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소원해진 엄마
    [메모리딩의 힘-9] "그건 아니잖아~"보다는 "그래?"
        2012년 10월 25일 04:1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서로 무서워하는 엄마와 아들

    처음 엄마는 초등학교 3학년 남자 아이가 있는데 별로 이쁘지가 않다. 교감하는 게 별로 없다. 5~6세 때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다음부터는 별로 얘기를 나누지 않는다. 아이가 엄마를 무서워한다. 엄마가 집에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아이의 주장에 대해서 반박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어릴 때는 딸을 구박하고 교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아들이 싫다고 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아이랑 거의 이야기를 안 한다. 단지 아이는 아빠랑 야구하는 이야기를 조금 할 뿐이다. 그래서 요새 무슨 생각을 하는지 거의 모르고, 우울하면 친구랑 싸웠나 정도 생각한다.

    엄마의 고민은 아이의 친구관계와 컴퓨터 습관이다. 컴퓨터 중독 상담 센터를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다고 한다. 마땅히 이 외에는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별로 없어서 독서논술도 시켰는데, 아이는 숙제라고 생각하고 잘 안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논술 선생님 말씀이 이해력은 있어서 내용 파악이 잘 된다고 하는데, 옆에서 지켜볼 때는 그런 점을 잘 못느낀다고 한다.

    최근에 궁여지책으로 스마트폰을 사줬다. 다른 애들보다 수영이나 영어를 잘하거나 잘 하는게 그다지 없어서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여서 원래 4학년 때 사주기로 약속을 했는데 미리 사줬다. 하지만 누나나 형처럼 조절을 하지 못하고 수시로 엄마 눈 피해서 하는 것 같다.

    처음 엄마는 다른 엄마들에 비해 개입의 강도가 가장 강했고, 자의식 또한 강했다. 주 교재인 <엄마 사용법>도 정서에 맞지 않아서 다 못 읽었는데, 그나마도 읽는 내내 공감이 안 돼 괴로웠다고 했다.

    엄마들과의 이야기를 통한 상호 치유 효과와 플랫폼 식 강의

    처음 엄마의 경우 책을 읽지 않고, 아이 역시 별다른 독후 활동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수용의 부분을 특히 강조했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자극을 시키는 방법을 사용했고,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가 크게 도움이 되었다. 특히 6학년 민수의 이야기는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빠진 처음이의 경우와 같기 때문에 경청을 했다.

    특히 또래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의 이야기이거나 자신의 아이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 주의 깊게 경청했다. 독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던 분들이 쓴 책에 나오는 공통적인 이야기는 독서치료사나 독서 강사의 역할을 스스로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매주 엄마들에게 과제물을 제출하게 하고 과제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하면 전체 강좌의 50% 이상을 엄마들이 이끌어가게 된다. 여기서 효과적인 질문이나 피드백을 하면 서로 질문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수준까지 가게 된다. 상호 치유는 이때 이루어진다.

    강사가 아무리 좋은 자료를 준비해서 제시를 한다고 하더라도 강의를 듣는 엄마들이 공감을 하고 표현을 해야만 효과가 있다.

    처음 엄마는 다행히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편이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치유효과를 보았다.

    수강생들의 자기치유와 상호치유가 일어나도록 하려면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일본의 IT 전문가인 사사키 도시나오는 자신의 저서 <큐레이션의 시대>에서 플랫폼의 3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가질 것
    둘째, 사용하기에 대단히 편한 인터페이스를 실현시킬 것
    셋째, 플랫폼 위의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허용력을 가질 것

    몽골제국이 유라시아 대부분을 지배한 것도 바로 이런 방식이었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 첫 번째 원칙에 부합되며, 대형 간접세와 대체 통화를 통해 편리한 통상 시스템을 만든 게 두 번째 원칙에 맞다. 문화나 종교, 언어에 대해 불간섭주의를 관찰하고, 다양한 민족이 독자의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게 한 것이 세 번째 원칙에 해당한다.

    나는 엄마들의 고민을 제대로 이해하고 엄마들의 말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잡아내기 위해서 강좌 내용을 녹음해 녹취록을 정리하는 한편, 여기서 나온 말을 중심으로 욕구를 잡아서 강좌 준비를 탄탄하게 했다. 이것이 첫 번째 플랫폼 방식이다.

    아이들의 학습능력에 도움을 주는 메모리딩 프로그램과 아이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독서놀이를 제공해 가족들이 서로 즐기면서 놀 수 있고,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때문에 강의 시간에 1시간 넘게 독서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것이 두 번째 플랫폼 방식이다.

