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노동 동시⑨ '숨은 그림 찾기'
        2012년 09월 08일 12: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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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인권운동과 노동운동에서 세계의 가혹하고 열악한 아동노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어린이이면서 노동자이고, 극한적 노동조건에서 가혹한 착취를 받고 있는 아동노동의 현실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 분노, 애정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레디앙은 전세계의 아동노동 현실에 대해 고발하면서도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시선을 담고 있는 동시들을 연재할 예정이다. 연재될 작품들은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건 동화건 시건 평론이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쓰고 있는 글쟁이이신 신지영 선생의 작품이다. 그림은 이창우 선생이 그려주셨다. 관심과 애정 부탁드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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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은 그림 찾기>

      

    그림자보다 까맣지만

    불빛보다 반짝거리며

    양동이에서 기름이 출렁거려

     

    밖으로 흐를 정도로 넘치면 좋을텐데

    오늘도 겨우 바닥이 가려질 정도야

     

    기름 수집을 잘하려면 좋은 스펀지가 있어야해

    한 번에 듬뿍 빨아들여야하거든

    온몸이 끈적거리고

    손톱사이가 물들어도

    한 방울까지 짜내서 양동이에 담는 거야

     

    버려진 자동차나 공장을 찾아다니다

    밤이 되면

    어둠을 껴입은 채

    숨고 싶기도 해

    내가 하얀 이가 보이기 전엔

    아무도 날 찾을 순 없게

     

    가끔 그렇게 까맣게 숨어서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가 되고 싶기도 해

    그 이야기에는

    분홍치마를 입고

    곰인형을 안은 여자아이가

    하얀 얼굴로 과자를 먹어

     

    아무도 그 아이에게

    안 쥐어줘

    찌그러진 양동이와 헤진 스펀지를

    작품 설명과 배경 : 8살 소녀 가디아는 인도의 카슈미르에 삽니다. 그녀는 아직 어리지만 아침에 나가서 저녁까지 일을 합니다. 가디아가 하는 일은 바로 폐유 수집입니다. 한 손에는 양동이를 들고 한손에는 스펀지는 들고 기름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갑니다. 대부분 폐유는 자동차 작업장이나 폐차에서 나옵니다. 하루 종일 일하다보면 양 손은 기름으로 시커멓게 물들고 손톱 사이사이 기름때가 낍니다. 하지만 기름때를 벗길 여유는 없습니다. 스펀지에 담긴 기름을 양동이에 한 방울이라도 더 짜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힘을 주어야 합니다. 발보다 큰 슬리퍼는 걸을 때마다 덜걱거리며 발바닥에 부딪칩니다. 소녀도 아마 예쁜 옷을 입고 엄마아빠가 사준 인형을 껴안고 친구들과 놀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기 힘들겠지요. 그래서 소녀는 꿈꿀 지도 모릅니다. 이야기의 반짝반짝 빛나는 주인공이 되기를요. 이야기 안에서는 일하지 않아도 되고 배고프지도 않을 테니까요.

    필자소개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건 동화건 시건 평론이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쓰고 있는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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