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충우돌 인문학
    [나의 현장] '학교밖 청소년 교실'의 인문학 이야기
        2012년 09월 04일 11: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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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를 품은 아이들’의 신나는 고전 여행 수업 가운데 아이들이 쓴 시

    슬픈 구도(김민규)

    영화에서 슬픈 장면이 나왔는데
    같이 울어줄 사람이 없다
    할머니는 주무시고
    나하고 같이 울어줄 사람이 없다

    개미 (송지연)

    우리가 쉽게 넘는 계단
    개미에게는 넘기 힘든 저것은 벽
    개미는 너무 작아서 그런지
    넘을 벽이 무수히 많다

    드디어 끝났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꼬박 4개월 동안 그간 경험해 보지 않았던 인문학이라는 세계에 그것도 강사로 참여를 했다. 물론 보조강사였지만 청소년들과 인문학 수업을 진행했던 것은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듯하다.

    동네에서 <학교밖 청소년교실>을 모색하는 단체들이 모여 이러저러한 프로그램들을 아이들과 진행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즐거운교육상상은 수유너머 R과 함께 청소년 인문학을 하기로 한 것이다.

    매주 금요일 성북청소년자활지원관과 월곡지역아동센터의 중학생 친구들을 ‘신나는 고전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만났는데, 함께 한 선생님들은 ‘인문학’에 대한 동경으로 무엇보다 청소년 인문학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였다.

    그런데 누구 말처럼 우리의 인문학 수업은 ‘신나는 고전여행’이 아니라 고단한 고전여행이 돼버렸다. 공부하는 훈련이 안된 친구들이랑 밤 시간에 앉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공자왈 맹자왈 하는 고전 수업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수업 너무 짜증난다며 투덜대는 친구들을 직면하며 많이 힘들었고,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따라하지 않는 친구들을 답답해하며 다그치는 선생님을 보기도 힘들었다.

    인문학 수업의 모습

    기대가 많은 프로그램이었는데 아이들의 불만이 드러나자 기관 선생님들과 강사 간에 갈등 또한 생겨났다.

    ‘어떻게 이런 단어도 모를 수 있지?, 어떻게 저렇게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할까?, 무슨 핑계가 이렇게 많지?’

    아이들과 수업을 하며 이런 의문들이 떠나지를 않았다. 강남에서 오는 친구들과도 프로그램을 하는 수유너머 R 선생님은, 그 아이들과 비교하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레 비교가 된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이 문화적 자극을 너무 받지 않은 현실이 수업 안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 쪽 아이들의 현학적 깊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를 지어보면 우리 친구들이 워낙 맑아서 훨씬 좋은 시가 나온다고 했다. 어떤 것이 좋은 걸까?

    좌충우돌했던 인문학 수업의 4개월 여정을 마무리하며 그간 써왔던 아이들의 시를 모아 문집을 엮었다. 문집 작업을 하면서 보니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았음을 느꼈다.

    시 하나하나에 아이들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 있어 그간 수업에서 보여줬던 친구들의 태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조금은 부족한 친구들의 시 안에서 천재성이 드러나는 것을 보았을 때 놀랍기도 했다. 밝기만한 아이의 시에서 그 친구의 외로움이 드러날 때 울컥 눈시울이 젖기도 했다.

    짧은 4개월 동안 자신들의 생각과 마음을 글로 표현한 것을 보니 아이들의 마음자리가 조금은 넓고 깊어진 것 같다. 아이들 뿐 아니라 선생님들 또한 서로 간에 더욱 많은 소통을 하며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많은 싸움 속에 아이들은 성장한다는 구로 파랑새 학교의 성태숙 선생님 말처럼 수많은 고투 속에 우리 아이들을 성장시켜 주신 수유너머 R의 선생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약속 많은 금요일 이제는 맘껏 즐기겠구나 싶었는데, 아직은 금요일마다 못난이 우리 친구들이 참 보고 싶을 것 같다.

    필자소개
    '시민모임 즐거운 교육상상'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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