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에 빠진 아이, 원칙주의자 엄마
    [메모리딩의 힘-8] 아이가 아니라 엄마 아빠의 마음이 아픈 경우 많아
        2012년 10월 19일 02: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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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변화하는 게 가능할까요?

    가장 마음을 많이 기울인 엄마 중의 한 명이 민재 엄마(손미선 씨)이다. 6학년 민수와 1학년 민재 두 아들을 두고 있는데, 첫째 아이와의 갈등이 많이 보였다. 민수 엄마는 엄격한 원칙을 가지고 아이를 교육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부딪힐 일이 많았다. 민수는 컴퓨터 게임을 엄청 좋아하는 아이인데, 엄마는 아이가 컴퓨터 중독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에서 제공하는 상담센터에 아이를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는 일도 있었다. 친하게 지내는 이웃의 집에서 밥을 먹는데 돈가스 소스가 없어서 아이에게 5천원을 주면서 심부름을 시켰더니 아이가 잔돈으로 게임 카드를 사겠다고 졸랐다. 그런데 많이 있었기 때문에 엄마는 허락을 해주지 않고 돈가스 소스만 사고 잔돈은 거슬러 오라고 말했다.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생겼다. 아이는 대답을 안 하고 가더니, 잔돈으로 게임 카드를 사버린 것이다. 다른 집 부모님들이 있는 상황에서 아이가 엄마 허락을 받지 않고 돈을 쓰고 온 것이다. 엄마는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엄마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당장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문을 닫고 들어가, 엄마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카드를 사왔냐며 야단을 쳤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엄마는 화가 나서 애의 얼굴을 주먹으로 쳤다. 엄마는 그게 마지막이길 바라는 마음에 때렸는데, 아이는 너무 놀라서 뛰쳐나갔다고 한다. 아이는 화를 내면서 “그거 썼는데 뭐 어쨌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해.”라고 소리쳤다. 그날 저녁식사는 엉망이 되었고, 민수 엄마는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아이가 돈가스 소스 살 돈으로 게임 카드를 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엄마는 “100원이라도 그렇게 쓰면 안 되는 거다 하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민수 엄마는 민수에 대해서 부정적인 성격의 말을 자주 했는데, 처음에 민수 엄마가 남긴 민수에 대한 말을 모아 보면 아래와 같다.

    책 같은 경우도 ‘엄마 나 이 책 사줘, 읽고 싶어’ 라고 이야기를 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학교 숙제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만 읽는다.
    독서 속도나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 같지 않은데, 글쓰기의 내용과 깊이는 좀 부족한 것 같다.
    큰 애는 한 번 읽으면 안 읽어서 책 읽은 양은 정말 많은데, 책의 내용에 대해서 물어보면 무서워한다. ‘물어보지 마, 다 안다니까.’ 내가 큰 애가 책을 읽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내용을 아냐고 물어보면 다 안다고. 줄거리 이야기해봐 하면 이야기를 못해서 난감한 적이 많다.

    아이가 보인 반응과 엄마의 방법에 대해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자 민수 엄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교육 방침이 오래 전부터 그랬고 지금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변하는 게 가능한가요?”

    전자오락실의 추억

    민수 엄마는 강의 과정 속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에 강의 방향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민수 엄마의 사례가 다른 엄마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다른 엄마들도 주의깊게 경청했다. 특히 게임 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 문제는 다른 엄마들도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독의 주제와 관련해서 한 강좌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이야기했다.

    나 역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4~5년 정도를 전자오락실 중독에 가까웠다. 아들을 데리러 오락실로 가야하는 엄마가 너무 화가 나서 나를 파이프로 때리기까지 했다. 엄마에 따르면 내가 “잠을 잘 때도 천장에 화면이 보여요.”라고 했단다. 그런데 어떻게 거기서 나왔을까?

    첫 번째는 컴퓨터 중독이라는 단어 안에 함정이 담겨 있다. 뭔가가 부족한데 덜컥 하고 컴퓨터가 걸린 거다. 그것에 대한 대체제가 있어야 하는데, 컴퓨터가 걸린 거다. 나는 걸어 나왔다. 내가 왜 빠지고 있지? 어떤 게 나를 빠뜨리는 거지? 항상 어떤 부분에서 잘 나가다가 삐끗하면서 화나게 한다. 일종의 감정 기계다. 사람을 흥분시키는 거다. 그래서 다음 게임을 하도록 하는데, 그 패턴을 파악을 하고나니 그것으로 끝이었다.

