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이 아래로 흐르듯 자연히 만날 것"
    노회찬 조준호, 진보신당 대표 예방
        2012년 09월 20일 04: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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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진보정당추진회의(새진추. 통합진보당 탈당파)의 노회찬, 조준호 공동대표가 20일 오후 진보신당의 홍세화, 안효상 공동대표를 예방했다. 통합진보당 창당 이후 신임지도부가 한 번도 진보신당을 예방하지 않아 이번 만남은 작년 통합 부결 이후 첫 공식적인 만남이었다.

    홍세화 상임대표가 “찾아주셔서 반갑다”며 “통합진보당 대표들께서는 아직 정당등록 취소도 안 됐는데도 안 찾아 주셨다”고 말하자, 노 공동대표가 “제가 사정을 잘 모르지만 결례를 범했다. 과거를 생각하면 여러가지 생각도 들지만, 다 떠나 예의로서도 인사 드리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준호 공동대표도 “그동안 뵙고 싶었지만, 대표에 합류하자마자 소용돌이 속에 빠져 그런 여력이 없었다.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안효상 대표가 “소용돌이는 좀 헤쳐나오셨나”라고 묻자 노 대표가 “지난 16일 준정당조직으로 전환을 했다. 26일 조직진로 문제와 대선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노 대표는 “진로문제는 통합진보당과 함께하지 못하는 분들과 폭넓게 논의해서 함께 만들어 가자는 의견이 대체적”이라며 “그 전에 임시로 과도적 정당을 만드는 문제를 다음 주에 결정한다”고 밝혔다. 대선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진보세력의 목소리를 내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길 희망하지만 아직 후보를 낼지 말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악수하는 홍세화 대표와 노회찬 대표(사진=장여진)

    이에 안 대표가 “대선은 독자적인 주장이 있다면 후보를 내는 게 마땅하다. 진보신당은 당의 후보가 아니더라도 한국사회에서 이른바 왼쪽을 대변하는 후보를 내 대선을 치르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히며 “현재로선 저희 목소리가 작지만, 정권교체로 담을 수 없는 민중의 요구와 삶의 처지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민중후보연석회의’에서 새진추, 진보신당 만나나?

    노 대표가 민교협 등이 제안한 ‘노동자민중후보 추대를 위한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묻자 안 대표가 “현재는 참관만 하고 있다. 연석회의가 아직 구성된지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고 진보신당도 좌파단위들과 대선논의를 하는 와중이어서 조율을 하고 있다”며 “예상컨대 다음 주 정도면 본격적으로 참여해 논의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밝혔다.

    다시 안 대표가 노 대표에게 연석회의와 관련해 물어보자 노 대표는 “새진추도 지난 일요일에 만들어져 아직 지켜보고 있다”며 또한 “저희가 가서 무언가를 주장하고 제안할 위치도 아니다”고 답변했다.

    새진추의 과도적 창당과 대선 이후 창당에 대해 노 대표는 “그간에 진보정당이 보여왔던 한계나 폐단을 넘어서는 제대로된 당을 만드는 것이 저희 힘만으로 가능하다고 보진 않는다”며 “세력의 기계적 통합만으로도 보지 않고 당의 셩격이나 방향이 근본적으로 재정립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노 대표는 “스스로 진보정당을 자처한 이상 노동을 중시해온 건 사실인데 결과적으로 스스로 평가하면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며 “시민이 참여하는 진보정당이라도 노동이 중심인 정당이어야 하며, 시민이 참여하는 진보정당은 넒은 논의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홍세화, “양적 세력규합만으론 진보정치 지리멸렬만 가져와…연립정부 경계”
    노회찬, “세력의 기계적 통합 안돼…정권교체만으로 진보정치 전환할 수 없어”

    이에 홍 대표는 “우리 사회 진보좌파 정당 결집에 있어서 신자유주의 반대를 얘기했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고, 질적 전환없이 양적인 세력 규합만 해왔던 결과가 지금 진보정치의 지리멸렬을 가져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한 홍 대표는 “정권교체라는 중차대한 과제가 있지만, 설령 정권교체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파국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점과 정권교체의 중요성 때무에 연립정부가 이뤄진다해도 그 시기 야당이 수구보수정당만 남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우리는 그래서 연립정부 흐름에 대해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노 대표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이른바 87년 민주화 이후 25년이 흘렀지만 권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만 오갔고, 우리도 정권교체를 말하지만 양 세력을 오가는 정권교체로만 끝나거나 반복되서는 안 된다”며 “그야말로 변증법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 대표는 “유연한 정치적 전술을 펼치더라도 진보세력이 강화되는 방향성이 전제될 때 의의를 갖는다”며 지난 총선 거제와 창원갑과 을의 실패를 언급하며 “많은 경남 분들이 제대로 잘했으면 진보신당을 포함해 저희도 서로 윈윈할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못한 것에 가슴 아파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그건 누구의 탓도 아닌 우리 탓이라고 본다”며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진보세력이 필요할 때 결속하고 연대하고 공동전선을 펼쳐야 한다. 시행착오를 넘어서야 하지 않나라고 성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홍대표는 “우리는 지금까지 노동대중이나 서민들이 희망하는 진보정치세력의 결집이란 대의를 한 번도 부정한 적이 없다. 그런데 상황의 전개가 결국 끊임없이 압박 속에서 진행되면서 악순환됐다”며 “진보세력이 결집해야 한다고 할 때의 핵심은, 마치 물이 아래로 흐르듯 우리도 아래로 흐른다면 자연스럽게 만나게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노회찬 대표도 “물의 속성 중 가장 배워야 할 게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물은 섞일 때 어디서 왔는지 따지지 않는다. 바다가 바다인 이유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라며 “앞으로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21세기 진보의 지향은 진보적 다원주의라 믿는다. 긴 걸음 가는 데 논의도 드리고 지혜도 함께 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새진추의 진보신당 방문은 특히 진보통합을 주도하다 진보신당을 탈당한 노회찬 의원과 독자파의 입장을 고수해온 홍세화 대표의 만남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깊은 자리였다.

    또한 구체적인 야권연대, 연립정부에 대한 시각은 다를 수 있어도 큰 의미에서 단순한 정권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서로 확인하며 향후 만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하고자 했던 점에서 두 정치세력의 화해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노회찬 대표의 방문에 중앙당의 한 중견당직자가 피켓을 들고 당사 입구에서 노회찬 대표 방문을 저지하는 시위를 벌였으나 대표단의 설득으로 새진추 대표단의 진입을 막지 않아 큰 마찰은 없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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