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노동 동시-12 "절룩거리는 꽃"
        2012년 10월 25일 03: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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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인권운동과 노동운동에서 세계의 가혹하고 열악한 아동노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어린이이면서 노동자이고, 극한적 노동조건에서 가혹한 착취를 받고 있는 아동노동의 현실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 분노, 애정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레디앙은 전세계의 아동노동 현실에 대해 고발하면서도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시선을 담고 있는 동시들을 연재할 예정이다. 연재될 작품들은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건 동화건 시건 평론이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쓰고 있는 글쟁이이신 신지영 선생의 작품이다. 그림은 이창우 선생이 그려주셨다. 관심과 애정 부탁드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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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룩거리는 꽃

     

    지팡이가 먼저 길을 짚어주면

    다리는 절룩거리며 잘 따라가요

    착한 아이처럼

     

    한걸음씩 걸을 때마다

    나무들이 기우뚱거려요

    건물들이 기우뚱거려요

     

    자동차만 보면

    내 웃음은 싱싱해져요

    백 년이 지나도 시들지 않을 거예요

     

    달려가서 차 유리를 두드려요

    꽃, 꽃

    꽃잎 같은 지문이 유리에 활짝 피어요

     

    오늘은 운이 좋아요

    꽃목걸이를 삼십 바트나 받았거든요

    엄마가 좋아할 거예요

     

    자동차에 부딪혀서

    한쪽다리를 다쳤을 때는

    도로로 나오기도 싫었지만요

     

    오늘처럼 꽃이 많이 팔린 날은

    달려가는 차를 향해

    지팡이를 높게 흔들며 인사해요

     

    하얀 매연들이

    지팡이에 도-르-르 감겨들어요

    경적소리들이 비켜서라며

    빠-아앙 소리질러대도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의 웃는 얼굴이

    솜사탕보다 달콤하게 부풀어 올라요

     

    작품 설명과 배경 : 보통 아주 예쁜 것, 고운 것, 귀한 것을 비유할 때는 꽃을 많이 사용합니다. ‘꽃처럼 곱다’, ‘꽃처럼 예쁘다’란 말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디흔한 칭찬입니다.
    타이 또한 꽃에 대한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꽃이란 전 세계적으로 아름다움의 상징이니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타이에서는 꽃을 신성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악귀를 쫓고 복을 비는 의미로 가게나 집집마다 꽃을 걸어둡니다.

    수요가 많으니 당연히 공급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공급에는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타이의 거리에서 꽃을 파는 수많은 사람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아이들입니다. 왜냐하면 어른들이 파는 꽃은 잘 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긴 꽃같이 예쁜 아이들이 자기를 닮은 꽃을 파는데 누군들 마음이 안 흔들리겠습니까.
    방콕의 중심가 도로 같은 곳은 오후가 되면 하나 둘씩 꽃을 팔러 나오는 아이들이 모여듭니다. 아이들은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하여 지나다니는 차문을 두드리며 꽃을 보입니다. 물론 활짝 핀 꽃처럼 웃으며 말입니다.
    부모가 있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학교도 보내지 않고 꽃을 팔라고 내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 학교도 보내지 않고 일을 시키냐 물으면, 자신들은 나이가 들고 늙었서 사람들이 꽃을 사지 않기 때문에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런 부모들의 거의가 자신들도 어릴 때 같은 희생을 강요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들은 본인이 한 고생을 자식에게 대물리는 것에 대해 특별한 인식이 없어 보입니다. 그저 가난하게 태어난 죄로 남들도 그렇게 사니까 자신도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게 편하다고 느끼는 걸까요?
    하여간 그들은 나이가 들면 일을 하지 않고 자신의 자식들을 도로위로 내보냅니다. 악순환의 반복인 것입니다. 사실 아이들의 부모가 이 모순된 부조리를 깨달아서 뭔가를 바꾸려 해도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개선은 국가차원에서 구조의 모순을 해결해야 더 용이한 일이니까요. 그렇게 되기까지 이 악순환은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필자소개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건 동화건 시건 평론이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쓰고 있는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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