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국가 스웨덴의 속살을 살피다
    [책소개]『스웨덴을 가다』(박선민 /후마니타스)
        2012년 09월 29일 09: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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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박선민을 말하다

    저자는 최초의 진보정당 보좌관(가운데 한 명)이었고 진보정당의 (이제는 유일한) 최장수 국회 보좌관이다. 제자리에 있을 뿐인데 소속 정당이 계속 바뀌는 비운의 ‘진보 정당인’이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재야의 인기 강사(입법 과정 및 보좌관 업무 분야)이다. 일찌감치 귀농해 8년 동안 농사에 전념했지만 결국 빈손으로 (사실, 빚만 잔뜩 안고) 상경했던 전직 농부이고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 경로가 단순하다고 말한다. 학생운동 4년, 농민운동 9년, 진보 정당에서 8년을 보냈더니 40대가 되었단다. 변화와 낯선 환경을 두려워해 한번 뭔가를 시작하면 계속하는 성격은, 지금 그녀를 ‘진보정당 최장수 보좌관’이 되게 했다.

    얼핏 단순해 보여도 굴곡 많은 길이었다. 1991년 백골단에 쫓겨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을 때 구해 준 이가 지금의 남편이다. 평생 농민이 되겠다고 함께 서울을 떠났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더미를 어쩌지 못해 전기세도 제때 못 냈다.

    더는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즈음, 겨우내 정성 들여 키운 애호박을 수확하지도 못한 채 8년 농사를 뒤로하고 진보 정당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그러고 나서도 잔잔한 날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제자리에 있을 뿐인데 소속 정당만 계속 바뀌었다.

    한 가지 더 있다. 세 아이의 엄마다. 아이 셋을 둔 ‘아줌마’가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여의도에서 온종일 시달리고 집에 돌아와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아이들에게 ‘잔소리 4종 세트’를 쏟아붓고 나서야 모니터 앞에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 책은 2010년 국회에서 선정한 해외 연수 대상자가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나라에 대한 이야기이자, 진보 정당을 통해 더 나은 한국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람 여섯 명이 스웨덴행 환불·변경 불가 항공권을 끊었던 그해 겨울, 10일간의 기록이다.

    보좌관들의 좌충우돌 여행기, 복지국가의 모델 스웨덴을 가다

    “런던은 세계적으로 물가가 비싼 도시 중 하나다. 스톡홀름의 물가는 런던보다 월등히 비싸다.”
    “슈퍼마켓에서 술을 팔지 않는 나라”
    “땅 넓고, 소득 많고, 행복하고, 세금이 엄청난 나라”
    “장애인 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지만, 장애인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나라”

    2004년 5월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입하면서 최초의 진보정당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그때 최초의 진보정당 보좌관도 탄생했다. ‘첫 번째’가 주는 막중한 책무감은 부지기수로 새는 날밤으로 어떻게든 덜어낼 수 있었다지만, 그렇게 해도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사회복지 전공자가 아니면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한 것만 햇수로 8년. 줄곧 무상교육, 무상 의료를 주장했지만, 정작 보편 복지가 실현된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가 늘 궁금했다. 언제고 기회가 닿으면 찾아가서 눈으로 보고 배워 오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보편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스웨덴을 다루는 책이 쏟아졌다. 깊이 있게 스웨덴 모델과 복지 정책, 역사를 소개하는 책들은 꽤 있지만, 여행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래서 스웨덴을 가겠다고 결심하기까지만 쉬웠을 뿐 정작 스웨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여섯 명이 떠날 준비를 하기란 무척 힘들었단다. 그 와중에도 엄청난 비용에 놀라 현지 코디네이터 섭외마저 포기하고 직접 일정을 짜기로 한 그들.

    스웨덴에서 어디를 방문할지 계획을 세우고, 만날 사람이나 기관과 연락하는 일 등을 서울에서 모두 해냈다. 왜 만나려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려 하는지를 메일에 적자니 스웨덴 사회에 대한 자료를 섭렵해야 했다. 여기서 공부를 다 하면 스웨덴에서는 뭘 배우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물론 스웨덴에서 배운 것이 없었다면 이 책이 나오진 않았을 거다). 스웨덴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직접 가진 못해도 스웨덴 사회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자는 것이 이 책을 쓴 첫 번째 이유다.

    우파 연합의 집권, 스웨덴은 복지를 축소하고 있나?

    “‘새로운 노동자당’을 표방한 보수당과 1914년 이래 최저 득표율을 기록한 사민당”
    “저임금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고용을 늘리자고 하는 보수당과 이에 반대하는 사민당”
    “연이은 해외 매각에 고용 인원을 줄인 볼보와 2011년 12월 법원 파산 결정을 받은 사브”
    “과거의 규칙으로 현재를 살아갈 수 없다며, 노동조합과 상생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경영자 단체”

    사람들에게 대표적인 복지국가가 어디냐고 물으면 여전히 스웨덴을 꼽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스웨덴도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볼보나 사브 같은 기업은 해외에 매각되었고, 스웨덴을 떠나는 사업장 또한 늘었다. 청년 실업률은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에 속할 만큼 높다. 민영화는 사민당 집권기에 이미 거의 마무리되었다.

    게다가 사민당은 2010년 총선에서 1914년 이래 가장 낮은 30.7퍼센트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복지보다 효율’을 택한 스웨덴 국민의 지지를 받아 우파 연합이 연이어 집권할 수 있었고, 이는 ‘북유럽 복지국가의 실패’를 의미한다는 분석이 한국의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된 것이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스웨덴은 복지를 축소하고 있나? 사민당은 쇠락하고 있나? 사회민주주의도 실패한 건가? 정작 스웨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증을 잔뜩 갖고 릭스다그(스웨덴 국회), 사민당, LO(스웨덴전국노동조합총연맹), SAF(스웨덴경영자총연맹), 코뮨, 삼할(장애인 기업), ABF(노동자교육협회), 복지 현장 등을 좌충우돌 누볐다. 복지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부터 현장에서 담당하는 이들까지 만나 보며 직접 확인한 대답을, 한국의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것은 이 책을 쓴 두 번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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