    파악을 못하고 컴퓨터 게임 중독이라고 했을 때는 답이 안 보인다. 막연하고 추상적이고. 아이한테 컴퓨터 게임 중독자라고 하면 막힌다. 아이는 뭔가 갈구하고 결핍 동기 상태에 있는데, 이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게임이 나온 거다. 이것은 부분인데 그것을 전체로 보면 당연히 답이 안 나온다.

    아이들이 게임이나 컴퓨터,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까닭은 대부분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지는 이유 역시 카카오톡을 하면서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성능 좋은 컴퓨터를 놔두고 괜히 PC방에 가서 돈 주고 게임을 할까? 부모들은 이런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면 친구들에게 자기 게임 실력을 자랑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라고 답변한다. 게임 과정 속에서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게임을 한다.

    민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민수 엄마는 상담센터에서 들은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같다고 말했다. 상담센터에서도 역시 민수가 친구를 만나고자 하는 것이지 컴퓨터 자체를 즐기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무엇인가에 중독된 것처럼 매달린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현상이다. -100이든 +100이든 100이라는 절대값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마음 속 가득 열정을 품었다는 말도 된다. 열정의 배출구를 찾지 못했을 때 중독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민수가 딱 그런 아이였다.

    아이의 재발견

    과제물을 통해서, 그리고 엄마의 입을 통해서 직접 접해본 민수는 지적 수준이 굉장히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감정이 풍부한 아이였다. 책에서 감정이 많이 들어간 부분을 잘 찾아낼 뿐만 아니라 감정표현을 잘 하고, 질문도 창의적이었다.

    다만 엄마가 아이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과 아이를 바르게 교육해야겠다는 목적 의식 속에 이런 것들이 감춰졌을 뿐이다. 엄마에게는 수용의 자세와 아이 자체로 인정하기, 경청하기, 칭찬하기 등의 방식을 계속 주문하는 한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특징을 면밀히 분석했다.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감정을 다치게 하기 때문에 차라리 감정이 없는 엄마가 낫겠다는 엄마의 말에 대한 민수의 답변

    민수는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엄마 사용법>은 생명장난감 회사의 신제품 엄마 장난감에게 마음을 다해 가족으로 만든 이야기인데, 민수는 주인공 소년의 손가락에서 피가 한방울 떨어져 엄마가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점을 신기해 했다.

    그리고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일이 있었는데, 엄마와의 댓글놀이에서 통찰력 있는 말을 쓴 것이다. 엄마는 사랑의 감정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으로 아이의 감정을 다치게 하니 차라리 무감정 엄마가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이에 대해서 민수는 “하지만 아이도 무감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옳지 못하다”고 답변했다. 감정이 아이에게 흘러가 아이 역시 무감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수의 할아버지도 언젠가 민수가 글재주가 있다는 말을 했지만, 엄마는 아이가 글을 잘 쓴다는 뚜렷한 증거를 보지 못한 상태였다. 민수는 어릴 때는 상추를 보면 “삼겹살이 상추에 숨었어”라고 할 정도로 감수성과 발견의 힘이 뛰어난 아이였다.

    민수는 1학년 때 “엄마 난 아무리 엄마가 구박하고 때려도 나는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 나는 자꾸 재생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나는 스스로 재생해서 괜찮은 것 같아.”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질문놀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대개 아이들은 책을 자세히 읽으면 알 수 있는 것을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책에서 해결해주지 않는 문제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볼 만한 의미 있는 질문을 하려면 책을 열심히 읽거나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엄마 사용법>에는 현수의 피가 떨어져서 마음이 생긴 엄마 외에 주인집 옥상으로 도망간 고릴라 이야기가 나온다. 고릴라가 어떻게 마음이 생겼는지는 작품에 소개되지 않았다. 민수는 이 점을 짚은 질문을 던졌다.

    “정태성의 고릴라는 어떻게 마음이 생겼을까?”

