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팜, 제2의 몬산토 노리나?
[농업과 농촌] 단작화 등 농업시장화 촉진 우려
    2012년 09월 14일 03: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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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팜의 몬산토 인수는 종자주권의 회복? 글쎄?

종자는 농업에서 가장 기초가 된다. 씨를 뿌려야 열매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은 굶어 죽어도 종자를 괴고 잔다는 우리네 속담은 종자의 중요성을 쉽게 설명한다.

한국에서 종자는 대대로 여성농민의 몫이었다. 여성들이 집안의 불씨와 종자를 이어가는 것이 그네들의 역할이었고 매우 중요한 일이다.

흔히들 우장춘 박사로 기억하는 한국 종자산업의 시작은 여성농민이 지켜오던 종자의 권리가 자본으로 이관된 시점이다.

지난 13일 동부그룹의 계열사인 동부팜(동부한농)이 몬산토의 식물사업부문(종자)을 양수했다. 동부팜은 보도자료에서 종자주권의 회복이라는 제목을 사용했고 많은 언론들이 이를 그대로 인용해 기사를 게재했다.

하지만 농민에게 있던 종자에 대한 권리가 ‘지적재산권’이라는 이름 하에 자본으로 넘겨진 것을 외국자본이냐 한국자본이냐의 정도만 따지는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지난 11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몬산토 본사에서 동부팜한농의 우종일 부회장과 몬산토의 브렛 베게만(Brett Begemann) 사장이 몬산토코리아 사업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동부팜은 보도자료에서 왜 종자주권이라 표현했을까.

이는 1997년 IMF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제위기에서 IMF는 부도가 난 많은 회사들을 구조조정할 것을 권고했고 당시 김대중 정부는 농업분야에서 종자회사들을 구조조정했다. 1998년 흥농종묘, 서울종묘, 중앙종묘 등등 중소 종자회사들이 외국 유명 종묘회사인 몬산토, 신젠타, 다끼이, 누넴 등으로 인수합병 됐다.

한국 종자회사들이 외국계로 넘어가면서 종자의 지적재산권을 다국적 기업이 소유하게 됐다. 몬산토코리아의 종자는 예전 흥농종묘가 개발했던 것들로 우리에게 친숙한 품목들이 많다.

모든 종자는 그 시조격인 원종을 갖고 있고 원종을 보유함에 따라 계속 같은 품종의 종자를 생산할 수 있다. 몬산토, 신젠타는 이걸 노리고 한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1997년만해도 소규모 회사였던 농우바이오가 국내 토종자본이라는 이유로 급성장하면서 종자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몬산토, 신젠타는 종자회사를 인수했지만 신품종 개발에는 등한시하면서 그들의 주요품목인 농약 판매에 치중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몬산토는 이전부터 종자사업에서는 발을 빼려고 한다는 업계의 우려가 많았다. 몬산토와 신젠타는 한국시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에서 한국 종자회사를 인수한 것이고 언제든지 수익이 발생하지 않거나 중국으로 이전할 수 있는 시기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몬산토가 종자사업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소문이 업계에서는 떠돌았고 이에 동부에서 인수를 준비한다는 풍문이 있었다. 동부에서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고 올해 인수한다는 것에 대해 확인만 해준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동부는 왜 종자산업에 뛰어들었을까. 단편적으로는 종자회사를 인수한 것으로 보이지만 동부그룹의 지금까지 농업분야에서 진행한 인수합병을 보면 제2의 신제타, 몬산토를 꿈꾸는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은 몇 년 전부터 공격적으로 농업관련 기업들을 인수했다. 농약회사인 한농, 가락시장 도매법인(유통회사)인 한국청과, 음료수가공업체인 가야, 그리고 종자회사인 몬산토를 인수했다. 또한 친환경방제업체인 세실도 지난해 합병했다.

더 무서운 건 동부그룹이 간척지인 화옹단지와 새만금에 대규모 농업회사로 등록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생산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

동부그룹의 경영스타일이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거라는데 지금 제2의 신젠타를 꿈꾸면서 종자-생산-가공-유통까지 모든 것들을 사들인 상태이고 이들이 어떻게 경영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토마토와 파프리카 재배농가들은 이미 동부그룹이 만든 동부팜이 대규모 시설재배단지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겁을 먹고 있다.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것조차도 무서워한다. (새만금 공사에 동부건설이 들어가 있는 건 우연일 것이라 믿는다.)

올해 동부한농에서 모든 농업분야 계열사 이름을 동부팜으로 바꾸면서 본격적인 농업진출의 초석을 다졌다.

우려되는 것은 한국 GDP의 6%밖에 되지 않는 사양산업인 농업에 자본이 진출하는 것은 골목상권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과 같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대규모 농업단지를 통한 값싼 농산물 공급에 그들이 갖고 있는 농약, 비료, 종자 계열사를 통한 생산비 절감을 통해 농민들과 경쟁한다면 농민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농지를 팔아버리고 농업노동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례는 브라질, 인도, 멕시코, 동남아 등 외국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동부팜은 대규모 농업단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전량 수출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일본 대지진으로 파프리카 수출이 고전을 겪은 것을 감안한다면 수출이 불가능해졌을 경우 내수로 판매를 돌리면 농산물 가격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다.

농민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고 농업노동자로 전락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계급상의 신분하락이 아니라 한국 농업에 대한 파급이 더 심각하다.

대규모 농업단지로 인한 단작화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농산물이 바로 문제가 된다. 대다수 소농으로 구성된 한국농업에서도 일부 품목들에서는 이미 단작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환금작물, 즉 돈이 되는 상업작물만을 심게 되면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더욱 떨어지게 되고 수입에 의존하게 된다.

동부그룹의 농업진출에 대해 나쁘게만 보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우려와 오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식품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

오히려 2008년 농식품부가 발표한 농업선진화 방안을 보면 농업의 자본 침투를 용이하게 하고 있다. 대규모 농업법인 설립을 인가하고 사모펀드인 농식품모태펀드를 만들어 기업에게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게 했다.

친환경이 아닌 친기업, 영어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는 MB 정권에서야 당연한 일이지만 농업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이들의 밥을 책임지는 생명창고이다. 자본에 의해 한국농업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도 종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우리의 토종종자를 수집하고 보관하고 또 재배하면서 묵묵히 우리의 먹거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진정한 종자주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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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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