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밖에 답은 없다
    [메모리딩의 힘-7] 다루기 어렵고 무서운 것, 언어와 마음
        2012년 09월 08일 12:53 오후

    Print Friendly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큰 일은 언어와 마음

    언어를 다루고 마음을 다루는 일은 어렵고 두렵다. 마치 보이지 않는 큰 칼을 들고 있는 것과 같다. 말로 사람을 죽이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최진실 등 연예인들의 자살은 댓글이 일으킨 살인과 같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TV 토크쇼에서 나온 말 때문에 한 시민이 분신자살을 하는 사건도 있었다.

     위 사진은 미국 유명 방송인 낸시 그레이스의 토크쇼(CNN)에서 위스키를 마시고 소파에서 잠을 자다 영아를 사망케 한 사건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장면. 이로 인해 당사자가 분신자살했다. 이전에도 이 토크쇼를 본 시청자가 권총자살을 하기도 했다.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은 왜 이것이 무서운 일인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말이 가진 성격 자체가 공격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모스 이야기’는 말의 무서움을 잘 표현해준다. 카드모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테베를 건설한 자이면서 페니키아 알파벳을 그리스에 최초로 들여온 자로도 알려져 있다.

    동생을 찾으러 가는 도중 아폴론 신으로부터 암소가 눕는 곳에 도시를 세우라는 신탁을 받고 테베를 세우게 된다는 이야기다. ‘용의 이빨’ 이야기는 언어와 관련돼 있다. 카드모스는 부하이 제물을 바칠 때 쓸 물을 길러 갔다가 샘물을 지키던 용에게 살해당하자 그 용을 죽이고 아테나 여신의 지시에 따라 용의 이빨을 땅에 뿌린다.

    그러자 땅에 떨어진 용의 이빨에서 무장한 전사들이 솟아 오른다. 카드모스는 그 전사들에게 돌을 던졌는데 이들은 서로 죽이고 죽는 싸움을 하게 되고 마지막에 다섯 명만이 남게 되었다. 이들 다섯 명이 카드모스를 도와 테베를 세우게 되고 테베 귀족의 조상이 된다.

     이 신화가 만들어진 시기는 배우기 쉬운 알파벳과 가볍고 값싸며 들고 다니기 편리한 파피루스의 등장으로 인해 권력은 승려 계급에서 군인 계급으로 넘어간 시기다.

    영문학자이자 미디어 전문가인 마셜 매클루언(1911 ~ 1980)은 자신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도시국가들의 몰락과 제국 및 군인 관료층의 발흥 등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카드모스와 용의 이빨에 관한 신화에 함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용의 이빨’ 신화에서 이빨은 선 모양의 질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시각적인데, 이는 문자들은 이빨처럼 시각적인 것과 같다.

    우리가 쓰는 말 중에는 이빨의 붙잡고 무는 힘과 정확함을 보여주는 표현들이 많이 있다. 특히 글자로 표현된 경우 가공할 만한 위력을 보인다. 독일 나치 시대에 학살을 피하지 못했던 까닭은 전보나 공문을 통해서 전달된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언론의 선동과 조작 때문에 내전이 더욱 격화되었다. 조지 오웰은 <카탈로니아 찬가>라는 자전소설에서 이 실상을 기록했다.

     메모리딩 독서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2년간 많은 엄마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때마다 무섭고 두렵다. 내가 엄마에게 전한 말은 엄마의 마음을 타고 아이에게 흘러가고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사실상 누군가의 가정에 개입하는 것이다.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다. 무섭고 두렵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랑밖에 답은 없다

    6주간 노원의 엄마들을 만나서 집중 강의를 한 시간은 나에게도 소중한 기회가 되었는데, 평소의 방법대로 강의안을 짤 수가 없었다. 엄마들이 궁금하고 아쉬워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주 한주 새롭게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을 남김없이 주어야겠다는 생각뿐 없었다.

    강의를 할 때마다 녹취록을 정리해서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고, 제출한 과제 역시 꼼꼼히 살피며 반복해서 보았다. 그렇게 필요한 강의를 준비하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엄마들의 걱정을 한 장의 마인드맵으로 그려서 가져간 두 번째 강의에서부터 엄마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의에서 엄마들이 아이에게 했으면 하는 것은 두 가지, 바로 ‘칭찬’과 ‘수용’이었다.

    내가 몸소 그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엄마들의 과제와 이야기를 들으며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헤맸고, 그것은 납득할 만한 칭찬이 되어야 했다. 엄마들도 아이에게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수용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1회 강의를 하는 2시간 동안 반 이상은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경청하고, 녹취록을 들여다보는 반복 과정을 통해서 엄마들에게 어떤 행동을 하라고 지시하기보다는 지금 그 자체를 인정한 상태에서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을 천천히 찾아보았다.

    엄마들은 일반적인 부모들과 같이 아이에 대해서 아쉬운 점과 부정적인 점을 자주 이야기하였지만, 수용과 칭찬의 훈련을 통해서 아이를 그 자체에서 바라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이 부분이 가장 뿌듯하다.

     “엄마 출근하지 말고 일주일에 한번 배워오면 좋겠어”

     나름대로 강의 평가를 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강의를 통해서 엄마와 아이들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한다. 아이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이 생겼고, 가까워지게 되었다는 엄마의 말도 좋았지만, 엄마의 입을 통해서 듣는 아이의 반응에 관심이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아이에게 직접 편지를 받았을 때였다. 6주 동안 인터넷 카페의 엄마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프로그램에서 한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또박또박 편지를 써서 보내준 적이 있었다. 아이의 글 안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엄마랑 같이 해서”라는 부분이었다.

      이번에 강의를 하면서도 엄마를 통해서 아이의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공부하러 다니는 게 나은 것 같아. 엄마 출근하지 말고 일주일에 한번씩만 가서 공부하고 와.”

    강의를 다녀올 때마다 엄마가 재미난 놀잇감을 가져오고, 사랑스럽게 대해서주고 이야기를 많이 들으니 아이 입장에서는 기분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지만, 온 신경을 다해서 관찰하고 경청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변화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강의가 끝났을 때 가족의 생활이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는 모습을 확인하며 행복했다.

    이 프로그램의 주요 전략은 엄마를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아이를 직접 상대하지 않고 엄마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이유는 엄마가 가족의 중심이며, 아이의 실질적인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에 대한 사랑에 있어서 엄마만큼 강력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나의 역할은 조그만 사랑으로 엄마의 큰 사랑을 자극하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에 대한 사랑과, 아이 교육에 대한 고민이 가득하다. 방법만 조금 알려주면 마음 깊이 끌어안고 바로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이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부모가 달라지는 수밖에 없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기 때문에 아이가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부모의 어떤 행동에 대한 반응이거나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부모들은 대개 그것을 ‘원인’으로 오해하고 있다. 실제로 엄마들에게 아이가 실제로 느끼는 모습과 특징을 설명하면서 변화를 자극시켰더니 가족의 생활이 달라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부모가 달라지지 않았는데 아이가 달라지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그것을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요행’이다.

    정말 사람의 일은 사랑밖에 답은 없다.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을 남김없이 주어야 움직인다. 마음이라는 녀석은.

    필자소개
    오승주
    제 꿈은 어린이도서관장이 되는 것입니다. 땅도 파고 집도 짓고, 아이들과 산책도 하고 놀이도 하고 채소도 키우면서 책을 읽혀주고 싶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아이가 자라는 동안 함께 하고 아이와 함께 아파하며 아이가 세상의 일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