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장전입 해서라도 전학을 가라"
    [나의 현장] 제발 먼저 썩은 상자를 먼저 바꾸자!
        2012년 10월 10일 10: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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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나와 잘 지내던 교육상상 회원 한명이 자신이 아는 사람 중 ‘강제전학’ 문제로 억울한 사연을 가진 분이 있다며 만나줄 수 있냐고 연락이 왔다. 예전 지역아동센터에서 문제만 생기면 ‘강제전학’을 시키는 학교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던지라 그 문제가 궁금해졌다.

    바로 회원과 함께 그 분을 만났는데, 4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다. 그분은 성북구의 모 고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였다. 아버지는 아이가 초등학교 때 이혼을 하고 혼자 양육을 해왔는데,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담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아이가 교칙을 위반하여 강제전학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가 위반한 교칙은 교내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세 번 이상 걸렸다는 것이다. 그 학교 교칙에 ‘담배를 피우다 세 번 이상 적발 시 강제전학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라고 되어 있단다. 아버지는 자신이 클 때도 담배 정도는 경우에 따라서 용인이 되고 또는 몇 대 맞고 끝났는데 이렇게 전학까지 가야 할 사안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나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학교에서 또 다른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짐작을 해보았다.

    작년 벌점 누적 학생 강제자퇴 사건의 기자회견 모습(사진=경기민언련)

    아버지는 어렵게 아이를 키우고 있는 형편에서 이사를 하면서까지 전학을 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선생님한테 선처를 바랬으나, 학교는 7월 말까지 전학을 시키지 않으면 퇴학을 시키겠다고 했단다.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전학을 꼭 가라고 했다며 어떻게 학교가 그럴 수 있느냐고 하셨다.

    난 위장전입 얘기에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불법을 종용하며 아이를 그렇게 마치 폭탄처럼 떠넘길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학교 폭력 문제에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분리시키는 차원에서 강제전학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 경우에는 성장기의 아이들 문제이기에 아주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리고 강제전학 당사자를 받아줄 수 있는 학교를 지정해 주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난 그 아버지에게 서울시 교육청을 찾아가 보라고 했는데, 서울시 교육청에서도 학교와 똑같은 답변을 듣고 오셨다.

    절망적이었다. 더욱 절망적이었을 아버지는 학교 말대로 친구 집에 주소를 옮겨 전학 절차를 밟고 아이를 전학시켰는데, 실사를 나온 공무원한테 위장전입 사실이 걸려서 다시 본래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단다. 그리고 현재 아이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지 못하고 전학갈 다른 곳을 찾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엄연히 아이의 수업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강제전학의 다른 문제들이 궁금해졌다. 강하게 문제를 성토했던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이랑 만나 얘기를 나누다 더 화가 났다. 그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두 친구가 한 학교를 다니면서 둘 다 강제전학 조치를 당했는데 한 친구는 위에 아이처럼 위장전입을 해서 전학을 시켰다가 발각되어 다시 본래 학교로 돌아와서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가족 전체가 수원으로 이사를 갈 수 밖에 없었단다.

    또 한 친구는 엄마, 동생과 떨어져 아빠와 자취방을 얻어 전학간 학교 근처로 이사를 했다. 가족이 떨어져 살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을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한 번의 실수였을지 모를 문제로 학교에서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강제전학’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제발 사과를 썩게 만드는 썩은 상자를 먼저 바꾸자.

    * <시민모임 즐거운교육상상>에서는 강제전학(전학 권고)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부당한 일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문제를 함께 풀어보려고 합니다. 강제전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가 있다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시민모임 즐거운교육상상(070-4209-6720)

    필자소개
    '시민모임 즐거운 교육상상'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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