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사회당, 찻잔 속의 태풍
    2012년 09월 18일 10:05 오전

Print Friendly

날짜별 여론 조사 결과와 투표 결과를 비교하는 공영방송 뉴스 프로그램 Een Vandaag기자, 사회당(SP) 빨간 색 선으로 계속 추락하고, 노동당(PvdA)은 파간 색으로 계속 상승하며, 자민당(VVD)는 계속 35석 대를 유지하다 선거 당일 12일에 급상승하는 그래프를 볼 수 있다.

선거 승리에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 흔들어 답례하는 자민당 대표 마르크 루터

자녀들과 함께 무대위에 올라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는 노동당 대표 디드릭 삼솜

주요 4당 대표 토론회에서 누가 제일 잘 했는지 물은데 대한 시청자들의 답변 노동당의 삼솜은 무려 51%가 가장 잘했다고 답했고, 사회당의 루머는 고작 6%가 잘했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회로 삼솜은 상승세를 타고 루머는 총리 경쟁에서 탈락했다.

좌-우 팽팽히 맞선 네덜란드 총선,
자민-노동 양당 좌우 연정 외에는 답이 없다

유럽은 어디로 가는가? 요즘 들어 세계경제의 주름살을 깊게 만들고 있고, 여전히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는 유로존 경제 불황의 와중에서 지난 9월 12일 네덜란드의 새 정부를 구성할 하원 선거가 열렸었습니다. 결과는 조선일보가 타이틀로 뽑았듯이 결과는 ‘중도 집권당 승리… 힘 받는 유럽연합 추가 긴축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4년 전인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유럽이 경제 불황에 빠지고, 경기 회복을 위해서 유럽정부들이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유럽 여러 나라들의 재정 적자가 심화되었지요. 특히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들이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하자 유로존 중심국 독일을 중심으로 이들 나라에 강력한 구조조정과 긴축을 강요하였고, 이들 나라들은 긴축 정책을 펴 왔지만 경제는 계속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과연 빈사상태에 빠진 이들 나라 경제를 긴축으로 살릴 수 있을 지 회의가 높아가고, 유로 자체가 붕괴되지 않나 하는 우려까지 나타나는 상황으로 현재 발전하였습니다.

유럽 경제가 불황에서 재정 위기, 유로존의 붕괴 위기로 점점 깊은 공황의 늪으로 빠져 드는 가운데, 프랑스의 사르코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였고, 그리스에서는 긴축에 반대하는 시리자가 급부상하여 유럽 중심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더니, 유럽 중심국인 네덜란드에서도 긴축에 반대하는 사회당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면서 유로존의 불안을 더 심화시켰었지요. 그러나 네덜란드 발 태풍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습니다.

위의 사진 그래프에서 보듯이 사회당(SP)은 8월 22일 여론조사에서 하원 전체 150석 중 38석 지지(지지율25%) 로 1등을 달리더니 선거운동 기간 동안 계속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결국 15석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게 됩니다. 이에 반해서 8월 22일 17석으로 11%라는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던 노동당(PvdA)은 당 대표 방송토론에서 디드릭 삼솜의 뛰어난 활약으로 사회당에 빼앗겼던 지지자들을 다시 되찾아 오면서 39석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제 2당이 됩니다. 이 와중에 제 1당이었던 자민당은 사회당의 도전을 여유 있게 물리치고, 노동당의 맹렬한 추격을 2석 차이로 따돌리고 41석이라는 당 역사상 최다 의석을 달성하며 재 집권의 전망을 밝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유럽정치를 관심있게 지켜봐온 분이라면 네덜란드 바로 아래 있는 벨기에에서 2010년 6월 13일 연방선거 후 무려 541일만에야 정부가 구성되는 정부 구성 최장 세계 기록을 세운 걸 알고 있을 겁니다. 다당제 체제에서 연정을 통해 정부 구성하는 게 만만한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10개 정도의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는 네덜란드에서는 보통 둘에서 네개 정당이 있어야 과반수를 이룰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처럼 좌-우파 중 누가 제 1당이 되느냐가 관건이 된 선거인데다가 결과도 41대 39석이라는 간발의 차이로 승부가 난 상황이고, 두 당 합쳐서 80석으로 과반수를 훌쩍 넘는데다, 나머지 정당들은 모두 합쳐봐야70석을 가지고 있어서 두 당 모두 상대를 제외하고는 정부 구성을 하는 게 숫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자칫 정부구성이 벨기에처럼 기나긴 협상으로 갈 가능성도 없다곤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회당은 왜 지지율을 갑자기 잃었을까요? 그리고 노동당은 정 반대로 지지율을 빠르게 올렸을까요? 이 물음에 답하려면 올 5월의 우파연정이 깨진 이유와 그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유로존은 그 동안 유로화의 안정을 위해서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억제하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서 지키도록 해왔지요. 그러나 2000년대 중반 독일도 프랑스도 이 가이드라인을 어기고 재정적자를 4~5%까지 늘리며 경기 부양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하고 나서 유로존 국가들은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을 우려해서 재정적자 3%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지키기로 합니다.

