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의 진짜 친구는 누구입니까?
    [현장편지]닥치고 정권교체?...정리해고 비정규직 민영화에 맞서 싸운 노동자대통령 연가
        2012년 09월 27일 10: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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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대한민국은 어딜 가나 대통령 선거 이야기입니다. 쌍용차 22명의 죽음에 대한 국회 청문회도, 용역깡패들의 집단 폭력과 불법 직장폐쇄 59일만에 공장으로 돌아가는 SJM 노동자들도, 바다 건너 강정마을 주민들의 힘겨운 투쟁 이야기도 대선 때문에 이내 묻혀버립니다.

    대선의 관심은 무엇보다 정권교체의 여부입니다. 무대에 새로 등장한 안철수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로 박근혜를 꺾을 수 있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야권단일후보가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세간의 관심을 온통 대선으로 몰아갑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9월 24일 보도된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56.7%로 “새누리당이 재집권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35.3%)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보여줬습니다.

    56.7% 정권교체 35.3% 새누리당 재집권

    노동자와 민중에게 참으로 가혹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은 아련한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 준 이명박 정권 5년을 경험한 노동자들도 정권교체에 대한 바람이 적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군사 반란과 유신을 옹호하는 박근혜는 이명박보다 훨씬 가혹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민주와 개혁을 부르짖는 지식인들과 심지어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인들까지 ‘지상 최대의 과제’로 정권교체를 목 놓아 부르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전태일 동상 참배를 막는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사진=노동과세계)

    통합진보당을 탈당해 새진보정당추진회의를 결성한 무소속 심상정 의원은 지난 9월 17일 “후보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면 후보를 낼 것이고 후보를 안 내는 것이 바람직하고 효과적이라면 그 길을 선택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것은 정권을 교체하는 데 동반자가 되고 겸허하고 헌신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후보를 내도 문재인이나 안철수의 당선을 위해 사퇴하겠다는 것이지요.

    심상정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 동반자”

    진보진영 전체를 ‘맨붕’으로 몰아넣은 통합진보당은 중앙위원회에서 10월 21일 대선후보 선출대회를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말의 양심도 없다’는 비난을 받은 이정희 전 대표는 9월 25일 광화문 광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는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재집권 저지와 진보적 정권교체”를 정치적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이정희 전 대표가 후보로 출마하지만 새누리당 재집권을 막기 위해 사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8대 대통령선거일인 12월 19일 유권자들이 받는 투표용지에 박근혜와 문재인 또는 안철수 후보 말고 스스로 ‘진보’라고 자처하는 심상정이나 이정희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뜻입니다.

    안철수 경제정책 새누리당보다 온건?

    그렇다면 안철수와 문재인 후보가 노동자와 서민의 이해를 대변해줄 수 있을까요?

    지난 9월 19일 안철수 대통령 후보의 대선 출사표에는 정치라는 단어가 17번이나 나왔습니다. 그러나 노동과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는 단 한 글자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시대 비극적 죽음의 상징인 쌍용차, 용산도 한 마디 언급조차 없었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유일한 관심은 정치 혁신이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성장 동력과 결합하는 경제혁신을 만들어야 한다”며 “성장 없는 경제민주화는 바퀴가 하나밖에 없는 자전거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이명박 정권이 국민의 세금을 털어 재벌의 곳간을 가득 채우기 위해 사용했던 ‘선 성장 후 분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오죽했으면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민주당의 경제담론보다 훨씬 균형잡혀 있고 심지어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주장보다 온건하다”고 말했을까요?

    문재인 후보 ‘노동자 고통분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지난 후보 수락연설에서 “일자리만한 복지정책이 없다”며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 그는 9월 17일 노동계와 경제단체 대표들을 초청해 “일자리 방안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청년 고용 등의 주문이 있지만, 결국은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며 “노측도 일정한 고통분담을 해줘야 될 것 같고, 기업측이나 노측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998년 구제금융사태 이후 5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던 김대중 정권이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이 노동자 고통분담과 노사정 대타협이었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정리해고법과 파견법 제정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쌍용차 22명의 비극적인 죽음이었고, 900만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이라는 고용지옥이었습니다.

