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와 지배구조
        2012년 10월 17일 04: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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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기금과 관련한 정용건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의 글에 이어 원종현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원의 글을 싣는다. 레디앙의 입장과는 별개이다.이 글들은 참여연대 복지동향 9월호에 실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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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론

    기업지배구조란 기업 경영의 통제에 관한 시스템으로 기업 경영에 직접·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주주·경영진·근로자 등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규율하는 제도적 장치와 운영기구를 말한다. 기업지배구조의 이론적인 시작은 주요 대기업들의 경우 소유와 경영이 완벽하게 분리된 영미계의 기업들에 대한 주주와 경영진간의 권력논쟁에서부터였다.

    그 동안 선진국에서는 우수한 기업지배구조가 기업경쟁력의 원천이며,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기본요건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왔다. 이에 따라 경제와 자본시장의 국제화가 가속화되면서 건전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국제규범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러한 선진형 주주권의 행사를 논하기에 앞서, 특정 지배주주가 존재하고, 이들이 경영자로서의 권한을 가지고 다른 여타 주주들과 분리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문제조차 해결되지 못한 상태이다. 이로 인하여 소수 지분을 가진 특정 ‘오너’들이 기업을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게 되어, 비합리적인 경영행태를 종종 보이고 있으나, 이에 대한 사회적, 법적 책임은 미비한 상황이다.

    그리고 실제 대기업 오너들의 이러한 후진적 행위로 인하여 국내 주식에 오너리스크(owner risk)로 나타나며, 한국주식 저평가 (korea discount)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중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주주권을 통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방안이었다. 실제 주주권을 통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노력은 2001년 참여연대를 통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실제 국민연금기금이 국내기업의 대주주로서 그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본격적으로 제시된 것은 2002년부터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공적연금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된 의견은 연구소나 펀드운용사, 혹은 학계에서 이론적으로 제기되는데 불과하였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공적연금의 주주권 행사 논의는 지난 2011년 정부에서 공적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언급하면서 표면화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최근 재벌 지배구조 개혁 등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가 주요정책으로 부상하면서, 선제적으로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을 통한 우리나라 재벌구조에 대한 개혁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적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 문제는 이제 국민연금기금만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정책적 방향을 설정하여야 하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회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을 「국민연금법」에 명시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주주권 행사의 문제점은 공적연금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공적연금에서 행사하는 주주권이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발현되느냐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현재 논의되는 사항에서 누구도 주주권에 대한 행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우와 같이 일반적으로 집단형 소유기업의 형태로서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계열사를 설립하고 지배주주가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체계가 발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부자유스러운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IMF 차관공여 조건에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IMF의 차관공여 조건은 주로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졌던 반면 한국의 경우 이례적으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에 관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시 국내의 기업지배구조가 외부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얼마나 취약하게 보였는지를 나타내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사회적 활동방안 토론회(사진=참여연대 자료사진)

    이에 따라 본 글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공적연금의 특성을 살펴보고 사회적 자산으로서의 공적연금의 입장에서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의 필요성을 언급하고자 한다.

