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모두의 이야기, 도서관 가기
[서평]『교도소 도서관』 (아비 스타인버그 저/ 이음)
    2012년 09월 01일 03: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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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을 읽는 것 자체도 좋아하지만, 책이 있는 공간에 그저 머물러 있는 것도 좋아하고, 또 그 공간을 찾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무척 좋아한다.

그들이 그 공간을 찾아온 목적과 경로는 모두 제각각일 테지만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건, 책들이 줄을 이루어 천장까지 닿아있는 그 매력적인 공간 자체와 그곳에서 만난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람들 그 자체다.

나는 괜히, 책을 나누는 공간에 모인 사람들은 분명 여타 만남의 장소(가령 교실이라든지 사무실이라든지)에서 만난 이들보다 조금은 더 자주 타인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공감하고, 안아주기도 하는 위로의 행위들을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은 환상(?)을 품고 있는 철없는 북러버(book lover)인 거다!

이 멋모르는 북러버가 가장 사랑하는 책 공간이 바로 ‘도서관’인데, 일찍이 그 자신도 아르헨티나 국립 도서관의 관장을 지냈으며 ‘눈먼 사서’로도 유명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내가 ‘도서관’이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환상을 품는 데 일조한 바 있다.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불을 밝힌 채 고독하고, 무한하고, 부동적이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한 채 쓸모 없고 부식하지 않고 비밀스러운 모습으로 말이다.”  <바벨의 도서관>, 보르헤스

그러니 당연히, 도서관이 좋아서 방학 때는 거의 하루 종일 도서관에 있다시피 했던 초등학생,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내 집을 온통 책으로 채워 넣으리라 다짐했던 중학생 시절을 지나, 고등학교 3년 내내 도서반 활동을 했던 것으로도 모자라 대학에 와서도 생활도서관 운영위원 이름표를 달고 있는 이 도서관 무작정 덕후(?!)에게 아비 스타인버그의 『교도소 도서관』은 제목만으로도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교도소’ 와 ‘도서관’ 이라니? 그의 문장은 처음부터 그 곳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켰다.

도서관의 인물들이 맡은 역할은 그들의 성격과 범죄 이력에 결부되어 있다. 범죄조직의 두목이나 집행관 스타일의 인물들은 안내창구를 맡고, 사기꾼 스타일은 자신만의 작은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사교적인 마약광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어울릴 만한 사람들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며, 우울한 홈리스 알코올 중독자는 사적인 피난처를 찾아 자신만의 몽상에 잠긴다.
도서관은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장소이다. 그리고 내가 있었다. 팔짱을 끼고 서서, 이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의 역할이 무엇일지 궁금해 하면서. (p93)

게다가『교도소 도서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의 철없는 환상, 바로 책을 나누는 사람들은 책과 함께 마음까지 나눈다는 믿음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교도소 도서관’에서, 서로의 외로움을 껴안고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물론 책에서 소개되는 많은 에피소드의 정서적 울림이 ‘교도소 도서관’이라는 장소적 특수성 때문에 조금 남다르게 다가오는 점도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단순히 (책 뒷 표지에 쓰인 것처럼) ‘교도소 사서가 된 어리바리 하버드 졸업생과 매혹적인 흉악범들이 펼치는 유쾌하고 가슴 찡한 이야기’ 그 이상의 먹먹함을 남긴다.

두 극단 사이의 ‘경계’에서 극단적으로 어설픈 우리의 착한 사서, ‘아비’

『교도소 도서관』은 저자 아비 스타인버그의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독실한 유태교 집안에서 태어나 유태인 학교에서부터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촉망받는 유태인 엘리트였지만 점차 사회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유태교에도 회의를 품으면서 갈등을 겪게 된다.

프리랜서 부고(訃告) 전문 기자로 생계를 이어가던 아비는 어느 날 우연히 보스턴 교도소 도서관의 사서를 구하는 구인 광고를 보게 되고, 그에게 절실했던 건강 보험 혜택과 약간의 흥미- 때문에 교도소 도서관의 사서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교도소 도서관의 사서가 된 후 아비가 만난 사람들, 정확히 말하면 그 곳에서 만난 많은 재소자들(포주, 스트리퍼, 조폭, 마약 중독자 등)에 대한 기록이다.

내게 와 닿았던 것은 우리의 어리바리 저자 아비가 부고 기자일 때나 교도소 도서관 사서일 때나 늘 두 극단 사이의 경계에 서서 갈등한다는 점이었다.

그가 부고 전문 기자일 때, 잡지 편집장 입장에서 아비는 ‘쓸데없이’ 마음을 낭비하는 직원이었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은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어 했던 부고 기자였고, 기사를 쓸 때마다 매번 삶의 총체와 죽음에 관한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느라, 감히 누군가의 인생을 ‘요약’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한 사람의 일생이 펼쳐졌고, 인생의 굴곡이 드러났다. 때로는 눈물로 가득했고, 때로는 웃음꽃이 피었으며, 때로는 씁쓸했고, 때로는 비밀이나 후회가 드러나기도 했다. 사람들은 내게 많은 것을 털어놓았고, 원래 마음먹었던 것보다 긴 시간을 내게 할애했다. …(중략)… 나는 고인의 유족들과 함께 앉아, 사진을 들여다보고, 옛날 편지들을 읽으며 그의 삶을 종합하기 위해 노력했다. (p48)

또한 아비는 교도소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는 약 2년 동안 ‘교도소 바깥’과 ‘교도소 안’을 오가면서 큰 혼란을 겪는다.

