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약계층 근로자'와 사회적기업
    [나의 현장] 지역사회의 '사회적 공동체' 건설이라는 숙제
        2012년 10월 10일 10: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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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형 예비사회적기업 2년차인 우리 기업은 ‘일자리창출형’기업이다. 서울시에서 인건비를 지원받는 참여근로자 5명 중 30%이상 즉 2명 이상을 ‘취약계층’에서 고용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취약계층 근로자의 기준과 범위는 서울시에서 정해놓은 기준이 있기에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재활용매장 업무의 특성상, 무거운 짐을 들거나 올리거나 하는 일들이 많고 운전이 가능해야 하며, 주말근무도 가능해야 하며 수선 등의 일들도 가능한 사람 등. 내부적인 조건들을 따지다보니 조건에 맞는 ‘취약계층 근로자’를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채용공고가 나간 후에 들어오는 서류들을 보면, 보통 취약계층의 조건을 한 가지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수급권자이면서 여성가장이거나, 장애가 있으면서 장기실업상태이거나, 고령자이면서 수급권자 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인, 이주여성, 장애인 등 취약계층 대상의 교육 모습

    이런 계층일수록 주말에는 아이를 돌보거나 부양가족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주말 근무가 힘들고, 보통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위치에 있다 보니 최저임금에 맞춰 주는 인건비로는 생활이 힘들다.

    무조건 고용해야 하는 취약계층은 2명인데, 아직 1명밖에 채용하지 못했고 이제 곧 노동부인증 사회적기업 신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면서 가끔 들어오는 서류를 검토하고 면접을 보던 와중에 핸드폰으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근처 자활을 통해 노원구에 있는 복지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우리 매장에서 사람을 뽑는 다는 말을 듣고 전화를 하셨다고 하기에 전화상으로 몇 가지를 확인하고 만나서 면접을 보기로 했다.

    1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딸 하나를 키우고 있다고 얘기하면서 국내에서 사업을 작게 하다가 정리하고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셨단다. 그런데 그 일이 잘 안되어 빚만 잔뜩 지고 단칸방 얻을 돈 한푼 없이 한국에 들어오신지 얼마 안 되셨다는 얘기였다. 지금 복지관에 나가서 일을 하며 받는 월급이 너무 적어서 생활이 너무너무 힘들다며 꼭 여기로 옮기고 싶다고 하시면서 주말 근무도 다 가능한데 다만 일요일에는 종교 활동 때문에 출근시간만 조금 조절해줄 수 있겠냐는 얘기를 덧붙이셨다.

    사실 주말 근무를 하면서 어려운 점이 직원들의 종교 활동에 대한 부분이긴 한데, 모든 직원이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 면접 때 확인을 다시 하기도 했으며,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라 원칙적으로 그렇게는 안 된다는 얘기를 드린 후에 의논해보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다.

    얘기는 여기서부터였다. 그 분이 조금만 더 얘기를 들어줄 수 없겠냐고 하시면서, 본인이 살아온 얘기를 쭉 하셨다. 마지막 끈이라도 잡겠다는 심정이라고 하시면서 가끔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고 목이 메이기도 하면서. 그래서 적은 월급이기는 하지만 이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너무나 간절하다는 얘기를 하시며 한참이나 어린 나에게 잘 부탁한다는 당부를 수십 번을 하고 가셨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만은, 그래도 회사에서 고용하기로 정해놓은 업무기준과 역할이 있기에 이사장님과 상의 후 채용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입장을 통보해드렸지만, 가게문을 열고 나가던 그분의 절박한 뒷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지역에 저런 사연을 가진 ‘취업 취약계층’이 얼마나 많을까. 그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줄 수 없을까. 사회적존재로, 활동할 수 있는 재교육을 받게 할 수 없을까? 지역에서 사람들의 관계망을 함께 만들 수 없을까. 한 단체나 사업체가 일 인의 인건비를 온전히 만들기가 힘들다고 한다면, 비슷한 업종의 단체들이 ‘일자리네트워크’를 구성해서 인건비를 공동으로 만들고 그 인력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그런 방법은 없을까? 그러면 한 단체가 가지는 인건비에 대한 부담도 줄이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을텐데..

    그렇게 채용되는 사람들과는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까, 그들과 우리 기업의 관계는 단순한 노무관계일까, 채용된 ‘일반 근로자’들과 ‘취약계층 근로자’들과의 관계형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앞에서 면접을 보신 분이 일요일 오전에 종교 활동의 시간을 좀 양해해 달라고 했던 이유는, 이전에는 정말 넉넉하게 살다가 갑작스럽게 나빠진 집안 환경 때문에 딸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는데, 얼마 전부터 함께 종교생활을 하면서 많이 나아지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단순히 회사 내부 규칙으로만 바라볼 수 있는 것인가, 예외조항을 둔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두어야 할 것인가, 등의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단순히 저 분 한 분과의 관계가 아니라, 어찌되었건 ‘취약계층’을 채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업장인 이상 아마도 이런 고민은 계속 될 것 같다.

    지역사회에서 사회적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과 서로 진심으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생활하는 관계망을 만드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동안 계속되는 숙제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필자소개
    노원구의 사회적 기업 '리포미처'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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