    엄마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질문을 덧붙이고, 다른 엄마들의 토론을 유도함으로써 서로에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세 번째 플랫폼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수업은 엄마 대상 강의뿐만 아니라 고등학생에게도 효과적으로 적용된다.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마이스터고 대상 “중소기업 이해연수”에서 ‘인성’과 ‘논어’라는 지루한 주제를 가지고 플랫폼 방식을 적용했을 때에도 아이들이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마이스터고 강의는 플랫폼에 게임 방식을 가미하였는데, 학교 졸업 후 취업을 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취업 후 회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각 조에 부여해 토론을 시키고 발표와 투표, 참여 등의 점수를 합산해서 1등에게 상품을 주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각 사례에 맞는 논어의 이야기를 뒷부분에 짧게 보완해서 강의를 하면 강의 메시지도 온전하게 전달될 수 있다. 강의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는 강박과 욕구를 벗어버린 대신, 철저히 수강생들의 욕구에 맞춰서 강의를 디자인했고, 수강생 피드백을 통해서 계속 보완한 점이 주효했다.

    강의를 통해서 여러 가지 놀이가 만들어지고, 강의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 속에 의미를 숨겨둘 때 플랫폼 강의 방식은 완성된다.

    ‘수용’ 하나만큼은 제대로 배웠어요

    처음 엄마를 자극하기 위해서 사용한 것은 플랫폼 방식만은 아니다. ‘소재의 다양성’이 생각을 자극한다. 딱히 독서와 관련이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주식 투자나 축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거나, 작품 속 이야기를 어릴 적 경험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준다.

    특히 주제와 관련이 없는 엉뚱한 소재의 이야기가 결국 주제와 연결되었을 때 반응이 좋았다. ‘주식투자와 아이 투자의 공통점’이라는 주제를 준비해서 강의를 했을 때, 수강생 엄마 중에서 재테크를 열심히 하는 엄마를 자극해서 재밌는 이야기를 이끌어낸 적이 있었다.

    처음 엄마도 그런 다양한 이야기에 이끌려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경우였다. <엄마 사용법> 중에서 고릴라가 주인의 애정 표현으로 잘못 이해한 똥 던지기를 통해 주인공과 친해지려고 노력한 점을 어린 시절 여자애들 고무줄 끊는 남자 아이들의 심리와 연결해서 이야기한 내용에 대해서 공감을 표시하기도 하고, 최근 메이저 대회 3관왕을 차지한 스페인 축구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학교에서 열린 영어 대회에서 자신의 아들이 속한 3반보다 반 전체가 참여한 2반이 더 좋은 성적을 받은 이야기를 축구 이야기와 연결해서 말했다.

    2반은 선생님이 도와줘서 한 명도 소외되는 것 없이 남자 애 전체, 여자 애 전체가 출전했고, 한 애가 두드러지면서 유기적으로 잘 해서 마무리가 썩 잘 됐다고 한다. 박수도 가장 많이 받고 큰 상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이가 속한 반은 하고 싶은 애들만 손을 들어 8명이 출전을 했는데, 엄마들이 힘을 합해서 장소도 빌리고 옷을 빌리고 엄마들이 치맛바람을 동원해서 아이들을 만든 방식이었다. 엄마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2반 남자 애 전체 여자 애 전체가 나와서 한 게 보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아이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하게 하고 선생님이나 부모가 그림자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도움을 주는 방식은 2반의 우승 비결이었는데, 앞서 이야기한 플랫폼 방식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처음 엄마는 이런 훈육 방식을 이해한 듯하다.

    특히 처음 엄마는 ‘수용’이란 주제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이 부분을 집에 가서 실천했고 그 결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는 “그건 아니고 엄마 생각은 이런 것 같아” 하고 아이 생각을 꺾어버렸지만, 강의를 듣고 나서는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평소 같으면 “그건 아니잖아~!” 하면서도 이번에는 되도록 수용 “그래?” 했다. 강의를 할 때마다 “이번에도 뭐 하나는 잡고 가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듣고 있고, 집에 가서 한 가지라도 실천할 수 있는 거 잡고 가려고 나왔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엄마들과 함께 처음 엄마에게 박수를 많이 쳐주고,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 사람이 변화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모습으로 만드는 것은 굉장히 힘이 드는 일이다. 처음 엄마가 달라진 점은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실은 아이에 대해서 관심과 사랑이 가득했다는 것을 스스로 이야기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 점이다.

    처음 엄마를 대할 때마다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 조금 더 하는 아쉬움도 드는 것은 사실이다. 과제를 받았다면 더 많은 것을 알고 이야기해줄 수도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지만, 중요한 것은 본인이 느끼고 실천하는 것이다. “수용 하나만큼은 제대로 배우고 가겠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나서 그 다음 펼쳐질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소개
    제 꿈은 어린이도서관장이 되는 것입니다. 땅도 파고 집도 짓고, 아이들과 산책도 하고 놀이도 하고 채소도 키우면서 책을 읽혀주고 싶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아이가 자라는 동안 함께 하고 아이와 함께 아파하며 아이가 세상의 일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