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십-미디어 중심 활동 문제 드러나
        2008년 10월 02일 07: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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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제의식

       
      ▲김원 대안지식연구회 연구원
     

    2004년은 한국 정당정치의 ‘전환기’였다. 2004년을 기점으로 지체되어온 정치사회와 정당구조의 근대화를 위한 결절점을 형성했다. 하지만 2004년 당시 민노당은 이념을 압도할 현실도, 현실을 주조할 이념도 결여된 ‘형성기의 정당’, ‘진보정당의 맹아적 형태’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대선 이후 4~5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진보정당운동은 여전히 지속적이고 유의미한 ‘주요 정당’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특히 진보정당이 지지자와 대중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기존 정당에 대한 강한 불신이나 반정치의식이란 역편향 그리고 그 결과로서 정당 지지 강도와 지지자 약화를 초래하지 않을까에 대한 문제가 걱정된다.

    이런 와중에 2008년 촛불정국은 기존 대의정치로 수렴되지 않는 운동 주체라는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이 속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사회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의 실천은 ‘정당운동-사회운동(혹은 노동운동) 간의 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촛불 정국 속 사회운동 부차화

    2008년 촛불 정국은 몇 가지 시사를 주고 있는데, 우선 사회운동 등이 이 안에서 부차화되었다는 점이다. 여론과 미디어 그리고 정부만이 이 안에 존재하고 운동을 통해 조직되어야 할 ‘정치적 주체’는 사라졌다. 두 번째, 촛불 정국에서 정당 역시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른바 대중의 반정치주의적 정서를 유의미하게 변화시킬 동력을 창출해내지 못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진보정당을 돌이켜 보면, 대중투쟁을 통한 정치사회 내 영향력 제고, 혹은 선거투쟁과 정치투쟁의 결합 등 이야기가 있었지만, 2000년대 진보정당운동은 정당운동의 핵심을 ‘의회 활동’으로 삼고, 이를 위한 사회-대중운동의 동원에 기초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활동이 진보정당의 폭발적인 지지 확산과 동시에 급속한 쇠퇴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대선 패배와 지지율 급락 현상은 민노당의 실천이 누적된 결과가 아닌가? ‘초반 기대치의 급상승’은 몇 년 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2중대’처럼 인식되었다.

    이러한 책임을 자주파에 귀책시키는 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평등파이든 비자주파 계열의 정파나 활동가들도 스스로를 열우당보다 다소 좌측에 있는 정책정당으로 민노당을 위치시킨 것은 아니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즉 ‘자기비판’에 근거한 전환이 필요하다.

    필자는 정당이 활동의 중심 축을 적극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점. 즉, 사회운동이나 대중운동을 동원하는 정당이 아닌 ‘사회운동을 위한 정당’ 혹은 ‘운동을 위한 정당’으로 방향 전환을 제기하고 싶다.

    2. 진보정당과 노동계급 중심성 : 당원 구성 및 투표 성향

    정당에서 노동계급 중심성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겠지만, 구성원에서 노동계급의 비율, 정강, 정책 지향에서 계급성으로 표현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운동이 차지하는 비율, 정당 리더십에서 노동자 출신 혹은 노동자운동이 지니는 헤게모니 정도, 선거 및 제도정치에서 정당의 지지층에서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 등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민노당의 당원 구성은 2004년 사무직(44%), 30대가 50%이상으로 남성이 3/4을 차지한 정당,인 30~40대 남성 노동자층이 주를 이룬 정당이었다. 2007년 5월 당원 직업별 현황 자료도 남성이 77%를, 30-40대가 총 77%를 차지하고 있다.

    진보신당, 노동자 지지 못 받아

    투표 영역에서 민노당은 실제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와 실제 민노당이 스스로 대표하고자 한 유권자 간의 ‘괴리’가 존재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2006년 광역선거 비례대표에서 정당 투표를 비율로 보면, 농민, 어민이 10%, 자영업 12.6%, 화이트컬러 23%, 블루컬러 13%, 학생 14%의 지지를 보였다.

