여와 관련한 당규 제정에 있어 심사숙고해 법적, 현실적 문제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감 후보 선출 선거인단의 투표 참여 연령을 법적 연령과 별개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대해 선관위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단체가 그 회원들을 대상으로 단체의 정관 또는 규약 등에 따라 지지할 후보자를 결정할 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무방할 것이며, 그 회원의 일부 중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인 미성년자가 포함되었다 할지라도 같은 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라고 답변을 보냈다. 즉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회단체에서 투표 연령 기준을 자율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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