우선 자신의 역할에 대한 혼란. 교도소 도서관 사서는 교도소 내 근무자들 중 유일하게 민간인이 담당하며, 따라서 재소자들이 만나는 ‘바깥’을 통한 유일한 창구이기도 했다.

아비는 재소자들을 통제하고 구속하는 교도관이나 보안관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소자들과 ‘친구처럼’ 지내기에는 그에 따르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그러나 그 특유의 착한 어설픔 때문에 결국 아비는 재소자들의 부탁을 (몰래) 들어주기도 하며, 심지어는 연민과 동정의 감정을 느껴 그들을 (몰래) 돕기도 하는데, 이 ‘연민’ 때문에 그에게 두 번째 혼란이 닥친다.

복역을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된 후에도 또다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한 재소자를 ‘교도소 바깥’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아비는, 자신이 한때나마 그 흉악범에게 인간적 연민과 공감을 느꼈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정말 아비는 재소자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그들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고, 타인을 진심으로 이해하기도 하며 ‘성장’했던 것이다.

아비가 겪는 갈등은 계속해서 ‘내가 아비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죄를 미워할 것인가, 사람을 미워할 것인가(=죄만 미워할 것인가, 사람도 같이 미워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문제서부터,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다’를 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등…….

여운이 남는 마지막 이야기를 통해 아비는 분명히 어떤 쪽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여전히 대답을 머뭇거린다. 그만큼 『교도소 도서관』이 던지는 ‘인간’ 본연에 관한 문제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지만 세상엔 여전히 수많은 ‘수취 불명’의 연들이…….

『교도소 도서관』은 크게 1, 2부로 나뉜다. 1부-수취 불명. 2부-수취 확인. 이는 일명 ‘연’에 관한 것이다.

이 교도소 도서관에서 ‘연’은 재소자들이 도서관에 있는 책에 몰래 꽂아두는 ‘비밀 쪽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호감이 가는 이성에게(물론, 대상은 ‘안’에 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또 ‘밖’에 있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사무치는 그리움을 표현하고 싶을 때, 재소자들은 작은 쪽지를 써서 도서관 책 안에 몰래 꽂아둔다.

당연히, 이 쪽지는 전혀 그 대상에게 가 닿지 않는다. 대상이 없는 ‘연’들도 많다. 이 ‘연’들은 엄격하고 권위적인 도서관 책임자에게는 그야말로 ‘쓰레기’일 뿐이지만, 죽은 사람이 남긴 편지 한 장, 메모 하나에도 마음을 쏟는 부고 기자였던 아비에게 이 ‘연’들은 안타까운 ‘사랑’의 기록이다.

1부. 수취 불명-에 등장하는 재소자들은 모두 누군가를 향한 ‘연’을 남기는 이들이다. 이 ‘연’들은 2부. 수취 확인-에서 각각의 결말을 맞는다.

각각의 ‘연’이 맞는 운명은 유쾌하거나, 슬프거나, 참담하거나, 절망적이다. 아비는 이 모든 결말 속에서, 담담하게 모두를 껴안는 것처럼 보인다. 교도소 도서관에 모인 죄수들, 그들이 남긴 ‘연’들, 그리고 그들의 인생 전체를 다 안으면서 아비는 이야기한다.

여러 날 동안 나는 세상의 부치지 못한 편지들의 운명을 상상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편지는 도처에 있었다. 책상 위에, 서랍 속에, 지갑 안에, 이메일 저장함에, 영원히 봉인된 채, 수신인을 찾아가지 못한 편지 말이다. 잘게 조각난 채, 잊힌 채로. 때로는 일부러 그렇게. 그리고 잘못 쓴 편지는 한 번 누군가의 손아귀에 들어가면 결코 되돌려 받을 수 없다. 우리는 그런 편지를 보내는 순간 즉시 후회하고 만다.
…(중략)… 이런 편지는 교도소 도서관에 꽂힌 책들 사이에 숨겨진 쪽지처럼, 여러 번 접힌 채 꽁꽁 감추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허공을 나는 연은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지만, 연과 연을 날리는 사람을 연결하는 실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내지 못한 편지도 분명한 존재감을 갖는다. 아니, 보내지 못한 편지가 특히 더 그렇다. (p255)

분명 이 책은 우리 모두를 위로할 수 있는 이야기다. 다 읽은 뒤에 깨닫게 될 것이다. 이는 재소자들과 교도소 도서관 사서만의 특수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외로운 우리 모두들의 이야기이기도 한다는 것을. 그리고는 서둘러 도서관에 가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 어서, 책 나누러 마음 나누러 도서관 가자. 이들처럼 서로서로 꼭 안아주자.

필자소개
학생. 연세대 노수석생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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