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에 대한 단상
    2012년 09월 11일 10: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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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 갈 때 가장 많이 들르는 곳 중에 한 곳이 선양이다. 인구 4백만의 동북지역의 중심으로 유난히 조선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옛 이름은 봉천(奉天), 만주어명은 무크덴(Mukden)이라고 한다.

이 도시는 일찍이 고구려의 영토에 속해 있다가 다시 당나라의 지배하에 들어가서 심주가 되었다. 그 후 발해에 속했다가 요·금 시대에는 동경로, 원대에는 선양로가 설치된 것으로 보아도 선양은 중국의 변방에 위치해 수많은 나라들이 쟁탈전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선양에는 조선족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온다. 선양 근처 씨족마을 본계현 주변에 사는 2천명의 한족과 만주족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본적에 기재된 족속(族屬)을 조선족으로 바꿔달라고 한 일이 있다.

중국은 대다수 한족을 제외하고도 55개의 소수민족이 있어 자신이 어떤 민족인지를 등록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동북에서 주류인 한족과 만주족으로 살던 사람들이 굳이 조선족으로 바꾸려한 이유는 무엇일까? 재미있게도 이들이 모두 박(朴)씨인데 17세기 병자호란 당시 조선에서 끌려온 후손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에서 박씨가 없고 우리나라에서도 역시 박씨는 외래 귀화족이 없이 모두 박혁거세를 시조로 삼는다는 데에서 이들이 조선에서 왔음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 기록에서도 병자호란으로 인해 수많은 양민들 뿐 아니라 소현세자 마저 청국으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부터 노예처럼 부려지던 조선인들은 만주족으로 가장하기도 했고, 혁명기에는 한족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모두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과 핍박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이 변하자 스스로가 조선족임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본계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조선족임을 증명하기 위해 수백 년 동안 숨겨놓았던 족보 등을 증거물로 제출했다고 한다. 그동안 조선족임을 감추기 위해 우리말과 풍속은 잊었지만 후손들에게는 자신들이 조선에서 왔음을 가르쳐왔다고 한다.

요즘처럼 역사논쟁이 치열한 때는 조선족이라는 것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선양을 포함한 동북의 역사는 모두 조선족들과는 무관한 ‘중국역사’의 일부라고 집집마다 교양문건을 하달해 공부하라고 한다니 말이다. 물론 조선족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이 사람들이 고구려의 후손들이라기보다 조선시대 유민은 분명하다.

하지만 선양을 포함한 중국의 동북방은 만주족을 포함한 예맥족의 활동무대 였음이 분명하다. 중국에 소수민족으로 살면서 자신들의 역사도 국경선으로 나뉘어 버린 오늘날의 정치상황이 조선족들을 더 서글프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기야 중국국적으로 한국에 들어와 노동하는 조선족을 대하는 우리에 태도를 보면 더 말해 무엇 하랴?

필자소개
이상엽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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