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파시즘’ 국가로 가고 있나?
        2008년 10월 06일 10: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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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명박 정권의 ‘파시즘적 성격’을 우려하거나 경고하는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대중 여론을 무시하고 소수의 이해관계를 ‘비타협적’으로 관철시키면서, 이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나 가치는 외면하고, 권위주의 정권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언론 장악을 위한 노골적인 힘의 행사나 유모차 엄마와 고등학생에까지 사법 처리를 강행하는 등 권력이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질서와 준법이라는 전체주의적 가치 속에 개인들의 요구 표출을 ‘공포와 위협의 정치’를 통해 억제하는 태도 역시 이 같은 경고음을 발하게 만들고 있다.

    노동부가 최근 내려보낸 ‘노동조합 지도지침’은 노동운동을 현장에서부터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그대로 드러났으며, 비판적 시민단체들을 목조르기 위해 후원금 차단 등을 노린 기업체 협박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공안통치 기구’들이 맹활약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한 참가자가 이명박 대통령과 히틀러의 사진을 붙여놓고 ‘다른 그린 찾기’라고 적어 넣었다.
     

    또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심화시키는 이명박 정권의 불균형 성장 정책은 그의 임기 안에 보다 심각한 경제 위기를 초래할 것이며, 이 국면에서 한국사회의 파시즘화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가세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파시즘화 가능성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행태에서 ‘파시즘적 요소’들을 발견할 수는 있지만, 한국사회의 파시즘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파시즘화를 우려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우석훈 박사는 최근 저서인 『괴물의 탄생』(개마고원)을 통해 “경제위기 국면에서 ‘한나라 일당독재 파시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파시즘으로의 전환 속도가 더 빨라지면 ‘MB 파시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경찰국가로 급속도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노자 오슬로 국립대 부교수도 <레디앙>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통치 방식을 다소 강경화시키고 반체제적 움직임들을 분쇄시키는 것은 물론, 개혁주의적 사회 투쟁의 기회마저도 빼앗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민족주의의 이용과 통치 방식의 폭력화 차원에서 ‘파시즘적 요소’를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희 소통과 혁신연구소장도 최근 <레디앙>에 기고한 글을 통해 “세계경제공황이 종종 파쇼와 전쟁, 제3세계 식민지 종속국의 혁명을 야기하는 환경을 조성했음을 역사는 말하고 있으며, 지금 이명박 정권이 위기에 놓인 내외 독점자본의 충견 노릇을 자임함으로써 서서히 파시즘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파시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뉘앙스 차이가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와 박노자 교수,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현정권의 ‘파시즘적 요소’를 인정하면서도 ‘파시즘’으로 규정하는 것은 조심스러워 하는 반면, ‘반독재 국민전선’을 제안했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정성희 연구소장은 ‘파시즘화’를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현정국을 보는 정세 인식과 대응 방안의 차이로도 나타난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현재 이명박 정부의 파쇼화와 공안탄압에 대응하는 ‘반독재 국민전선’을 주장하면서 ‘반이명박’ 세력을 결집하는데 힘을 모으는 반면, 노회찬 대표와 박노자 교수 등은 ‘반신자유주의’가 주전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노당-이석행-정성희 ‘반이명박’ 전선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반독재 국민전선’에 대해 “정권의 폭주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자, 그리고 모든 개인이 연대하는 ‘거대한 전선’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정권의 탄압이 강해지고 있는 만큼 어느 누구도 혼자 힘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며 연대의 강도와 폭도 단단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성희 소통과 혁신 연구소장도 “진보개혁세력이 현명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실제 이 땅에 파쇼와 전쟁 위기가 도래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오늘의 ‘반이명박 범국민연대’ 준비는 이 같은 엄혹한 정세와 맞닿아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도 최근 ‘촛불-공안탄압 저지 대책위’를 구성하며 “‘촛불-공안 탄압대책위원회’는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야당 및 야당 정치인들과도 연대해 국가보안법 탄압과 촛불탄압에 대한 총체적 대응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반신자유주의 연대’를 강조하는 쪽은 이 대통령의 경제사회 정책을 지난 10년 동안의 ‘민주파’ 정권과 구분짓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이 대통령은 이들 정권과, 신자유주의 정책 노선에 관한 한 연장선에서 있으며, 현 시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민주정부-이명박 정부로 이어지는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해 저항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노회찬-박노자-조현연 ‘반신자유주의’ 전선

    노회찬 대표는 <레디앙>과의 인터뷰를 통해 “‘반독재국민전선’이 형성된 가운데 FTA가 강행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반독재국민전선’에는 FTA 찬성론자, 반대론자 모두 다 들어올 것 아닌가? 또한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비정규직 악법을 통과시켰던 사람들과 더불어 해야 하는가?”라고 비판하며, “‘반신자유주의’가 진보진영의 주전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노자 교수도 “히틀러-무솔리니의 국가통제형 경제와 달리 이 대통령의 기본적인 경제 구상이 독점기업을 위주로 하고 있으며, 그들의 독식을 돕는 방식으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여전히 추구하고 있다”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존의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친재벌적 신자유주의를 계승, 발전하는 차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 대통령의 폭력적 요소가 있는 통치 스타일에 대해 자유주의 좌파가 다소 반대할 수도 있지만 친재벌 신자유주의라는 차원에서는 이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유시민 등이 사실 ‘공범’”이라며 “그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국민전선’ 전략보다 ‘반신자유주의’, ‘반재벌’ 전선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재벌 위주의 수출주도경제 대신 공공 영역과 중소기업 위주의 내수 주도적 복지 경제 모델의 실현이어야 한다”며 “그러한 모델을 실천하는 데에 있어 재벌들에게 정치 자금을 받는 자유주의 좌파 정객들이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듯하다”고 말했다.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 역시 “현정권이 파시즘 경향은 있지만 그렇게 규정지을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이후 경향적으로 파시즘이 가속화되는 것도 있지만 이 정부를 파시즘으로 규정한다면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과 구분이 되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이 정부는 소위 민주정부 10년과 연결선상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1일 노동부의 노조 지도지침이 지침이 너무 노골적이긴 하지만 사실 이전 10년의 정부에도 노동에 대한 탄압은 있어왔다”며 “이명박 정부를 파쇼로 규정지어서 마치 지난 10년이 ‘조금 나았던 시간’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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