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 소송전에 대한 감상
[탐구, 진보21]패스트 팔로워와 퍼스트 무버에 대한 생각
    2012년 09월 10일 10: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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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은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출시와 함께 벌어졌던 한국사회에 대한 논쟁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80년대 진보적 지식인과 386 대학생들이 벌였던 사회구성체 논쟁의 핵심은 정권 수준의 변화가 없는 한 한국 경제가 선진화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당시 사회운동 전략은 주로 변혁, 근본적인 개혁 등과 연관되었다.

그러나 80년대 3저호황 이후 한국자본주의 특히 제조업의 극적인 성장이 이뤄지면서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변혁전략의 근거는 빈약해졌다. 그리고 이 논쟁의 중심에 삼성전자가 있었다.

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차원의 화두를 던져 놓았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근본적인 사회변화가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경제의 선진화는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선진 경제를 가장 빨리 모방하여 이를 따라 잡는 fast follower가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새로운 시대를 리드하는 first mover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혁신과 창의성이 꽃필 수 있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와 관련하여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을 논쟁적으로 평가해 보겠다.

첫째. 복지국가, 사민주의 등의 주장이 공허한 이유는 한국 사회에 형성되어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인 갈등 지점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국가, 사민주의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있는 갈등 지점을 요약한다면 조세 논쟁 정도인데 이는 한국사회의 종합적인 비젼의 제시라는 맥락에서 보면 빈약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대학등록금, 비정규직, 가계부채 등 서민경제와 관련된 개별 사안을 나열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조세논쟁과 같은 한계를 갖고 있다.

둘째. 패스트 팔로워와 퍼스트 무버를 둘러 싼 갈등은 제반 사회적 갈등 지점과 긴밀히 통합되어 있다. 이와 관련 홍기빈은 한겨레21에 투고한 기사에서 위 쟁점이 한미동맹과 같은 대외전략, 복지체제 등의 사회전략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설득력있게 설명해 놓고 있다.( 홍기빈의 W경제)

셋째. 논쟁의 수준이다.

위 기사에서 홍기빈은 화제가 된 바 있는 “안철수 생각”을 실리콘 밸리와 연관지어 그것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필자는 홍기빈의 견해에 상당히 동의한다. 문제는 진보진영 또는 한국사회가 시대의 요구에 맞지 않는 논쟁을 거듭하고 있는 점이다.

바야흐로 전 세계가 격동의 시대로 접어 들고 있다. 격동의 시대에는 그에 걸맞는 백가쟁명의 논쟁이 필요하다. 긴 역사적 안목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시대에 부합하는 노선을 제출하고 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고 규합하는 것이다. 이것이외의 문제들은 대체로 지엽적이거나 사변적인 것이다.

필자소개
민경우
전 범민련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의견공동체 ‘대안과 미래’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서울 금천지역에서 ‘교육생협’을 지향하면서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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