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 거부 아닌 좋은 연수 고민
[진보정치 현장] 거부가 능사 아냐, 차선의 대안 마련해야
    2012년 09월 12일 03: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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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전체의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이 고민스럽다.

진보정치가 지금처럼 어수선할 때, 기초의회에서 진보정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적잖게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진보정당이 잘 나갈 때에도 편향된 여론매체가 전달하는 왜곡된 이미지에 맞서 설명, 해명, 규명하는 게 쉽지 않은데, 꼬일대로 꼬인 지금 같은 상황은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난감한 상황은 의회에서 활동하다 보면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조례와 사업에 대해서 나타나기도 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로 나타나기도 하고, 문화적 충돌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 하나하나를 거치다 보면 정치라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고, 진보정치는 또 어떤 모습인가를 그려나가게 됩니다. 물론 그 고민과 그림은 풀기 어려운 숙제일 때가 적지 않습니다.

해외연수, 더 이상 뜨거운 감자일 수 없어

해외연수도 그 중 하나입니다. 기초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만 6년이 넘어서고 있지만, 여전히 간단치 않은 문제 중 하나입니다. 해외연수가 간단치 않은 문제라는 것은 이런 이유들에서입니다.

첫째는 역시 의원들의 기본적인 자세와 이 자세를 교정할 힘의 부족입니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해외연수를 여행으로 보는 의원들이 많습니다. 여행 자체만으로도 연수 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이죠.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여행 자체가 연수일 수 있다는 이들의 생각을 100%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선출직 공직자가 세금을 갖고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에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연수의 효과 그 이상을 고민하고 계획해야지 유권자들에게 좀 더 떳떳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죠. 이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거든요.

여기서 더 나아가 실질적으로 괜찮은 연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여행에 대한 관용을 제압할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활동하는 대구만이 아니라, 아마도 전국 곳곳에서 여행에 대한 스스로의 너그러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의원들을 설득하거나, 압박할 힘을 확실히 갖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또 해외연수를 부정적으로 단정하는 유권자들의 인식도 해외연수 문제를 풀어가는 데는 방해가 됩니다. 이런 것이죠. 많은 유권자들은 해외연수 그 자체에 부정적입니다.

과정과 결과가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그 자체로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유권자들의 부정적 인식은 의원들에게 “아무리 잘 가도 어차피 욕먹을 것이다”는 반응을 일으키게 합니다. 좀 더 나은 연수를 고민하는 것을 방해하고, 다녀와서도 연수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을 꺼리게 만듭니다. 지금까지 관광성 해외연수를 다녀온 우리들이 책임져야 할 일이고, 이제라도 우리가 제대로 다녀와서 유권자들의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꾸자고 설득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서로 악순환을 만들어가는 것이죠.

작년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지방의원 해외연수 토론회 장면

다음으로는 해외연수에 대해 비판하고 비난하는 여론은 많지만, 이를 개선할 힘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회적 환경입니다. 언론은 해외연수는 비난하지만, 좋은 해외연수를 소개하거나 알려주지 않습니다. 중앙정부는 지방의원의 해외연수비용 상한액을 설정하여 고삐 풀린 연수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듯하지만, 정작 국제화교류재단 등을 통해 지방의원들에게 해외연수에 대한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방기하고 있습니다. 지방의원 해외연수에 비판과 비난의 칼날을 겨누는 사람들 스스로도 해외연수 자체를 없앨 심산이 아니라면 좋은 해외연수를 고민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시작과 끝은 의원들 스스로의 자정노력과 실천에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죠.

지금까지 우리는 해외연수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그랬지만, 지방의회 선거를 준비하거나 또는 지방의회에 진출해있는 다른 정치세력을 공격할 때 해외연수는 우리 캠페인의 단골 소재입니다. 그만큼 허점이 많아서 그렇겠죠. 그런데 의회에 들어오고 나니, 다른 것도 그렇지만, 이게 만만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초기에는 관광성 해외연수에 대해 반대했습니다. 물론 연수에 참여하지 않았죠. 기자들에게 흘려서 언론의 비판을 받도록 했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곡절이 있었는데, 일부 의원들은 저의 이런 행동을 과장하여 “동네마다 플래카드 걸고 우리를 욕보인다고 하는데, 그래, 잘 해봐라”고 강경하게 대응하기도 하고, “장 의원, 모든 걸 한번에 바꾸지는 못 한다”고 걱정하는 듯하며 타이르기도 하더군요.