    민노당의 주된 조직 기반으로 이야기되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민노당 지지 비율을 보면, 99년 제조업 가운데 지지율은 31%, 지지정당 없음이 52%를, 2001년에는 각각 33%와 43%, 2003년 전체 조합원 대상으로 보면, 지지가 49%, 지지정당 없음이 51%였다. 무당파 조합원이 40~50% 사이로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이런 상황에서 비민주노총 노동자층의 민노당 지지비율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처럼 민노당이 대표하고자 한 지지층과 실제 지지층간의 괴리는 인정되어야할 현실이다. 현재 진보신당도 대도시, 인구 밀집지역에서는 지지율이 높지만, 도시 외곽이나 노동자 밀집지역에서는 지지층이 소수인 것이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

    3. 진보정당과 대중조직간의 관계 :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역사적으로 노조와 정당 간 관계는 정당 지배형, 노조 지배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 데, 민노당과 민주노총은 이 가운데 아직 확실한 유형이나 형태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몇 가지 측면에서 정당이 노조의 분열 등을 반영하지만, 그렇다고 정당 활동과 투표에서 노조의 적극적 동원 역시 취약하다.

    최초 친노동자정당의 국회활동 과정에서 정당과 노조는 여러 가지 면에서 협조하려고 했다. 의정 활동에서도 민주노동당은 다른 보수정당에 비해 노동관련 의제를 적극화시켰다. 그러나 민노당 전체 성명, 논평 32건 가운데 대기업/공공부문 파업과 투쟁에 관한 건이 23건으로 상당수를 차지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건수는 3건으로 횟수가 낮았다.

    진보정당이 보여 온 ‘편중 현상’

    이는 스스로 여성, 비정규, 농업 등 사회적 마이너리티에 대한 대표성을 표방한 당의 공식 입장과 대조적으로, 이들에 대한 정책 이슈는 전국적이라기보다, 국지적이고 협소하지 않았는가란 느낌도 든다.

    이는 진보정당이 보여 온 ‘편중 현상’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 민주노총에 대한 민노당의 의존도가 높은 ‘존재방식’에서 기인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조합원 수준에서 민주노총의 당내 영향력은 ‘민주노총당’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취약한 것이 아닌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

    표면적으로 2004년에 비해 2007년 당원은 8만명으로 87% 증가하고 이 가운데 민노총 조합원 당원은 2001년 6천7백여명(전체 당원의 36%)에서 2007년에 3만 8천명(전체 47.5%)으로 증가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당권을 지닌 조합원은 22,382명(전체 조합원의 3.44%)로 조합원 대비 당원 조직율이 5% 미만임을 드러냈다.

    재정 측면에서도 2002년 대선 시기 민노총은 60억 지원을 목표로 했으나, 실제로는 3.8%인 2억 3천만원 조달에 그쳤다. 또 2004년 인천지역 조사에 따르면, 조합원의 정당 비가입 비율이 65%에 달했다.

    문제는 정당과 노조간 ‘관계 설정’의 문제로 1) 당의 경직된 노선 2) 근본적으로 다수당이 되기에 불리한 선거제도 3) 노조에 대한 과도한 의존 등이 그것이다.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정당이 조직노동/노조에 포획되거나,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지도력과 정치활동을 전개하지 못할 경우, 다수 잠재적인 지지자로부터 안정적인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실패’할 수도 있다.

    일상적 지역 정치의 중요성

    그동안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중앙이 제기하는 정치활동과 지역 및 현장에서 정치활동이 분리되었거나, 혹은 중앙의 결정이 지역 및 단사에서 집행되지 못하는 구조였다. 즉 지역·단사 정치활동의 주체가 결핍된 동시에 활동가-간부와 조합원 간의 당에 대한 이해 및 몰입도가 ‘괴리’되는 현상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에서 ‘일상적 정치활동’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는 현장의 여러 가지 자신의 문제를 지역 공동체가 처한, 혹은 자신과 상이한 위치에 처한 주체들과 유사한 문제로 여기고 공동의 운동을 전개하는 것과 중장기적 시야에서 노조와 지역공동체가 분리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기 계획 하에 정규/불안정, 업종, 성별 등을 가로지르는 지역공동체에 적극 개입하는 것이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현재 당과 노조간의 관계에서 우려스러운 점은 정당 분열이 곧바로 노조 및 현장 활동가와 대중조직의 분열로 이어지지 않을까에 대한 문제다. 당의 분열은 대중운동 내 활동가 층의 정치적 전망의 상실로 연결될 수 있고, 이는 곧바로 노조 등 대중조직의 균열로 즉자화될 수 있다.

