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폐지가 정답
정부의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 비판
    2012년 09월 20일 11: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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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방안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30일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료가 주기적으로 급등하는 등 소비자 불만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번 대책의 추진배경이라고 설명한다. 가입자가 3,000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 급여부분을 제외한 의료비(법정본인부담금+비급여)를 보장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손의료보험이란 실제 손실형 의료보험의 줄임말로, 질병에 걸렸을 때 약정된 금액을 지불하는 정액 보상이 아니라 실제 발생 의료비용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정부의 언급대로 많게는 3년만에 60%까지 보험료가 인상되는 등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폭등 문제는 심각하고, 무질서한 민간의료보험 시장에 대한 규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실손의료보험 시장을 규제하여 보험 가입자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함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실손보험상품에 대한 규제안들이 대체로 실효성이 없는데다 민간의료보험 업계가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왔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환자 정보 활용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은 2000년대 초부터 정부와 보험업계가 꾸준히 추진해왔던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보인다.

보험료 급등 문제 해결과 상관없는 생색내기 대책

이번 대책은 크게 상품구조 개편과 보험금 지급심사 강화의 두 축으로 나뉜다. 그 중 상품구조 개편안은 실손의료보험 단독상품 출시 의무화, 보험료 갱신주기 단축, 보장내용 변경주기 현실화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보험사들에 해가 될 것도 없고 가입자에게 득이 될 것도 없는 생색내기 대책일 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실손의료보험 단독상품 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은 보험 가입 초기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가입자들이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내용을 파악하기 쉽게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다른 보험상품의 특약 형태로 실손의료보험을 끼워팔기 하면서 발생되는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독상품 출시 의무화는 과도한 보험료 인상 문제의 해결과는 무관하다.

보험료 갱신주기 단축은 실손의료보험이 기존에 3년마다 갱신되던 것을 1년마다 갱신되도록 하자는 것인데 갱신주기가 3년이든 1년이든 가입자 입장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 중요한 것은 갱신주기가 아니라 보험료의 과도한 인상이기 때문이다. 보험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험료 변동 폭이 높을 경우 사전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과 보험료 인상한도를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되어 있는데 모두 실효성 없는 대책이다. 실질적으로 보험사들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장내용 변경주기 현실화 안도 마찬가지다. 기존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상폭이 커서 고연령에서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료를 인상하는 대신 보장범위를 축소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너무 비싸서 가입하지 못하든, 보험에 가입해도 질병 범위가 협소하여 의료비를 보장받지 못하든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지금도 보험사들은 흔한 질병은 보장범위에서 제외하고 희귀한 질병들을 무더기로 포함시키는 등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 이번 대책이 현실화되면 보험사들은 껍데기뿐인 보험 상품을 고연령의 가입자들에게 팔면서 또다시 폭리를 취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상품구조 개편안은 보험료의 과도한 인상 문제, 고연령에서 의료보험에 가입하기 힘든 문제 등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책에 불과하다.

보험자본에게 주는 선물, ‘심사권한 강화’

이런 점에서 이번 대책의 핵심 내용은 상품구조 개편안이 아니라 보험금 지급심사 강화 방안, 그 중에서도 보험사가 비급여 의료비의 청구내용을 확인하는데 심평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책에서는 ‘(실손의료보험의) 지급보험금 비중이 큰 비급여 부분에 대한 관리·심사 부재’를 보험료 급등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보험사가 비급여 의료비의 청구내용을 확인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므로, 여기에 심평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적 내용이다. 우선 보험사가 심평원을 활용하여 비급여 진료비의 요양급여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및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추후 비급여 수가기준 마련 및 적정성 심사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과도한 비급여 진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적절하지 않은 비급여 진료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의 강화와 실질적인 제도 운영의 담보, 나아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비급여 진료를 늘리려는 현재의 민간 중심 보건의료체계의 개혁을 통해서 달성해야 할 일이지 민간보험 회사에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해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이번 대책에서는 보험사에게 관리·감독 권한을 주면 보험료 인상이 억제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관리·감독을 통해 보험금 지급이 줄어들면 보험사가 알아서 보험료를 인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60%에도 훨씬 못 미치는 지급률로 지탄을 받고 있으면서도 3년 만에 60%가 넘는 보험료 인상을 단행하는 보험사들이 알아서 보험료를 인하할 리 만무하다. 보험사들은 관리·감독 권한을 보험금 지급을 줄이고 가입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데에만 활용할 것이다. 비급여 의료비 확인 장치 마련 안은 보험자본의 이윤 추구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도와주도록 허용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향후 건강보험공단의 의료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보험업계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비급여 가격의 적절한 통제 및 보험료 인상률 안정화 등을 명분으로 삼겠지만, 그 진정한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에 있다. 보험자본의 궁극적인 목적은 의료비 심사를 보험사가 직접 담당하고 의사의 의료 서비스 제공과 환자의 의료 정보 및 의료서비스 이용을 직접 통제하는 보험자본 중심의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종합개선’ 불가능한 실손의료보험, 폐지만이 해답이다

이번 개선대책으로 실손의료보험료 인상률을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험료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의 핵심 원인은 보험회사들의 이익추구인데, 이번 개선대책에는 이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규제책은 마련하지 않으면서 보험자본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날개만 달아준 셈이다. 이번 대책이 발표되자 보험사들의 주가는 상승했고, 금융계에서도 보험업계에 손해될 것이 없는 대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간의료보험의 보험료 급등 원인은 보험사들의 과도한 이윤 추구 그 자체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에 매진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팽개치고, 의료시장화를 계속 해왔던 정부 정책에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도입 때부터 낸 보험료에 비해 실제 받게 되는 보험금이 낮고, 병력자, 장애인, 노인처럼 보험이 정작 필요한 사람은 가입을 거절하는 등 보험의 진정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판받아왔다. 또한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건강보험을 대체하고 민간보험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보험자본 전략의 일부다.

실손의료보험의 문제를 ‘종합개선’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국민 건강의 미래를 민간보험회사에 맡겨서는 절대 안 된다. 정부는 기만적인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 대책을 철회하고, 정액형을 중심으로 민간의료보험을 제한하는 방식의 실질적 규제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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