물론 경제 위기에 빠진 포르투칼과 스페인,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등은 약간의 예외를 두었지만, 정부 지출의 삭감과 공기업 매각으로 재정적자를 과감히 줄여야만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조치를 가장 소리 높여 주장해온 나라가 독일과 네덜란드입니다. 경제 침체 상황에서 긴축은 경제를 더 깊은 불황으로 몰아 넣는 어리석은 조치라는 경제학자들의 비판에도 아랑곳 없이 이들 두 나라는 유로화의 안정을 위해서는 재정 건전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네덜란드가 올해초 경제성장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재정적자가 3%를 넘게 되어 추가 예산 삭감이 필요한 상황에 몰립니다. 이에 따라 우파 연정에 속한 자민당과 기독민주당, 자유당이 예산 감축을 위한 마라톤 협상에 들어갔는데, 자유당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연정을 떠나면서 연정이 붕괴되어 재선거를 치르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예산 감축안은 5월말까지 유럽연합에 제출해야 하는 발등의 불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에게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해온다고 목소리 높였던 네덜란드가 정작 자기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야 말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상황이고,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고 국채 이자율이 올라가 이자 부담도 높아지는 곤란한 지경에 처한 것이죠. 그때 소수당인 기독연합과 녹색좌파당, 민주주의 66 (66년 창당된 자유주의정당) 등이 연정을 떠난 자유당 대신 협상에 참여해 예산 감축 합의를 극적으로 이루어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유럽연합에 재정적자 3% 라는 기준에 맞춘 재정계획을 제출하여 다행히 나라망신을 면하게 됩니다.

그러나 예산감축은 연금 연령을 단계적으로 65세에서 67세로 올리는 계획과 건강보험에서 연간 자기 부담액을 대폭 늘리는 계획, 그리고 주택융자의 세금 면제를 줄이는 방안, 면세였던 피고용자 교통비에 세금 부과, 부가가치세를 19%에서 21%로 올리는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치들이 이뤄질 경우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부담이 많이 늘게 되어 합의 결과에 대한 비난이 늘면서 좌파 지지자들이 사회당 지지로 대거 이동했습니다. 노동당은 이 와중에 초당적 협상 테이블에 끼지도 못하면서 이런 합의에 선명한 반대를 하는 것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을 보여 제 1야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구경꾼으로 전락해서 사회당에 좌파 제 1당의 위치를 내줄 위기에 처하게 되었었죠.

7~8월 여름 휴가철이 지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오자 노동당은 심기일전하여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섭니다. 5월 예산 협상 중 초짜의 어설픔을 보였던 노동당의 새 대표 디드릭 삼솜은 당 대표간 TV토론에서 ‘현재의 경제 위기를 빠른 시일 내에 벗어날 묘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가 뒷짐 지고 있어서는 안되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경제 불황으로 모든 사람이 다 피해를 입게 되지만 그 고통을 공평하게 나눠야 하고, 특히 경제적 약자들에게 고통이 전가되는 것을 막고, 경제적 강자가 더 많은 부담을 지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유권자들 누구나 경제 불황을 실감하고 있고, 국제적인 위기를 네덜란드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상황에 어려운 상황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장미빛 청사진을 내세우기 보다는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부담을 공평하게 지게 하겠다는 노동당의 약속은 유권자들에게 통했습니다.

