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노동 강요하는 노동부 지침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 권리 없다?
        2012년 09월 01일 04:1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고용노동부가 이전에는 사업장을 변경하려는 이주노동자에게 구인 사업장의 명단을 제공해 왔으나 관련 지침을 변경해 지난 8월 1일부터는 구인 사업장 명단을 제공하지 않고 있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

    노동부는 “사업장 이동 과정에서의 브로커 개입 방지”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가능성을 줄이는 것”을 위해 사업장 이동 지침을 변경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8월 31일 국회에서 사업장 변경 제한의 문제점과 사례 발표, 해법을 위한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주노동자에게도 근로의 권리와 평등권 보장돼야

    ‘이주노동자 노예노동을 강요하는 고용노동부 지침철회를 위한 전국비대위’ 김기돈씨는 “노동부의 목적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유인을 줄이고 이를 억제하려는 것”이라며 이주노동자가 근로조건과 임금이 보다 좋은 사업장으로 이동하고자 할 때 내국인 노동자와 일자리 충돌이 일어나는 영역이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좋은 일자리는 내국인이, 나쁜 일자리는 이주노동자가 담당해야 할 영역이라는 고정관념과 인식이 이같은 왜곡된 지침을 낳았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토론회(사진=장여진)

    이에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윤지영 변호사는 “이주노동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내국인의 일자리 보호 차원에서 내국인 고용의무 제도를 두는 경우는 있어도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변호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은 인간의 권리로서 외국인도 그 주체가 될 수 있다”는 2001년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들며 △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결정할 자유 △ 계약체결의 상대방을 선택할 자유 △ 계약의 내용을 결정할 자유 △ 자유로운 방식으로 체결할 자유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의 권리 또한 이주노동자라 할 지라도 그 기본권의 주체성이 인정된다는 2007년도의 헌재 판결과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지침이 외국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한 헌재의 같은 판결에 근거하여, 근로의 권리와 헌법상의 평등권이 이주노동자에게도 있음을 지적했다.

    해결책으로 윤 변호사는 “이는(노동부의 지침 변경) 순전히 이주노동자를 사용하고자하는 사업주를 위한 제도로써,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면 사업주는 헐값이 이주노동자를 마음대로 사용할수 있기 때문”이라며 △ 고용허가제 재검토 △ 관련 규정의 개정 △ 동일업종 사업장 변경의 경우 허용 △ 근무처변경허가기간 등 제한 △ 사업장 변경 횟수 법률의 삭제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는 실제 일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참석해 사례 발표를 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우다야 라이 이주담당자가 밝힌 한 사례를 보면, 사업주의 폭행을 견디지 못해 45일치의 월급을 포기하고 사업장 변경을 하려했지만 구인 업체 명단이 노동자에게 제공되지 않아 일자리를 전혀 구하지 못하고 있다.

    흉기로 자신을 찌른 동료와 일해야만 하는 이주노동자의 현실

     ‘평등을위한이주민연대’의 방글라데시의 샤골 대표가 밝힌 한 사례는, 병원에서 3개월간 일하지 말고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일할 수 없다면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말만 되풀이해 고용노동센터를 찾았으나 해당 진단서로는 회사를 변경해 줄 수 없다고 말해 아픈 허리를 이끌고 강제노동이나 다름없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사례의 경우, 한국인 동료로부터 흉기로 옆구리를 찔렸으나 고용센터는 사업주에게 당한 폭행이 아니면 업체변경을 해줄 수 없다고 해, 신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동료와 한 일자리에 계속 머물고 있다.

    샤골 대표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 본인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퇴직금을 받을 수 있고 기술을 익혀 숙련도를 높이면 수당도 받고 제한적이나마 승진도 할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사업장 변경을 하려는 것은 그만큼 노동환경과 사용주의 억압이 심한 경우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장시간 고강도 노동, 언어와 신체적 폭력, 잦은 산재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이동이 불가능해 이주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다며 사업장 변경 제한 제도의 폐지를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과 이주노동자 노예노동 강요하는 고용노동부 지침 철회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공동주최했으며 내외국인 약 30명이 참석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