    공적연금기금으로서의 특성과 주주권

    이론상 공적연금기금의 실제적인 주인은 가입자들이다. 그리고 기금운용자는 가입자를 대신하여 기금을 운용하여 가입자들이 퇴직 후에 정해진 연금급여를 지급하는 의무를 가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 체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논리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우선 공적연금기금의 실제적인 주인이 가입자인가 하는 문제이다. 원칙적으로 가입자들은 납부된 연금 보험료에 기초하여 퇴직 후 연금급여를 받는다. DB형의 연금체계에서 가입자가 납부한 기금의 수익률과 무관하게 자신이 약속된 급여를 받는 것이다. 이는 운용의 책임이 궁극적으로는 운용자에게 있는 것으로 운용과정에 대하여 가입자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실제 가입자가 납부하는 연금보험료만으로 기금이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절반 이상이 국가에 의해 보조받게 되는 상황에서 가입자는 납부된 기금을 넘어서는 기금전반에 대한 주인으로 간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게 된다. 반면 공적연금의 대리인에 해당하는 주체로 수탁자를 꼽을 수 있다. 수탁자는 공적연금의 가입자들로부터 위탁을 받아 연금기금의 운용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기관투자자가 수익성을 최대 목표로 한 일반 투자자가 아니라, 공공기관의 경우 이들의 주주권 행사가 과연 투자자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타나게 된다. 투자의 원칙은 수익률 극대화로 삼으면서도 지배구조상의 문제로 원칙에 부합되지 않는 ‘공공이익’을 추구하는 주주권 행사의 수단으로 공공의 기금이 활용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공적부문에서의 대리인이 행사하는 운용권리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인 대리인의 문제로 압축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적연금이 가지는 지배구조의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래 급여의 지급은 현재 가입자의 연금급여 및 운용 수익으로 이루어진 기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최종적으로 가입자에 대한 퇴직 후 급여는 정부가 책임 질 수밖에 없다. 연금기금에 대한 소유권이 가입자에게 있다고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공적연금의 지배구조에 있어서 관리자이면서도 운용의 수혜자, 또한 운용결과를 얻기 위한 투자자라는 중첩된 지위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에 따라 급여의 지급 부담을 고려하면서 기금이 보유하는 채권에 대한 원리금 상환 계획과 이에 따른 미래 세대의 조세부담, 각 세대별로 부여되어야 할 공적기금의 혜택 등도 함께 반영하는 책임을 가진다.

    또한 현재와 미래에 퇴직자들의 연금급여 지급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는 자산운용에 있어서 횡단면적인 운용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시계열을 고려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야 한다. 여기에는 현세대와 후세대에 운용되어야 하는 자산포트폴리오 뿐만이 아니라, 급여부채에 대한 지급 스케쥴도 함께 반영되는 것이다.

    한편 기업을 경영하려는 목적이 아닌 투자자의 입장에서 주주권이 가지는 의의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나타난다. 첫째는 펀드자본주의적인 입장이다. 이는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하여 주주권을 통한 적극적인 기업경영을 통해 가치를 높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둘째는 경영감시자로서의 역할이다. 연금기금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는 집중된(pooling)자금을 통해 주식을 대규모로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기업경영에 대한 감시를 통하여 목적한 수익률을 추구하고자 하는 유인이 발생한다.

    반면, 연금기금의 현재 운용관리는 물론, 현재와 미래의 연금급여와 국민들의 조세부담을 책임지는 정부는 시계열상에서 국가의 효용을 극대화해야 하는 책임자로서 공적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필요성을 가진다. 사회적 책임투자도 이러한 방안중의 하나로 제시될 수 있다.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시 기업의 재무적 지표 외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투자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일반기업에서 주주들이 가지는 주주권과는 차별되는 것이다. 기금운용자들이나 일부 주주권 행사을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주장하다시피 단기적으로 수익률이 정상 수익률을 밑돌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기업을 사회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하도록 투자를 하게 된다면, 현재 일반 기업에 대한 투자 보다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경감할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이는 단순하게 수익률 제고를 통한 기금규모의 성장뿐만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가의 상승, 국가경제 발전에 대한 기여 등 부수적인 사회적 혜택이 포함되며, 국민연금 채권보유에 따른 후세대 부담도 경감할 수 있음을 포함한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필요성

    (1)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반대의견

    주주권 행사에 대한 반대는 자본주의의 기본 이념을 부정하는 행위와 같다. 단지, 최근 공적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들의 기저에는 이들의 주주권의 행사가 주주의 이익극대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깔려있다. 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통제를 공적연금의 힘을 빌어 시행함으로써, 정부가 관치의 오명에서 벗어나려는 것뿐이라고 의심하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국민연금기금과 관련한 대외적인 활용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는 와중에 과연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이 정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주주권의 적극적 행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언급하였다는 것은 그 저의에 대해 충분히 의심을 사고 남을 일이다.

