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선거구제, 반노동자적 악법과 구조
    [기고] '전면비례제' 관철로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전기 마련하자
        2012년 09월 24일 11: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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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배기남 부본부장이 기고글을 보내왔다. 여러가지 내부적 어려움과 외부적 악조건이 많지만 이번 대선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재건과 재기를 위한 거점, 전면비례제를 관철시키자는 주장이다. 그 목표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 현실주의적 노선, 진보단일후보를 위한 단결의 노력을 하자는 내용이다. 적지않은 논란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 논란와 논의가 의미있는 결론을 위한 불쏘시개를 되기를 바라는 맘으로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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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장은 노동계급 중심의 진보정당 건설을 위하여 2012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반드시 내고, 5%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하도록 최선을 다하며, 이를 기반으로 전면 비례제 관철을 위한 정책연합을 시도한다. 정책 합의가 될 경우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 독자완주를 하자는 것이다.

    노동자정치세력화를 불가능케 하는 소선거구제

    소선거구제는 노동진보세력을 합법정치영역에서 배제 또는 의미없는 소수로 만들려는 보수세력의 음모의 결과이자 반노동자적 악법이다. 소선거구제하에서는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 건설은 불가능에 가깝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광역대도시에서는 직장과 거주지가 별개의 선거구로 분리되어 있어 투표행위가 이루어지는 지역구에서는 노동조합의 세력은 해체되어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노동조합은 종로중구, 영등포, 강남서초송파 등 3대 밀집지에 몰려 있는 한편, 16만 노동자는 경기도에 3분의 1이 살며, 3분의 2가 서울 전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이런 연유로 노동조합의 지도자들 특히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중심이 되어야 할 산별연맹 임원급 이상의 간부들이 지역구 활동을 하지 않고 따라서 출마도 하지 않는다. 기껏 한 두석 확보할 수 있는 비례대표에 도전하면서 내부분열만 가중된다. 지역구에서는 당선가능성도 없고, 자기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책임감이 없어서가 아니다. 노동운동의 역량을 떠난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다. 산별노조 운동의 방향은 기업별노조만큼이나 소선거구제에 힘을 모으기에는 거리가 멀다. 이런 조건때문에 노동운동의 지도자가 정당활동을 하지 못하는 행태는 88년 이래 계속되어 왔다.

    전면비례제의 관철을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한다.

    대선 다자구도가 형성되면서 야권이 단일화하지 않고서는 야권 후보 중의 한사람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고 당선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후보단일화는 불가피하며,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에 진보진영도 참여하자는 것이다. 진보진영이 후보를 내어 5%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하면서 전면비례제를 위한 정책연합을 시도한다.

    여기서 전면비례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배분원칙을 의미하며, 헌법에서 지역구를 하도록 되어 있어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원용하고, 지역주의 정치구도 타파를 위해 6개 권역-서울, 경기인천, 대전세종충청강원,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호남제주-으로 나누어 명부제출단위로 한다. 더 자세한 것은 별도의 논의에서 제시하겠다. 전면비례제 하에서는 진보정당의 최근 지지율을 볼 때 30석 이상의 의석을 가질 수 있다.

    정책연합이 된다면 집권 1년 이내에 정치개혁의 수순으로 전면비례제를 통과시킬 것을 국민앞에 약속하고 후보 단일화에 참여한다.

    5% 이상의 지지를 받으려면 진보진영이 똘똘 뭉쳐야 한다. 진보정당들의 이해관계를 넘어 우선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목적이 불분명한 진보진영의 대선후보출마의 입장에 대하여

    * 후보를 내지 말고 대중투쟁을 열심히 하자는 의견.

    선거원리는 선거원리로 대응해야 한다. 후보를 내야 그 지지율을 갖고 정책연합과 단일화 원칙에 대한 교섭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지지율을 보태어 권력을 줄테니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그냥 대중적 요구는 요구일 뿐 선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대선과정에 영향력도 없고, 조합원들을 하나로 묶어 세우기도 힘들다.

    물론 한번쯤은 굶고 갈 수도 있다. 실력이 그러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진영의 분열 때문에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어떻게 추동하려는 지 답답하기만 하다.