    좋은 질문을 찾아내는 것은 어른에게도 뛰어난 능력이다. 즉,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과 느낌들을 질문을 통해 정리하고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아이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민수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나 다름없었다.

    모든 사람의 노력, 그리고 희망

    심리치료 상담 사례를 보면 아이가 훔치거나 안 좋은 소리를 하거나, 머리를 쥐어뜯거나, 게임중독에 빠지는 등 이상성향을 보이는 아이들의 사례를 보면 대개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거나, 상처에 대한 반응인 경우가 많다. 그런 아이를 분석하다 보면 아이보다 엄마나 아빠가 마음이 아픈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우선 엄마가 보이는 ‘개입’의 정도를 줄이고, ‘수용’을 늘리는 방향에 힘썼다. 예컨대 민수 엄마가 아이에게 책의 구절을 물어보는 행동에 대해서 아이의 반응을 설명했다. 아이한테 직접적으로 질문이 들어갔을 때 부담을 느낀다. 아이가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면 ‘구나 체’를 많이 이용한다. ‘아, 그렇구나. 하늘은 그렇게 표현되었구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질문 역시 아이한테 직접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혼잣말을 하듯이, ‘이 애는 왜 이렇게 울게 된 거지. 궁금하네.’ 하면 아이는 대답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자유를 얻게 된다. 아이는 대답을 하고 싶으면 대답을 한다. 직접 물어보면 아이로 하여금 압박감을 느끼고 신문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저항을 하게 된다. 민수 엄마는 과제를 제출하며 “우리 엄마도 완벽한 제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구나.”라는 표현을 쓰면서 들은 내용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두 번째로 강조한 부분은 감정놀이, 표정놀이를 권했다. 아이가 책에 대해서 감정 부분에 감수성이 강하기 때문에 두 놀이를 통해서 감정을 자극시켜 주면 독서에 흥미가 생길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를 각별히 사랑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엄마에게 감정이 담겨 있는 증표를 선물할 것을 권했다. 예를 들면 엄마가 생각하는 민수의 멋진 점을 그림으로 표현을 한다든가 하면서 선물을 주면서 이를 증표로 삼는 것이다. 아이는 엄마가 나를 생각하는 것 잘 하는 것을 주니까 여기에 크게 의미를 둘 수 있다. 아이 엄마는 강의 후반부에 이렇게 말했다.

    “큰 애를 볼 때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내가 항상 보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들고. 가급적이면 그 자체만으로, 어떤 상황이 와도 그 자체만 가지고 가야지 하면서 다짐을 하게 되요. 그런 게 저에겐 굉장히 중요하고,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엄마는 용돈 9,000원을 줬던 날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는 “엄마가 PC방을 싫어하니까 안 갈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동네에 문화센터 PC실이 있는데 엄마가 하루 한 시간은 공부하는 것 말고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허락했더니, 엄마의 허락을 받고 마음이 편해진 아이는 문화센터에서 친구들 만나고 거기에서 큰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조그마한 공간을 열어줬더니 별로 엄마에게 숨기는 거 없이 컴퓨터에 집착 안하고 PC방 가고 싶거나 그런 것도 없다고 한다. 예전보다 마음이 많이 편해진 것이 가장 나아진 점이라고 말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민수 엄마였다. 민수 엄마 역시 감정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강한 분이지만 자란온 배경과 지금의 상황, 부모로서의 의무감 등에 가려져 있었다. 아이의 부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게 현저히 줄었고, 부끄러운 사건이나 경험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아이에 대해서도 수용적 자세를 가지려고 무척 노력한 끝에 아이도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이의 독서력이 현저하게 향상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민수는 나래를 펼 수 있는 출발선에는 설 수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을 인정해주고 잘하는 점을 크게 칭찬해주고 경청을 해주는 엄마가 있으니까.

    필자소개
    오승주
    제 꿈은 어린이도서관장이 되는 것입니다. 땅도 파고 집도 짓고, 아이들과 산책도 하고 놀이도 하고 채소도 키우면서 책을 읽혀주고 싶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아이가 자라는 동안 함께 하고 아이와 함께 아파하며 아이가 세상의 일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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