    국민연금기금이 순수한 재무적 투자자임을 강조한다고 하여도 공익부문에 대한 배려나 사회적 투자 성격의 투자를 수행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는 국민연금의 실질적인 소유자가 가입자와 정부, 혹은 후세대 인구들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필요한 부문이다. 더구나 국민연금기금의 실질적인 운용을 심의·의결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가입자와 사용자를 대표한 각계의 인사들과 정부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어, 기금의 운용측면 외에도 많은 부문을 논의하여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현재와 같이 국민연금이 대기업들의 대주주인 상태에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게 된다면 정부는 합법적으로 국민연금의 주주권을 통하여 실질주주의 이익극대화 보다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한다던가, 초과이익공유제와 같은 대ㆍ중소기업 상생을 경영목표로 삼도록 압력을 행사할지도 모른다는 식의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이다.

    이럴 경우 원래 주주권 행사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목적인 주주이익의 극대화나 기업가치의 개선을 얻기 어려우며, 주주권의 행사는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자본주의에 독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가능한 중립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견해는 기업가치의 변화에 따라 주식의 매매에 집중하여야 한다는 투자원칙에 기초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관투자자의 소극적 투자원칙을 내세우는 Wall Street Rule로 여기에서는 경영진과의 갈등상황이 발생할 경우 분쟁을 일으키기 보다는 투자를 회수하는 것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물론 자산운용사의 경우 운용철학과 투자기간에 따라 주주권 행사에 관한 상반된 입장이 있을 수 있어, 주주권 행사를 위해서는 행사절차 및 인력확보와 같이 수반되는 각종 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는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수익성의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Wall Street Rule은 국민연금과 같이 한 기업에 상당부문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의 경영방침이 투자자의 입장과 다를 경우 투자자가 주식을 처분할 움직임만으로도 해당 기업은 투자자의 의견을 추종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반대논리로는 공적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켜 준다는 것에 대한 이론적인 근거가 되었던 CalPERS Effect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다. 기존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를 주장하는 의견 중 많은 부문이 적극적 주주권의 행사로 실제 주식가치가 크게 상승하였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 기업의 성과와는 무관하며, 오히려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연구들도 제시되고 있다. 실제 기관투자자의 입장에서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연금이 기업경영에 간섭함으로서 우려되는 중요한 근거로 연금사회주의의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연금운용기관의 주식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연금의 주인인 노동자들이 기업경영에 영향을 주어 기업의 경영이 노동자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2) 주주권 행사의 필요성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야 하는 데에도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국민연금기금은 연금수혜자인 국민에 대하여 충실 및 선관주의 의무가 있다는 점, 둘째「국민연금법」에서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재정의 장기적인 안정유지를 위하여 주주권 행사는 기금의 의무라는 점, 셋째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제한하면 주식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 등 많은 근거를 제시하게 된다. 그러나 본 글에서는 이러한 재무적인 이유보다 주식이 가지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공적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근거로 제시하고자 한다.