그러던 중에 이런 고민이 생기더군요. 나는 관광성 해외연수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걸로 만족하면 되는가? 언론에 두들겨 맞고 나면 저들은 개선의 노력을 할까, 아니면 면역성이 생길까? 나는 나쁜 짓 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히 보여줬는데, 나쁜 일에 세금이 사용되는 걸 막지 못했으니 내가 할 도리를 다 한건 맞나?

그래서 방법을 바꿨습니다. 막을 힘이 없다면, 그리고 내가 원하는 100%를 할 수 없다면 나쁜 건 덜어내고, 그 자리에 좋은 것을 채우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사실 좀 막막하더라구요. 나쁜 일을 비판하는 것에는 자신 있고, 또 우리 활동의 대부분이 그러했던 것 같기도 한데, 좋은 일을 꾸미자고 하니, 게다가 늘상 꾸중만 하던 영역이라 계획이 잘 잡히지 않더라구요. 게다가 나만의 생각만으로 제안할 경우 어쨌든 숫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돌파하기 힘드니, 이것까지 고려해서 계획을 해야 했죠.

그래서 찾아낸 곳이 국제화교류재단입니다. 정부출연기관이니 공신력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를 대단히 신뢰하는 분들도 숫자의 횡포를 쉽게 표출하기 곤란한 상대죠. 재단의 도움을 받고, 일본에서 위안부 할머니 지원활동을 하던 선배의 도움을 받아 고만고만한 계획을 세워 제안하고, 약간의 논쟁을 거쳐 다소 수정하긴 하였지만, 그나마 저 스스로도 위안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 처음으로 해외연수라는 걸 다녀왔습니다.

이 때 제가 참 안타까웠던 것은 그 당시 우리 당, 진보정당에 이런 정보가 축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죠. 무소속으로 의정활동을 경험한 동지들이 있었는데도 별다르게 도움을 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연수를 다녀온 뒤 자세하게 연수보고서를 작성하고, 책자로도 발간해두었는데,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대구에서 활동하는 김성년 수성구의원에게 당시 작성했던 연수보고서를 공유할 수 있어 그나마 기쁘게 생각했습니다. 이조차 당의 자료로 남아 있는 건 아니지만.

정치,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의 선택인가?

대구 서구의회는 지난 8월에도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처음에 베트남, 캄보디아 방문일정이었습니다. 고만고만한 프로그램이었죠. 역시 이런저런 곡절을 거쳐 구청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학생국제교류 사업현장을 방문하여 지방정부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해당 학교의 시설 및 교과과정을 점검하였으며, 학생들이 묵을 지역의 치안 및 생활안전여건을 살펴보고, 싱가폴 도시재개발청을 들러 도시계획 관련설명을 들었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는 문화유적지와 전통시장 등의 문물관광도 있었죠.

해외연수를 마주할 때 제가 갖는 기본 생각은 이겁니다. 1/3은 공부하고, 1/3은 놀고, 1/3은 잔다.

이게 진보정당의 선출직 공직자가 가져야 할 해외연수에 대한 생각으로 올바른 것이냐는 논란은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작은 정치세력으로서, 다른 정치세력과 함께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싸우면서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면, 해외연수도 그런 과정으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면, 다른 당 의원들은 어떻게 하든지 두고 나 혼자 좋은 연수를 떠나는 것으로 대체하지 않고, 현재 시점에서 의회 전체의 최악을 피하는 차악을 선택하면 안 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 차악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늘 이야기하듯 그 생각은 당의 생각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앞선 글들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저 역시 아직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필자소개
장태수
노동당 대구시 서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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