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노동 동시-10 "쓰레기 섬"
        2012년 09월 14일 03: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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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인권운동과 노동운동에서 세계의 가혹하고 열악한 아동노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어린이이면서 노동자이고, 극한적 노동조건에서 가혹한 착취를 받고 있는 아동노동의 현실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 분노, 애정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레디앙은 전세계의 아동노동 현실에 대해 고발하면서도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시선을 담고 있는 동시들을 연재할 예정이다. 연재될 작품들은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건 동화건 시건 평론이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쓰고 있는 글쟁이이신 신지영 선생의 작품이다. 그림은 이창우 선생이 그려주셨다. 관심과 애정 부탁드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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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섬>

     

    뭐가 필요해?

    말만 해!

    네가 썩는 냄새를 견딜 수만 있다면

    짓무르고

    조금 찢어진 걸

    아니 어쩌면

    조금 많이 찢어지고 때 묻은 걸 괜찮다고 한다면

    난 널 위해 뭐든지 주워 다 줄 수 있어

     

    사람들은 여기를 쓰레기 섬이라 불러

    동네 옆에 외롭게 떠 있거든

    지구에 있는 쓰레기는

    여기다 모여 있을지도 모른대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겐 보물섬이야

     

    아마 깜짝 놀랄 걸

    필요한건 뭐든지 있어

    자루하나랑 튼튼한 다리만 있으면

    준비는 끝이야

    담기만 하면 돼

     

    아빠의 웃는 모습이라 던지

    이불이 깔린 잠자리라 던지

    흰 빵이라 던지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을 수가 있어

    자루가 무거워 질수록 말이야

     

    섬은 하룻밤 자고나면 조금씩 뚱뚱해져

    조금 있으면 동네보다 커질지 몰라

    곤란하다고들 하지만

    난 더 커져도 괜찮아

    보물이 더 많아지면

    자루도 더 무거워 질 테니까

    작품 설명과 배경 : UN환경계획에 따르면 매년 5천만 톤의 전자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전자 쓰레기란 컴퓨터, 게임기, 휴대폰, 등의 모든 전자폐기물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전자 폐기물에는 대부분 납과 주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나 수도 중심에 있는 아그보그블로시 시장 부근의 쓰레기장

    쓰레기들은 대부분 잘 사는 선진국에서 쓰여 졌던 것들입니다. 고장 나지 않았어도 그저 유행이 바뀌어서 버려진 것들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버려진 전자쓰레기는 다 어디로 가게 될까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자국의 엄격한 환경 규제를 피해 많게는 10배정도 처리비용이 저렴한 외국에 이 전자 쓰레기들을 보냅니다. 물론 잘 사는 선진국에서 이런 쓰레기를 수입하지는 않습니다. 개발도상국같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나라들이 쓰레기들을 맡게 됩니다. 아프리카의 가나도 그 중 한 나라입니다.

    그곳의 소각장에서는 어린이들이 전자 쓰레기 더미에서 전선을 줍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버려진 반도체, 모니터 스크린등에 들어있는 납과 카드뮴, 비소, 수은은 인체에 치명적인 중독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구리선 몇 가닥을 얻기 위해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위험한 쓰레기 더미를 맨손으로 뒤집니다. 그렇게 해서 얻는 돈은 하루 1200원 정도입니다. 이 돈 안에는 아이들의 건강도 담보로 들어 있는 것입니다.

    전자 쓰레기뿐이 아닙니다. 캄보디아의 프놈펜에서도 아직 쓰레기를 나를 힘이 없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한 끼 식사를 위해 산처럼 쌓인 쓰레기를 뒤집니다. 중국이나 인도도 쓰레기를 줍는 아이들은 존재합니다. 쓰레기는 그 아이들보다 더 잘 사는 사람들이 쓰고 버린 탐욕의 배설물들입니다. 아이들은 그 버려진 것들 사이에서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쓸 만한 것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보다 값어치 있고 쓸모 있게 사용합니다. 자신들의 키를 키워주고 살을 찌워줄 먹을거리를 구하니까요. 이보다 더 귀한 쓰임이 어디 있을까요?

    필자소개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건 동화건 시건 평론이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쓰고 있는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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