    주식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장에 대한 과실을 투자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는 의미가 있어, 공적연금기금이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은 피투자기업의 성장을 기금을 통해 지원하고 그 성장의 결과를 가입자들에게 나누겠다는 것이다. 주식의 매매는 실제적으로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즉, 기업의 가치는 생산성의 상승뿐만이 아니라, 국내경제 발전에도 비례하여 성장하므로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기금의 입장에서도 국가경제의 성장으로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고, 그 상승분에 비례한 만큼의 주식 평가액이 상승하게 되므로, 궁극적으로는 가입자들에게 국가경제 발전의 과실이 나누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주식을 통해 국내 기업의 성장이 그대로 가입자의 이익으로 귀속되며, 반대로 국내 경제의 하락에 대한 책임도 가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전가될 것이다. 많은 부문 소위 국민주가 가지는 의미 역시 국가 산업의 성장을 골고루 국민들이 함께 공유하겠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공적기금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수익성뿐만이 아니라, 국가의 기업이라는 의미에서 국가경제의 성장 혜택이 퇴직 후 소득에 대한 기여로 연결하고자 하는 의도가 포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집단의 왜곡된 지배구조로 인하여 기업성장의 혜택이 온전하게 투자자인 국민들에게 이전되지 못한다면, 이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바로잡아야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그 여러 방법 중에서 주주권의 행사가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설사 공적연금의 운용에 정치적인 압력이 반영된다고 하여도 주주권 행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더하여 주주권행사로 인하여 실제 기금운용 수익률이 감소한다고 하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배구조 개선은 공공재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는 기금운용 수익률이 실제 연금가입자들의 수급권과는 상관성이 없으며, 연금 지급자인 정부의 입장에서는 후세대의 부담뿐만 아니라 현세대의 후생까지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는 정부의 의지와 관련이 있는 사항이다.

    결론

    이글에서는 실제 국민연금기금은 기관투자자로서 주주권을 논하는 문제라기보다는 국민전체의 자산을 운용하는 공적기금의 입장에서 주주권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공적연금기금은 가입자 개인의 적립자산으로 보기보다는 사회적 자산이라는 입장에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즉, 개인의 퇴직 후 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자산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점에서 노후세대의 퇴직 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하여 준비하는 자산이다.

    그러므로 굳이 CalPERS사례에서 언급되는 투자수익률 개선논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여도 기업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서 받는 이익은 그 기업의 발전을 사회적으로 함께 공유한다는 의미만으로도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의 필요성이 감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주가의 하락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도 동시에 발생한다. 기업의 성장을 사회적으로 공유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국가경제의 공유자로서의 기금은 기업의 경영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여 사회적 부담을 줄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운용을 위한 여러 위원회 중에서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전문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주주권 행사의 실적이 매우 소극적이고 저조하다는 점이 오히려 국민연금기금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보여질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이 말 그대로 외부의 간섭없이 독립적이라면 보유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는 사항들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여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립성을 이유로 한 지배구조의 개선은 아직 이르다. 이는 오히려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더욱 훼손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독립된 기금운용을 책임지는 인사들에 대한 선출이나 운용행위에 보다 경제부처에 의한 직접적인 간섭이 용이해지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기금운용의 성과만을 최대 목표로 하는 운용자에 대한 성과평가를 엄격하게 적용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문제는 지배구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적극적인 운용의지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얼마만큼 착실하게 수행하느냐의 의지로 보여져야만 하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에 마련되어 있는 주주권 행사 지침을 보다 현실적으로 체계화하고, 행사내역을 국민들에게 공시하는 것이 주주권 행사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빠르고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현재 기금운용에 대한 성과평가는 국민연금연구원 및 외부평가사에서 수행하는 바, 이에 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사항도 평가항목으로 포함시켜 외부에서 주주권 행사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가체계를 확립시킨다면, 주주권 행사에 반대하는 측에서의 우려는 크게 감소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굳이 정부의 간섭이 우려된다면 기금운용위원회에 정부의 위원수를 축소하여 보다 가입자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하고, 「국민연금법」상에 가입자 이익극대화를 위한 선관주의 의무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기금운용위원회에 있는 정부 인사가 아니라, 국민연금에 대한 세대간 공평성을 고려한 장기 계획이 어떻게 당기의 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을 당기의 자산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현세대와 미래세대간의 공평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지렛대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현 세대에서 설사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하여도 미래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우리나라 기업구조의 개선과 금융시장의 발전을 꾀할 방안이 있다면 이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첫발이 현재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을 위한 적극적 주주권의 발현이 될 것이다.

    필자소개
    국회입법조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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