    <조선일보>의 송희영 논설주간은 박근혜와 안철수, 문재인에 대해 “세 사람의 경제철학은 경제 민주화, 복지, 일자리를 위한 성장이 핵심 골격으로 별 차이가 없다”며 “세 후보의 정책 차이를 발견하려면 고성능 현미경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다가올 경제위기의 먹구름

    지금 이 땅의 노동자들은 1998년 구제금융사태의 고통스런 기억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이 땅을 덮칠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올해 초 그리스의 구제금융 사태는 그리스 노동자들이 100년의 투쟁을 통해 축적한 권리가 하루아침에 박살난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다가오는 경제위기에 쓰러져갈 노동자 서민들의 절규와 한숨 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오고 있습니다.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경제공황의 시대, 제2의 IMF라는 태풍 앞에서 박근혜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문재인이나 안철수 후보가 탐욕의 재벌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브라질의 노동자 대통령 룰라의 모습

    박근혜와 문재인, 안철수처럼 재벌의 친구가 아닌 탐욕의 자본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노동자 후보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현장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13일 전국의 노동운동가들이 서울에 모여 올해 대선에서 ‘닥치고 야권연대’가 아닌 노동자대통령 후보를 통해 어떻게 대선투쟁을 할 것인지 토론하고 결정할 예정입니다.

    전국의 많은 노동자들이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싸워왔습니다. 탐욕의 자본이 저지른 정리해고, 비정규직, 민영화에 맞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투쟁했습니다.

    2001년 1월 1750명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을 벌였던 대우자동차노조 김일섭 전 위원장은 김대중 정권에 맞서 싸운 정리해고 투쟁의 상징이었습니다. 2002년 2월 철도, 가스, 전력의 민영화를 막아내기 위해 38일 동안 파업을 벌였던 발전노조 이호동 전 위원장은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낸 공공부문 민영화 투쟁의 깃발이었습니다.

    2005년부터 6년 1895일 동안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싸웠고, 생사를 넘나드는 94일 단식투쟁을 벌였던 기륭전자 김소연 전 분회장과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위해 1740일 넘게 싸우고 있는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유명자 지부장은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정리해고와 살인진압에 맞서 77일 파업을 벌였던 쌍용자동차 한상균 전 지부장과 대한문에서 22명의 영정을 부여잡고 싸워 쌍용차의 죽음을 전국에 알린 김정우 지부장은 이명박 시대 정리해고 싸움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309일이라는 죽음의 시간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싸워 살아 내려온 김진숙 지도위원이 있습니다.

    이들은 노동자와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재벌의 곳간을 가득 채웠던 자들에 맞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온 몸을 바쳐 싸운 사람들입니다. 재벌의 친구가 아니라 1700만 노동자의 벗으로 악덕 재벌을 구속시키기 위해 싸울 노동자들입니다.

    2012년 12월 19일, 노동자가 꿈꾸는 대통령

    이명박 치하를 경험한 많은 노동자들이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법, 비정규직법을 만든 민주당 정권 10년의 기억을 잊지 못합니다. 노동자들은 경제공황의 시대에 ‘닥치고 정권교체’가 또다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에게 희생과 양보를 강요할 것인지 온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소망합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져 함께 싸우는 노동자대통령 후보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불법고용으로 비정규직을 착취해온 정몽구 회장을 구속시키고, 재벌의 불법축적재산을 환수해 모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함께 투쟁하는 노동자대통령 후보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전쟁의 위험으로 내몰 제주해군기지를 막아내고 평화와 통일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대통령 후보가 나오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는 노동자들의 꿈을 대신해주는 후보가 아니라 함께 싸우는 진정한 노동자 민중의 대통령 후보, 이제는 꿈이 아닌 현실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필자소개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전 금속노조 비정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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