이에 반해 사회당의 에밀 루머 대표는 사회당이 집권하면 재정적자 3%를 넘는다고 해서 유럽연합이 네덜란드에게 벌금을 부과하면 벌금을 안 낼 것이다, 남유럽 나라들에게 더 이상 재정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주장을 하였는데, 이런 주장을 들은 유권자들은 사회당이 집권하면 유럽연합에서 네덜란드의 입지가 약화되어 고립되지 않을까 우려하게 되었고, 우파 자민당에 대한 대항마로 사회당의 에밀 루머보다는 디드릭 삼솜이 더 경쟁력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총선은 결국 여론조사로 시작해서 여론조사로 결판이 났다고도 할 수 있는데, 하루에도 4~5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여론조사는 중거리 육상경기의 중계방송처럼 TV토론 결과 승자와 패자의 지지율 변화를 수치로 나타내는 구실을 했습니다.

또 100% 정당명부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네덜란드 선거에서는 제 1당이 정부를 구성하는데 협상 주도권을 갖고, 제 1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기 때문에 누가 총리 후보로 적격인지를 놓고 언론은 인기 조사를 했고, 결국 TV토론에서 시청자와 해설자들의 좋은 평가를 받은 노동당 후보가 사회당 후보를 일찌감치 제치고 여유있게 1등을 달리던 자민당 후보를 맹렬하게 추격하면서 두 사람에게 관객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열렬한 응원을 보내면서 두 당으로 표가 몰리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선거날 투표한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준으로 투표했는 지 물어보니 무려 25%가 전략적 투표를 했다는 응답을 했습니다. 즉 4명 중 1명은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기 보다는 누가 총리가 되어야 하는 지를 기준으로 자민당과 노동당 중 하나를 선택했다고는 것이죠.

네덜란드 총선은 결국 총리 자리를 놓고 우파의 마르크 루터와 좌파의 에밀 루머, 디드릭 삼손이 3파전을 벌인 것인데, 결국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 결과 우파의 마르크 루터가 간발의 차이로 이긴 것이죠.

공교롭게도 올 12월 한국의 대선도 이와 비슷한 판국이네요. 보수우파의 박근혜 후보가 앞서 가고 있는 와중에 진보 좌파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대항마로 싸워 이길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제 1 야당 민주당의 문제인 후보와 유권자들에 의해 불려나온 안철수 후보의 3파전이 되고 있는데, 선거가 가까와 올수록 유권자들은 되는 쪽으로 급격히 몰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중요한 선택의 기준은 네덜란드처럼 3자 TV토론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 3자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가장 곤란하게 만드는 사람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후보는 자동으로 사퇴 압력을 받지 않을까요? 물론 이런 예상이 맞을 지 틀릴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죠.

마지막으로 이번 네덜란드 선거에서 가장 큰 패배를 한 정당은 녹색좌파당입니다. 기존 10석에서 3석으로 줄어들 뻔했죠. 불행 중 다행으로 노동당과 사회당과 함께 사전 의석 연대를 해서 세 당의 지지율 중 1석이 채 안되는 잔여표를 모아 결국 1석을 추가하게 되었지만, 선거 결과는 정말 나빴습니다. 이런 결과가 온 것은 올 상반기 당 대표 경선에서 후보 간에 네거티브한 경쟁이 있었고, 이로 인해 당이 내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녹색좌파당이 아니라 녹색우파당이라는 비꼬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녹색당이 오른 쪽으로 이동하면서 정책면에서 중도 좌파인 노동당과 별 차이가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녹색과 좌파라는 색깔로 소수당이지만 꼭 찍어줄 충실한 지지자 집단을 전에는 가지고 있었지만 색깔 변화로 잃어버렸고 새로운 지지층도 얻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통합진보당이 둘로 나뉘었고, 통합진보당 잔류파는 이정희 전대표를 대선후보로 내세울 모양인데, 과연 스스로 자초한 진보정당의 몰락에서 어떻게 회생하려는 지,, 그리고 4년 전의 주장이 맞았다는 걸 4년 후 다시 증명했다는 걸 위안 삼아야 하는 새진보정당추진모임은 어떻게 진보적 정권교체와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 수 있을 지, 그리고 진보신당과 그 외의 진보정치세력은 대선이라는 중요한 국면에 어떻게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소수 정치세력일 수록 강력한 지지자 집단을 가지고 당장의 결과보다는 장기적 비젼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몇 달 간 통합진보당이 보여준 쌩얼은 진보정당 다운 진보정당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유권자들에게 신뢰들 줄 수 있는 진보정당이 탄생하길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네덜란드 통신원/ 개인 이메일 jjagal55@hotmail.com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