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방침에 대한 진보진영의 세 가지 흐름
진보진영에는 크게 세 가지 흐름의 대선과 후보 논의가 있다. 하나는 민주노총 새정치특위가 제안하는 ‘노동자 민중 후보론’, 다른 하나는 진보신당이 제안하는 ‘사회연대후보론’, 마지막으로 민교협, 진보교연, 평통사가 제안하는 ‘노동자 민중후보 추대를 위한 연석회의’가 그 흐름이다.
통합진보당과 통합진보당 탈당파인 새로운진보정당추진회의(새진추)는 이러한 세 가지 흐름에 직접 동참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 5일 연석회의가 처음으로 독자후보 추대 연석회의를 제안했을 때 통합진보당 간부들이 일부 참여하긴 했지만, 이들은 탈당파 성향이고 통합진보당 구당권파는 이정희 전 대표 단독 출마로 회생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새진추는 내부적으로 출마 자체를 하지 말자는 의견과 후보를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비슷하다.
민주노총의 노동자민중후보 대선 방침, 어려울 듯
민주노총의 경우 지난 19일 중앙위에서 대선 방침 안건이 3분만에 종료되는 등 지역 및 산별조직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민주노총이 그 방침을 실행할 여건과 능력이 안되고, 또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성향이 민주노총 내부에서 적지않아 방침 통과 자체가 쉽지 않다는 예상이다.
중앙위에서는 대선방침과 관련한 세부 논의와 26일 개최될 임시대의원대회 안건 상정 여부를 중앙집행위에 위임한 상태이다.
임시대대 전 중집을 한 번 더 개최하기로 했지만 21일 현재 중집 개최 날짜는 잡히지 않은 상태이다. 지도부 판단도 노동자민중후보 방침을 강행할 경우 임시대대 성사 자체가 불투명해진다고 판단하고 있어 대선 방침과 후보 방침 통과는 쉽지 않다. 더욱이 직선제 유예라는 또다른 뇌관도 어떻게 결론이 날지 예측이 힘든 지경이다.
진보신당의 사회연대후보 방침, 좌파단체와 연석회의 사이에서 동요
진보신당이 제안하는 사회연대후보는 민주노총의 안과 비슷하다. 진보신당은 독자 후보를 내지 않고 노동진보진영과 협의 또는 경선을 통해 통한 단일 후보를 추대해 대선에 임하자는 것이다. 지난 전국위의 방침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8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당의 대선방침을 사회연대후보를 채택했으며 그 세부 내용으로 ‘노동자민중 독자후보에 동의하고 신자유주의 연립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 및 개인과 함께 노동자 민중의 사회연대후보를 출마시키고, 완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것을 통과시켰다
이를 위해 진보신당은 좌파단위 실무협의를 몇차례 진행했다. 이 실무협의에는 진보신당 외사회주의노동자정당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 사회진보연대, 전태일노동대학,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제안자모임(제안자모임),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전선(노동전선), 좌파노동자회가 참여했다.
그러나 좌파단체실무협의에 참여하고 있는 좌파단체들의 경우도 대선방침과 대선 이후에 대한 계획에서 서로 상이한 입장을 갖고 있어 내부 갈등이 있었다.
민교협 평통사 진보교연 등이 제안한 연석회의는 민주노총과 진보신당 등이 제기하는 노동자민중후보론에 동의하며 이런 흐름이 하나로 모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노동자 민중의 독자 후보를 내자는 입장의 세력들이 모두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특히 진보신당과 좌파단체 등의 의견을 수용하여 연립정부와 독자후보의 완주 등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거의 없다.
즉 세 가지 흐름은 결과적으로 진보진영의 단일한 대선 방침을 통해 단일 후보를 출마시키자는 것에는 공통된다. 현실적으로 연석회의가 이러한 여러 흐름을 하나로 모으고자 하는 것이다.
진보신당은 연석회의의 노동자민중후보 방안이 자신들의 전국위 의결사항과 상당히 유사해 같이 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나, 우선 협의 대상인 좌파단체가 연석회의 참여 반대 의견이 강하게 있어서 지난 20일 대표단회의를 포함해 총 3번이나 논의했으나 참여 결정을 하지 못했다.
좌파토론회의 쟁점,
야권연대와 후보 완주 여부, 본질은 변혁적 계급정당과 대중적 진보정당 차이
20일 저녁, 진보신당과 좌파단체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체 그리고 그 외 몇단체가 더 참여하여 ‘2012 대통령선거 공동대응 제안 공동토론회’를 진행했다. 공통분모도 확인했지만 명확한 차이도 드러냈다.
공동주최 단체는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전국활동가대회 조직위원회(변혁정치), 사회진보연대,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제안자모임(제안자모임), 좌파노동자회,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노동전선), 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 진보신당이었다.
토론회 제목 또한 ‘야권연대 반대, 완주하는 노동자민중 독자후보의 가능성과 현실성에 대하여’라는 수식어를 붙혀 좌파단체의 내부 합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연석회의 에 대한 참여 거부를 드러냈다.
전태일노동대학은 대선 논의와 새로운 정당 건설 논의가 연계되어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대선과 후보 전술 중심으로 논의가 되는 것에는 비판적인 입장이다. 이런 입장이지만 후보 출마를 하기로 한다면 독자 완주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전태일 노동대학은 공동주최 단위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다.
연석회의 참여를 주장한 제안자모임은 주발제를 거부하고 플로어에서 연석회의와 함께하지 않는다면 진보신당-좌파단체실무협의회에서 빠지겠다는 최후통첩 입장을 밝혔다. 사회진보연대도 연석회의와 좌파단체는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는 경향이었다.