    4. 변화된 운동지형 속에서 진보정당의 방향 : 운동을 위한 정당운동

    민노당 시기, 초기 10명에 대한 열광이 왜 식었는지 되돌아보면, 명망성 있는 당내 리더십 중심의 의회 활동이 지닌 한계, 미디어 정치에 대한 몰두, 긍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조직 이데올로기가 결여되었거나, 매우 추상적인 언명에 그친 점 등을 들고 싶다.

    한편 민주노총과 민주노조운동은 표면적으로 ‘민주노총당’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실제 정당운동과 이와 연계된 정치활동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여전히 민주노총과 민주노조운동은 공장 외부의 실천과 사고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물론 당이나 지역활동을 할 시간이 부족하고 과도한 노동시간과 현장활동의 과잉 등이 현재 조건을 규정지을 수 있다.

    ‘마포 민중의 집’ 주목 필요

    아직은 ‘실험적’이지만 지난 시기 ‘지역 정치활동’의 사례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노조, 정당, 사회운동 그리고 지식인 층이 결합된 ‘마포 민중의 집’이나 이랜드 투쟁에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결합한 과거 민노당 마포지역 활동가와 이들이 중심이 되어 가시화된 월드컵 상암점에서 운동 주체의 적극적 조직화 사례가 있다.

    하지만 민노당이나 민주노총의 모습은 불안정노동자들은 투쟁을 받아 안기는 했으나 단위노조나 지역 차원에서 일상적이고 안정적으로 결합하지 못했으며, 이 과정에서 불안정노동자와 여성 등을 노동자운동의 주체로 내세우기 위한 장기적이고 치밀한 전략은 사상되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연합적인 힘’의 가능성이다. 연합적인 힘이란 시장 교섭력이나 작업장 교섭력 등 구조적인 힘에 대비되는 것으로 당면 문제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계층과의 연대를 의미한다.

    하지만 선험적으로 지역을 중심으로 연대 운동을 강조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연합적 힘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현재 조건에서 불안정 노동자 문제도 기존 운동 조직이 아닌, 새로운 집단에 의해 폭발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그런 국면을 대비하는 준비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 시대를 마감하는 노동자 운동

    이제 노동자운동은 한 시대를 마감하는 순환의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산별노조 건설-친노동자 정당 강화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보인다. 87년 직후 한국 노동자 운동은 초보적이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연합적 연대의 가능성을 밑으로부터 대중투쟁에 기초해 만들고자 한 바 있지만 전노협 해소 과정에서 전투성, 최대강령주의 등으로 비난받으며 소멸되었다.

    물론 현재 노동자운동이 다시 ‘전노협 시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위기를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고 시민운동이나 상층 단위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는 전략은 새로운 노동자운동의 주체 형성을 지체시킬 것이다.

    이제 ‘현장성’으로 불리던 작업장에 초점을 둔 조직화 모델을 근본적으로 다시 평가하며, 불안정노동자, 여성, 비조직 노동대중을 삶의 공간이자 노동의 공간인 지역에서 ‘새로운 저항’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노동자운동만의 과제가 아닌, 인종, 젠더, 시민권, 계급 등의 이슈와 대면한 소수자와 타자들의 다수자화를 지향하는 모든 사회운동이 결합해서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민노총의 상황이 단기적으로 변화되기 어렵다면, 지역을 중심으로 역동적인 흐름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다시 노조 내부를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노동자운동의 주체, 시·공간, 주체형성의 방식 등에 있어서 근본적인 재고를 요청하는 ‘방향 전환’의 성격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나는 ‘운동을 위한 정당운동’, 정치주체를 일상 속에서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정당운동의 영역과 방향이 틀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현재와 같이 느슨하고 모호한 정체성이 아닌, 정당운동-대중운동-사회운동 등과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

    나는 이를 ‘당 운동의 상대화’ 내지는 운동을 지도하는 정당의 역할을 조정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 길이 보이지 않는 ‘열린 모델’이긴 하지만, 정당운동, 사회운동, 지역 주민운동 등을 포괄하는 ‘개방적인 노조 모델’을 통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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