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가 바뀌었어요~!"
[진보정치 현장] 내 마을을 변화시키는 소중한 실천들
    2012년 09월 18일 03: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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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스스로, 다양하게, 소통하면서 도시공간을 변화시켜

내가 살고 있는 옥산동은 옥산굴다리를 통과하여 성암산 밑에 형성된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보통 도시가 그러하듯이 주위를 둘러보면 대부분 똑같은 모양의 건축물인 상가와 아파트, 일직선으로 뻗어있는 도로, 은행나무 가로수 등… 획일적인 도시공간으로 인해 숨이 막힐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아파트 담장을 좀 재미있게 꾸미거나 예쁜 꽃들로 장식 할 수 없을까? 옥산동의 관문인 옥산굴다리를 회화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중방동 주민자치 센터에서 경산시장 돼지골목 안쪽동네에 ‘2010 마을미술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는데 의견청취를 위한 참석요청이 왔었다.

시에서 추진하려는 곳은 골목이 비좁고 인적이 드문 곳인데 이 거리를 ‘하늘공간 미술관 남천’을 주제로 벽화작업을 통해 아름다운 마을 미술관으로 바꾸는 사업이었다.

사업계획서를 살펴보니 재미있는 표현물들이 있었고 특이한 점은 주민참여 벽화작업이 있었다. 이 동네는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주로 사시는데 기꺼이 벽화 작업에 참여해 주셔서 작가팀이 일하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이 작업이 완성된 이후 동네주민들은 어둡고 칙칙하기만 한 거리가 환해졌고 다양한 작품으로 조성되니 꼭 미술관에 온 것 같다며 기뻐하셨다. 또한 무심히 지나가던 시민들도 웃으시면서 작품 한점 한점을 둘러보시는 등 관심을 가지셨다.

이후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재미있는 그림을 상상해보았다. 아파트 벽에는 꽃 잔디를 심고 공원에는 연꽃이 핀 연못을 만들고 나뭇잎에는 무당벌레가 잠을 자고 하늘에는 잠자리가 날아 다니는 꿈. 가로등도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약간 무서운 호박 가로등, 반딧불 가로등. 이런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재미있는 반란을 꿈꾼다.

우리 동네가 달라졌어요!
옥산2 어린이공원 공공미술 사업

초등학교 옆에 위치한 옥산2어린이공원은 아이들이 학교수업을 마치면 즐겨 찾는 곳이며 동네 어르신들이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이용하시는 주민 쉼터이다. 이곳 또한 보통 놀이터처럼 놀이시설과 나무들이 있는 평범한 공원이었다.

원래 계획은 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작은 오솔길을 만들어 공간 활용을 높이고 봄에서 가을까지 꽃이 필 수 있도록 식생을 바꾸고 밤에도 환하게 조명을 바꾸어 주민들이 밤늦게 까지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어두운 벽면을 공공미술로 벽화작업을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좁은 공간에 오솔길은 절대 안된다고 하셔서 당초 계획을 변경했고, 식생 변경은 다음 예산에 편성하기로 하고 바닥 타일 교체, 벽면 공공미술, 가로등 교체 사업으로 변경 추진했다.

이 공원 정비사업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일은 우리 동네아이들과 주민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벽화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림은 마음의 표현인 것처럼 우리 동네 주민들의 생각이 담겨져 있는 공원은 더욱 뜻 깊은 일이라 생각된다.

옥산2어린이공원 바닥(물고기와 연잎 타일벽화)

혹시나 참여인원이 적을까 고민을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엄마랑 같이 그림을 그리는 유치원생들,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낙서하는 중학생, 붓 한줄 한줄에 정성을 쏟으며 그리시는 할머니… 서로 물감을 건네주며 웃으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보였다.

이 작업에 벽화와 바닥화는 약 1600여장의 타일로 꾸며졌으며 최소 8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참가한 것으로 여겨진다.

의정활동을 해보면 대부분 사업이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기획해서 만들어 놓으면 이후에 주민들이 평가하는데 처음부터 주민 스스로 참여하여 주민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사회문화에서 벗어난 뜻 깊은 작업이라 생각된다.

옥산굴다리 공공미술 사업

옥산동 굴다리는 차량 통행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이 굴다리에 서 있으면 왠 만한 지역 주민들은 다 만날 수 있다.

지난 선거 때 이 굴다리는 지나가는 주민들의 얼굴 표정들이 생각난다. 재잘거리며 등교하는 중고등학생들, 지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직장인들, 성암산에 운동하려 가시는 어르신들, 버스타려 뛰어가는 사람들 등…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옥산굴다리이다.

우리 주민들이 지나가는 옥산굴다리가 좀 더 밝고 환해져서 주민들에게 행복한 공간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를 고민하면서 굴다리 공공미술 관련 자료를 수집했고 집행부와 함께 타 지자체 현장방문을 통해 2012년 본예산에 옥산동굴다리 공공미술 예산을 확보해서 사업을 시행하게 되었다.

이 작업을 추진한 작가는 경산이 저수지와 연못이 많아 연잎과 동심을 주제로 삼았고 전시공간 및 홍보부스를 설치하여 일상 생활속으로 찾아가는 미술관을 만들려고 했다.

전체적인 작품을 살펴보면 당초 굴다리 안쪽은 자작나무숲을 만들어 숲속 산책로를 할려고 했으나 주민간담회에서 나무 부조물 보다는 성암산과 경산시를 상징하는 것을 주제로 삼아 타일벽화로 바꾸자는 의견이 많아서 변경하였고, 연잎도 밖으로 돌출된 부조물보다는 거의 벽에 붙은 타일벽화 쪽으로 변경되었다. 작품성은 밖으로 돌출된 연잎 조명이 낫다고 생각되었지만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현재의 안으로 만들어 졌다.

현재 옥산 굴다리 전시부스 안에는 관내 초등학교의 협조를 얻어 전교생들 모두가 ‘얼굴’이라는 주제로 직접 그린 작품들이 이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아이들의 얼굴이 그려진 벽화

만화캐릭터 처럼 표현한 작품, 심술이 가득찬 모습, 눈물을 흘리는 얼굴, 자신의 모습을 희미하게 표현한 작품 등.. 아이들의 생각이 그대로 담그져 있었다 장난끼 있는 표정에선 웃음이 절로 나왔지만 눈물을 흘리는 얼굴을 볼 때 나또한 가슴이 답답해 왔다 같은 동네에 사는 아이들의 마음을 그림을 통해 느껴본다.

얼마 후 이런 동네의 작은 변화를 보신 모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학교 담벼락을 아이들의 작품으로 꾸미면 어떻겠냐고 물으신다. 초등과정 6년 동안 한 아이가 한 작품을 그려서 시간이 지나 먼 훗날 학교 동창회에 참석해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면 옛 추억이 생각나지 않겠냐며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교육자의 애정 어린 마음이 느껴졌다.

머릿속에서 상상한 그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현실화 되어 간다.

옥산 굴다리 안의 모습

옥산 굴다리 외벽의 야간 조명 모습

연못은 못 만들었지만 바닥 타일로 물속을 그리고 잠자리가 밤에 날아다니며 연잎 속에서 전등이 밝혀진다. 지나가는 주민들이 벽면에 손을 대보고 소담을 나누는 모습에 나 또한 즐겁다. 동네 곳곳에서 주민들의 목소리가 다양한 예술적 방법으로 활발히 표현되고 소통되어서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고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그런 사업을 앞으로 할 계획이다.

필자소개
엄정애
정의당 소속 경북 경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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