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 운영스타일과 재정
[프라우다의 야구야그] 꼴빠아재, 영웅들에 열광하는 이유
    2012년 09월 14일 01: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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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현대유니콘스 해체 후 ‘듣보잡’ 투자회사가 인수, 모기업의 재정 지원이 없는 첫 독립 재정 구단으로 탄생.

그러나 한동안 대형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고 믿었던 우리담배의 후원 중지로 ‘넥센마트’라 불리우며 많은 주전/유망주 선수들을 다른 팀으로 보내야 했고 그때문에 창단 이후 하위권의 성적을 벗어나지 못했던 팀. 넥센타이어의 메인스폰서 계약 이후에야 비로소 재정이 안정되면서 이것저것 해 볼 여력이 생긴 팀. 여성에게 치근덕거린다는 비난은 있지만, 그럼에도 8개 구단 캐릭터 중 가장 존재감이 큰 턱돌이가 구장을 누비는 팀.

그 팀이 보란듯이 2012년 상반기, 내내 상위권에 머물렀다.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110경기를 치른 시점 기준 총 324안타 55홈런 214타점을 기록하고 있고 특히 2011년 LG에서 이적한 박병호는 현재 홈런 및 타점 1위로 유력한 시즌 MVP 후보다.

프로 방출, 현역병 복무 후 신고선수로 입단한 서건창은 풀시즌 첫 해인 2012년, 100안타 57득점에 좋은 수비와 주루 플레이로 2012년 신인왕 수상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즌 중반 이후 주전선수들의 체력 저하에 따른 부진과 얇은 선수층 등의 문제로 성적이 하락, 현재 시즌 6위로 상위권에서는 벗어났지만 최근 두산과의 경기에서 막판 역전승을 거두는 등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금의 추세로 볼 때 넥센 히어로즈는 아마도 포스트시즌에는 진출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내년엔 분명 금년보다는 나은 성적과 두터워진 선수층을 확보할 것이라 믿는다, 성적도 금년보다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프로야구는 알려진대로 1982년 ‘프로 스포츠 한 번 해보라’는 전두환의 지시로 시작되었다. 안/못 하겠다는 기업들을 얼르고 다그쳐 6개 구단으로 출범한 이후 빙그레 이글스와 쌍방울 레이더스/현대 유니콘스 등이 창단되며 현재의 8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최근 창단된 NC다이노스는 2013년부터 1군 경기에 참가할 예정이다.

현재의 7개 구단 모기업들은 종종, 보통은 무언가 ‘현안’이 있을때마다 프로야구단은 돈먹는 하마이며 거기에서 큰 적자를 내고 있고,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며, 그래서 이런 사안들(예를 들자면 선수협 창립/인정이라던가 9/10구단 창단 등)이 생기면 과연 프로야구단을 계속 운영해야 할지 회의가 든다는 분위기를 강하게 내뿜는다. 한마디로 힘들어 죽겠는데 자꾸 괴롭히니 문 닫아버리고 싶다는 뜻이다.

이들 구단을 ‘기업’이라는 입장에서 살펴보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히어로즈를 제외한 7개 구단의 재무 상태는 자본잠식 4곳, 부채/자본 미율 1000% 이상이 2곳으로 상대적으로 ‘우량기업’인 롯데자이언츠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구단의 경영 상태는 매우 좋지 않다.

자료 = 금융감독원 (표의 단위는 억)

숫자들만 보면 저 ‘기업’들의 상당수는 부실기업이다. 예전 숫자들을 찾아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저 상태가 된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그러니 꽤 오래된 재벌계 부실기업들로 불러야 할 수도 있겠다. 사회 공헌 활동은 돈을 쓰는 일일테니 저 회사들이 돈을 버는 것은 좀 이상한 일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프로야구단은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돈을 쓰기만 하는, 정작 자기들이 가져가는 것은 없을까?

프로야구팀은 각 구단 모기업들의 홍보 및 광고의 수단이다. 연고지와 마스코트(?)를 팀 이름으로 사용하는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모기업의 이름을 팀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이 점은 일본도 비슷).

거의 1년 내내 자기 회사의 이름이 스포츠 뉴스 시간과 각종 일간지 및 스포츠 신문에 광고가 아닌 기사로 나간다. 4월부터 10월까지는 저녁의 세 시간동안 자기 회사 이름을 단 선수들이 방송을 타고 야구장을 직접 찾는 700만 명이 넘는 관중들과 TV앞에 혹은 야근중에 간간이 스코어를 체크하는 팬들은 그에 환호한다.

위 매출의 상당부분은 관계사들로부터 받는 지원금, 광고 판매 수익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금액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어쨌거나 내부자 거래에 기여한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자금 순환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기업집단이라면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것보다 더 싸고 효과적 광고 수단은 없을 것이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프로야구가 야구의 논리대로 흘러가지 않고 모기업 집단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최근의 10구단 관련 논의라던가 선수협 관련 보복성 트레이드, 학교 야구 및 사회인 야구, 독립 구단 등과 관련한 정책 부족 등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만일 지금의 구단들이 히어로즈같은, 스폰서는 있으되 그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구단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입장료는 지금보다 좀 올라가고 중계방송에 광고는 좀 더 붙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좋은 경기를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야구 경기를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고, 보다 많은 선수들이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무언가 나아지려면 그를 위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그를 잘 운용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30년은 ‘대기업의 사회공헌’ 혹은 ‘광고 홍보 수단’으로 프로야구가 운영되었다면, 앞으로는 대자본에서 많이 독립된, 야구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야구를 보고 싶다.

운영비가 없어서 선수 팔기로 비용을 충당해온 히어로즈가, 그리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프로야구 1군 진입에 성공한 NC 다이노스가 이런 변화의 시작점이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들이 좋은 성적을 낼수록 독립구단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고 야구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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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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