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발과 죽음의 대한민국,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 필요해
        2012년 09월 28일 03: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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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총은 28일 “연일 발생하는 대형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지도 감독하지 못한 고용노동부의 직무태만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기업살인법’ 제정을 촉구했다.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을 때 기업을 강력히 처벌해 더이상 억울하게 죽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률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폭발사고에 용광로 쉿물을 뒤짚어 쓰고 죽는 사고

    한국노총에 따르면 지난 8월 LG화학공장 폭발사고로 8명의 노동자가, 어제(27일) 구미 휴브글로벌 폭발사고로 현재까지 5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특히 어제 폭발사고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노동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또한 지난 27일에는 양주 신도시 공사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트럭에 깔려 사망했고 25일에는 영월 석회광산에서 중장비에 치여 1명이 사망했으며 22일에는 파주 장남교 공사현장이 붕괴해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도 일어났다.

    올 1월 이천 화재참사 산재노동자 추도 기자회견(사진=노동건강연대)

    안전장치만 있었어도 죽지 않아도 될 목숨

    이외에도 지난 10일 전북 정읍시 제3산업단지의 한 엔진부품 제조공장에서 용광로가 뒤집혀 현장에서 근무하던 2명의 노동자가 쇳물을 뒤집어쓰고 숨진 사건도 일어났다. 충남 당진의 한 철강업체에서 근무하던 한 청년이 작업 중 용광로에 빠져 사망한 지 꼭 2년만에 발생했다.

    사건 당시 쇳물 온도와 불순물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가족들은 무리한 업무와 기계 결함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피해자의 아버지는 피해자가 사고 나기 전 5일간 야간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쉬는 날인 일요일데도 회사의 요구에 따라 잔업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것.

    또한 새로 설치한 기계를 충분히 시험가동도 하지 않고 관리자 없이 무리하게 운행시킨 것이 죽음으로 몰고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인터뷰를 통해 “10만원짜리 안전펜스만 설치했어도 (용광로가)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지도위원은 “(사고가 나는 사업장은) 대기업의 하청기업들이다 보니 원래 책임져야 될 사람은 아무도 책임을 안 지고, 하청업체 경우에는 안전펜스 설치보다도 ‘사고가 나서 사람이 사망했을 때 보상금은 산재에서 나가는 것’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민주노총도 “사업장 90% 이상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고 노동자가 죽어나가도 법원의 처벌은 벌금 몇 백만원이 고작”이라며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돼도 노동부는 자율안전만 내세우고 인력부족을 핑계로 사업장 관리 감독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우리나라에서 하루에만 8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죽어나간다”며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산재사망 1위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구조적 살인, 산재사망 처벌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기업살인법 제정이 산재 사고 막을 수 있어

    우리나라는 산재 사망사건에 대해 기업 처벌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19일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과 노동건강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 따르면 지난 해 주요 산재 사망 사건의 형량은 대부분 벌금형이었다. 노동자가 3명이 사망한 사건에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현장소장이나 하청회사가 몇 백만원의 벌금을 내는 것이 전부이며 원청은 무죄를 선고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용광로 사망사고 대책 토론회(사진=노동건강연대)

    반면 지난 2008년부터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이 시행되고 있는 영국은 산재사망을 단순한 과실치사로 보지 않고 살인죄로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에 다르면 이 법을 위반할 경우 기업은 1년의 총매출액중 2.5%에서 10% 범위 내에서 벌금을 내야 한다. 법을 심각하게 위반할 경우 벌금의 상한선은 없다. 벌금 이외에도 해당 기업은 범죄 사실을 지역 또는 국가의 언론에 광고해야 한다.

    영국의 기업살인법의 첫 적용사례는 지난해 2월 지반 침하로 노동자가 숨진 사건이었다. 법원은 해당 기업에 벌금 7억원을 부과했다. 이렇다보니 영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산재사망률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에 대한 처벌 조항이 있다.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노동자 사망 사고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러한 현행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사업주가 준수해야 할 의무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고, 산재 사망사고 발생 시 의무 준수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이 사업주에게 없기 때문이다. 또한 수사권을 행사하는 노동부의 인적, 내용적 한계도 있다. 이에 노동건강연대는 노동부의 수사권을 실질적으로 보강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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