좌파단체들이 연석회의와의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이유는 연석회의가 연립정부를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그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심’의 본질은 계급정당과 대중정당이라는 이후 건설할 정당에 대한 지향과 판단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진보신당조차도 현실정치의 예측 불가능성을 이유로 독자 후보 완주 여부를 고정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후보 완주를 방침으로 명시할 경우 유연한 전략전술을 발휘하거나 협상 자체에서 배제되는 등 현실정치의 변수를 고려한 방침이다.
당일 플로어에서 토론에 참여한 연석회의의 이도흠 민교협 상임의장도 “야권연대에 대해 말미를 둔 것은 역사적으로 우리가 속아왔지만 이번 선거는 상당히 박빙일 것인데 우리가 지지율 1~3%만 받는다면 민주노총 5대 요구나 비정규직 철폐와 같은 정책적 카드를 발휘할수 있다”며 “그것을 받아줄 때 우리가 거부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약간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석회의 참여를 주장하는 제안자모임, 사회진보연대와 독자후보에 비판적인 전태일 노동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단체는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 기존 정당과의 타협이나 연대는 거부해왔고, 특히 대선이라는 주요 정치 일정에서는 더욱 완고한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제도정치의 ‘경험’ 여부에 대한 차이에서도 기인한다. 10월 재등록을 앞두고 있는 진보신당이나 진보통합을 지지해왔던 연석회의 구성원들은 새로운 진보적 대중정당 건설이라는 방향성이 비교적 뚜렷하다.
하지만 좌파단체들은 서로 세부 의견은 다르더라도 이른바 ‘등대정당’ 지향이 매우 강해 제도권 정당으로서의 성공이나 가시적인 정책 성과 등에 무관심한 편이다.
당일 토론회에서 독자 후보 전술을 펼치더라도 무소속보다 가설정당을 건설해야 정치자금법상의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방청객의 의견에도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당장 최소 10억원이라는 대선자금을 어떻게 모아야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에서도 ‘하면 된다’는 식의 낙관론이 대체적이었다.
김세균 “원칙 다른 노동자과 결별할 것이냐, 원칙 다르더라도 같이 갈 것이냐”
진보적 지식인그룹도 노동 중심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필요성을 호소하며 이 둘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좌파단체의 의견을 전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좌파단체는 연석회의의 구성원들의 과거 행적과 발언을 문제 삼거나 “야권연대를 반대하면 다 좌파냐”라는 식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제안자모임의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20일 토론회에서 “여러 갈래로 나뉜 노동자민중독자후보 논의의 통합은 필수불가결하다”며 이에 “연석회의에 대한 좌파단위의의 보다 공세적 개입과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연석회의와의 공동전선을 통해 그 내부의 야권연대 주도 세력이 있다면 공세적 태도를 가지고 왼쪽으로 끌고와야 한다는 것. 이는 역설적으로 노동자민중후보 전술에 있어 연석회의를 배제한다면 현실적으로 성사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는 것이다.
홍 부위원장은 토론회 마지막 발언으로 “연석회의를 포함한 단일 대응이 어렵다면 우리 제안자모임은 함게 하지 못할 것 같다”며 “판단과 결정은 책임있게 해야하기 때문에 참여단체들의 정식 대표단회의를 공식화해서 결정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좌파단체와 진보신당은 25일 또는 26일 대표자회의를 통해 연석회의 참여 여부를 종결짓기로 했다.
플로어에서 토론회를 지켜본 연석회의의 김세균 진보적교수연구모임 대표는 토론회 마지막 발언으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야권연대 반대, 독자 완주를 통해 대선을 돌파하자는 것은 좋다. 그러나 제 생각에 변혁적 노동자정당이나 계급정당을 찬성하는 노동자들 중 꼭 독자후보 원칙이 옳은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진 노동자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렇다면) 그들과의 관계를 끊을지 아니면 원칙이 다르더라도 같이 갈 것인지 그 문제도 생각해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진보신당, 연석회의 참여 여부 조만간 결정할 듯
좌파단체의 일련의 행동과 20일 토론회 실무과정과 그 내용에 있어 진보신당의 한 지도부는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노동자민중 독자후보를 최초로 제안해 특히 좌파단체와 함께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주도해온 진보신당의 경우 어제와 같은 토론 방식과 내용은 진보신당의 처지와 입장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외연확장과 제도권 정당으로서의 활로를 찾아야는 하는 진보신당은 이번 대선 방침을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좌파단체는 진보신당과 노동자민중후보 전술을 같이 하는 것과는 별개로 정당 창당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반대하는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토론회에서 좌파단체는 연석회의가 이번 대선 전술을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모색하자는 목표를 거부하고 비판했지만, 사실 그에 대한 비판은 사실상 진보신당의 실질적 재창당 방침에 대한 거부로도 해석될 수 있다.
좌파단체의 실무협의회를 주도해온 진보신당 입장으로서 난감한 처지가 된 것이다. 이렇게 된 과정에는 좌파단체와의 실무협의를 주도하고 회의에 참여했던 정진우 사무총장이 당 사무총장으로서 양자간의 이견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그는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대표단에 좌파단체의 입장 중 연석회의 참여를 거부하는 입장만 보고하는 등 일방적으로 특정 좌파단체 편에 서 지도부 회의에서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사무총장은 20일 토론회 개최에 앞서 19일 저녁 사임 의사를 표시했고 대표단이 20일 오전 받아들였다.
진보신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정 사무총장은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대표단에 신상발언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사퇴만 하면 다냐.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연석회의 참여여부에 대해서는 “좌파단체의 의견대로만 끌려갈 수 없다”며 다음 주 개최될 좌파단체와의 대표자회의 이전에 연석회의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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