    주장 중에는 진짜 실력이 안되고, 분열 때문에 혼란스러워 그런 입장을 피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에서 후보 논의가 무력화되어야 특정 정당의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는 얄팍한 꼼수를 가진 사람도 있다. 이것은 진보진영의 새로운 단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반드시 완주해야한다는 의견

    완주가 대선의 목표인지 궁금하다. 대선은 과정이다. 세력 결집을 도모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면 그 세력이 살아남아 2016년에 소선거구제로 국회의원을 몇이나 만들 수 있을까? 획기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상태에서 97년 논의를 반복하고 있다. 대선을 과거와 같은 선전선동의 장쯤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물론 정책연합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어쩔 수 없이 완주를 해야 하지만 대선의 의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책연합과 단일화 국면을 앞둔 완주의 천명은 전면비례제 관철을 위한 교섭카드이어야 한다.

    * 열어 놓고 하자는 의견.

    민주노총이 주최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포럼에서 다양한 의견 제시가 있었다. 민주노총의 요구에서는 전면비례제의 고민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한 단체의 대표가 다양한 요구사항 중 하나로 비례제등을 관철하기 위하여 실용적으로 열어놓고 가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대세는 아니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목표가 불분명하니 노동법 개정 등 정책 한 두개 받고 야당 지지해 주려는 의도 아니냐는 힐난의 눈초리가 느껴진다. 노동법 개정을 주장하는 건 민주노총의 너무나 당연한 요구이지만,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관점에서의 요구는 설득력 있고 강하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최선을 다하자

    주변 사람들에게 소선거구제하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불가능하고, 전면비례제의 관철을 위해 노동진보진영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고 하면 누구나 고개를 끄떡이면서도, 보수정당들이 자기 밥그릇 뺏기는 데 동의해 주겠냐며 고개를 푹 숙인다. 전면비례제의 주장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불리하니 너네 손해를 보면서 우리 유리한 거를 달라고 주장하는 듯해 민망해 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반복해서 강조하는 말이지만 소선거구제는 노동진보진영을 정치에서 배제하는 걸 보장하는 기업별노조체제를 강제하려는 것과 같은 깨부수어야할 악법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투쟁의 결기가 생긴다.

    전면비례제 관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소선거구제에 적응하여 지역구에서 당선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주장에 동의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관념이고, 조합원들을 돈 대주고 몸 대주는 데 그냥 동원하는 거 밖에 안 된다.

    올해 총선은 20년 만에 반복되는 대선을 바로 앞둔 선거여서 소선거구제에서의 야권단일화가 가능했다. 2016년의 총선에서 또 야권단일화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이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 당선된 국회의원들도 미래가 보장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의 주장 역시 진보진영이 단결해야 한다는 원칙, 당선을 좌우할 만큼 지지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노력해도 안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노력해서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면, 표현이 좀 뭐하지만 대가리박고 부딪혀야 한다. 사활을 건 노력이 경주되지 않으면 가능성이 열릴 수 없다,

    마지막으로 진보진영의 대선후보는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지지율 5%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거론되는 인물들이 누구는 안되고 누구는 되고 식의 정파적 이해관계로 접근하면 단일후보내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진보후보의 단일화방식에 원칙을 제대로 합의하고 힘 있는 단일 후보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대선의 의미와 관련하여 덧붙인다면 민주노조운동 사수와도 맞물려 있다. 지금까지 기업별노조체제에서의 복수노조와 상근자 제약으로 인해 갈수록 민주노조운동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서울지하철(메트로)과 도시철도가 대표적이다.

    그나마 시장이 바뀌면서 반민주노총 계열의 복수노조확대 움직임이 주춤했다. 새누리당이 계속 집권한다면 민주노총이 어디까지 허물어질지 알 수 없다. 심각하게 우려되는 지점이다. 일본식 노동운동으로 강제되어 가는 것 같은 불안감이 있다. 권력교체를 위한 야권단일화도 민주노조운동의 사수를 위해 의미 있는 것임을 강조해 둔다. 야당후보들도 신자유주의자들이 믿을 게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권력교체는 민주노조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데 시간벌기는 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희망의 지혜가 모아지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민주노총 서울본부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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