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성과 QPR 그리고 진보정치
    과연 반전할 수 있을까?
    By 시망
        2012년 10월 17일 12: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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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영웅으로 불리던 박지성의 상황이 좋지 않다. 박지성이 2012-13시즌을 앞두고 이적한 QPR의 성적이 대단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적 당시 QPR은 박지성이 맨유에서 받던 주급을 거의 보전해 줬을 뿐만 아니라 주장을 맡겼다. 이런 상황인지라 현지에서도 박지성의 리더십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번 시즌을 앞두고 구단주들이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선수 보강을 했기 때문에 기대치는 한층 높아졌다는 점에서 7라운드 현재 1승도 올리지 못하고 겨우 2점만을 획득한 채 20위를 유지하는 QPR의 성적은 실망스런 모습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감독인 마크 휴즈를 경질하고 해리 레드냅 감독을 선임할 수도 있다는 기사가 떴다. 물론 잉글랜드의 대표적인 옐로우페이퍼 중 하나인 ‘더 선’의 기사인지라 믿거나 말거나일 가능성이 높지만, 구단주의 변덕을 누가 예측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 QPR의 실망스런 성적은 누구의 잘못일까? 감독인 마크 휴즈의 잘못?? 혹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박지성의 잘못일까? 아니면 QPR의 수준이 딱 그만큼인 것일까?

    일단 마크 휴즈가 좋은 감독인지에 대한 논란은 분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마크 휴즈 때문에 QPR의 성적이 바닥이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축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사진 = '퀸즈 파크 레인져스' 홈페이지

    그럼 팀의 수준이 원인인 것일까? 선수들의 면면을 볼 때 그 말에 동의할 사람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QPR의 주급 수준은 강등권에서 놀기에는 너무 많으며 선수들의 네임밸류를 볼 때 중위권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면 박지성의 리더십이 문제일까? 박지성이 QPR에서 주장이 됐을 때 과연 박지성이 주장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박지성이 국가대표 팀에서 주장을 했다는 점과 QPR에서 주장을 하는 것의 차이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국가대표에서 주장을 했다는 것은 그의 나이가 고참급이 됐다는 점과 맨유라는 거대클럽에서 뛰고 있다는 네임밸류가 작용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배경들이 국가대표 팀에서 주장을 하는 것에 도움을 줬다. 그러나 클럽에서의 주장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먼저 맨유라는 클럽과 박지성의 역할을 살펴봐야 한다. 아무리 애국심과 동포애를 앞장세워서 박지성 편을 든다고 하더라도 그는 맨유의 로테이션 멤버였다. 확실한 주전은 아니었단 말이다. 가끔 신인급 선수들과 같이 나와서 위기의 팀을 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위치는 로테이션 멤버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주장 완장을 채워줬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두 번째로 박지성의 캐릭터와 QPR 선수 구성을 살펴보자. 박지성의 캐릭터가 피치 안에서 엄청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박지성을 생각하면 묵묵하게 팀의 빈 곳을 채워주면서 가끔 번뜩이는 재능을 보여주는 스타일이지 팀 구성원을 다그치거나 파이팅을 하는 스타일은 절대로 아니다.

    세번째로 QPR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돈을 투자하면서 빅클럽의 노장선수들을 꽤나 많이 영입한 것도 박지성이 주장을 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본다. 주장인 박지성이 파이팅을 외친다고 영향을 받기에는 산전수전을 겪은 선수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면 결국 박지성의 잘못인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내가 보는 지금 QPR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욕심에서 연유한다. 대부분의 안정된 클럽을 보면 한 시즌 성적을 일정 정도 낸 다음에는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택한다. 약한 포지션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팀의 색깔은 살리면서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번 시즌의 QPR처럼 12명의 선수를 갈아치우는 짓은 거의 하지 않는 법이다. 많은 선수의 물갈이는 그만큼 팀의 분위기를 깰 가능성을 높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 간신히 강등을 면하고, 거기에 구단주가 지갑을 마구 여는 상황이었던 QPR은 한방에 많은 선수를 영입해서 약한 포지션을 강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현재 그것은 약보다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QPR이 영입한 선수들은 빅클럽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린 선수들도 꽤나 보인다.

    사진 = '퀸즈 파크 레인져스' 홈페이지

    이런 선수들이 많다는 것은 클럽에 대한 자긍심보다는 스스로의 캐리어에 대한 자부심이 먼저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과거 첼시가(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클럽을 매입하기 이전의) 타 클럽에서 밀려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던 당시에도 그런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다가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언제 그랬냐는듯 저력을 발휘하곤 했다. QPR의 선수구성이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데 문제는 그랬다간 도깨비팀이라는 소리를 듣다가 강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QPR은 지금 리그테이블 최하단에 위치해 있다. 슈거대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구단주들은 채 몇 라운드도 참지 못한 채 자금을 빼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클럽 내 주급 격차 때문에 불화가 있다는 기사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박지성이 주장으로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이 나오는 마당이다. QPR은 반전할 수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전의 기회는 있다.

    우선 클럽의 단점이 나올 만큼 다 나왔다. 더 나빠질 것이 없을 정도로 바닥을 칠만큼 쳤다는 점에서 이제 반등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에 현재 A매치 주간이어서 2주 동안 경기력을 맞출 시간을 얻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행히 QPR의 주전 멤버들은 A매치에 나가는 선수들이 적은만큼 2주라는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그동안 봤던 다른 팀을 보게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 QPR의 경기력에 대해 섣부르게 판단하고 미리 실망하는 것은 이르다. 아직 길고 긴 38라운드라는 시즌의 1/5도 끝내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다행히 QPR은 팀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됐고, 그에 따라 연말까지 가장 무서운 팀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멤버들의 실력을 볼 때 그것이 불가능할 이유도 없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지성과 박지성의 클럽인 QPR을 보면서 진보진영의 정당들을 떠올려본다. 기존의 당원과 사회당이 함께 하고 있는 진보신당과 국참계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탈당파들이 동거하던 통합진보당.

    통합진보당은 결국 시너지는 커녕 가장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하면서 결국 흩어지게 됐고, 진보신당 또한 상황이 좋다고만 할 수는 없어 보인다. 계속해서 QPR과 비교하는 것도 우습지만, A매치 주간이라는 꿀맛같은 휴식을 통해서 미래를 도모할 여지도 없이 대선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을 보면 QPR의 부활보다 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다.

    QPR의 경우 강등이 됐을 경우 어떤 전개가 일어날지 선수들은 모두 알고 있고 그러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 할 것이다. 이번 시즌 QPR이 한번 더 잔류한다는 것은 구단주의 지갑을 한번 더 열어서 내년 시즌에서 한번의 도약을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어떠한가? 어쩌면 QPR보다 강등에 훨씬 가까우며 시즌 일정으로 따지면 30라운드는 넘긴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도 신선놀음이다. 진보진영 전체를 놓고 볼 때 각자 자기 잘난 맛에 개인플레이를 하는 선수들, 정파는 있을지언정 전체를 위해 복무하는 선수, 정파는 얼마나 되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내 본심이다.

    한국의 영웅으로 자리잡은 박지성이 빛났던 것은 빛나지 않은 자리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팀을 위해서 했기에 결국 빛이 났던 것이다. 과연 진보진영의 선수들, 정파들은 얼마나 전체를 위해 플레이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올스타 팀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각자는 잘났으나 팀플레이는 전혀 없고, 성의도 없는…

    필자소개
    지역 공동체 라디오에서 기생하고 있으며, 축구와 야동을 좋아하는 20대라고 우기고 있는 30대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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