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단기적 실리주의 확인
    2008년 10월 01일 11: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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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년 임단협 조인식(사진=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
 

지난 25일 현대차 2008년 교섭이 마무리되었다. 지난 5월부터 진행된 금속노조 중앙교섭이 8월 초에 잠정합의안을 타결한 후 진행된 약 한 달 반의 지부교섭의 결과가 총회를 통해 인정된 것이다. 예년과 달리 올해 교섭은 임금협상 외에,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을 둘러싼 별도교섭이 진행되었기에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였다.

하루 10시간씩 2조 근무를 기본으로 하는 현행 주야맞교대를 철야노동 없이 하루 8시간씩 2조 연속근무로 바꾸는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은 단순히 근무형태의 변경문제를 넘어서는 자동차산업의 생산체계를 전면적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 생산체계 전면 변화시킬 사안

근무형태의 변경이 임금, 노동시간, 생산방식, 후생복지, 부품조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대차 조합원뿐만 아니라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관심이 현대차 교섭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하듯 교섭과정에서 지부집행부를 제외한 제 현장조직과 의견그룹이 교섭장을 봉쇄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은 1차 잠정합의안에 대해 61.7% 라는 사상최대의 반대표를 던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교섭과정은 몇 차례의 부분파업에도 불구하고 1차 잠정합의안과 차별적인 2차 잠정합의안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많은 조합원들은 이미 최장기 교섭기간으로 인해 심각한 피로감을 느꼈고, 부결시 대안부재라는 현실적 판단으로 인해 2차 투표는 결국 가결되었다.

과연 그렇다면 현대차 교섭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첫째, 임금교섭의 결과는 기존의 관행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기본급 85,000원 인상, 직무수당 3,000원 인상, 성과급 300%에 일시금 400만원 추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 임금인상 내용은 노동조합의 기존 요구안에서 기본급의 타결수준이 낮아지고 총액수준에서 맞추어지는 방식으로 타결된 것이다.

이는 기본급의 인상 수준과 총액임금 대비 고정급의 비중을 최대한 낮추어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회사의 경영성과에 종속시키고자 하는 현대차 자본의 임금전략이 반영된 결과이다. 핵심적인 교섭의제의 관철을 막기 위해 충분히 돈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이번에도 확인된 것이다.

회사, 핵심 교섭의제 저지 위한 돈 충분

둘째, 별도교섭으로 진행된 주간연속 2교대제에 대한 내용이다. 현대차 노사는 현재의 설비 및 제반 여건상 소위 ‘8/8 방식’의 주간연속 2교대제를 2009년 1월 1일부로 도입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 하에 과도기적으로 2009년 9월 중으로 1조 8시간, 2조 9시간 근무형태를 기본으로 하는 ‘8/8+1 방식’을 우선 도입하고 ‘8/8 방식’의 근무형태는 향후 시장상황과 중장기적인 설비투자의 지속적 실시를 통한 제반 조건을 감안하여 2013년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과 병행되어 실시되는 월급제의 경우 임금수준은 시행시점의 생산보전방법에 따라 변동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지만, 고정 OT수당과 1시간 연장근무수당을 통해 최대한 현행 ’10/10 방식’의 총액임금에 맞추는 것을 합의했다.

또한 현행 ’10/10 방식’의 생산능력과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별 UPH 조정, 설비능력 개선과 인원조정에 대해 노사가 상호 협의하기로 했으며, 공장별 생산물량의 조정과 유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 공동으로 ‘맨아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교섭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 방안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 차이는 첨예했다. ‘8/8 방식’의 직도입이냐, 과도기 형태를 두는 단계적 도입이냐에 대한 논란은 물론, 임금보전과 물량보전에 대한 수준과 방식에 대한 이해대립이 노사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내부에서조차 교섭 이전부터 심각하게 전개되었다.

주간2교대제와 3무 원칙

소위 ‘3무 원칙’이라고 이야기되는 노동강도의 강화, 임금손실과 고용불안이 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이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원칙론과 현실론의 대립은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교섭이 마무리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주간연속 2교대제에 대한 합의내용을 지금 당장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근무형태의 변경, 월급제의 구성, 생산능력 및 생산량의 유지, 물량조정 및 유지 기준 등에 대해서 큰 틀에서 예전보다 진전된 안을 마련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노사가 합의하고 준비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번 합의문의 제 5항 ‘시행시기’ 관련 조항에도 나타나고 있듯이 2009년 1월 중으로 예정된 전주공장 시범 실시에 대한 노사간 별도협의체에서 임금보전 및 생산량유지와 인력운영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전제되어야만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이 실제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주간연속 2교대제의 교섭은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다.

금속노조에 소속되어 있는 한 사람으로서 올해 현대차 교섭을 지켜보면서 가지게 된 몇 가지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싶다. 먼저 조합원 대중의 경제적 이해를 대변한다는 논리 하에 확산되고 있는 단기적 실리주의가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이라는 제도적 과제의 질적인 개선을 뒤로 한 채, 성과급 추가인상과 같은 떡고물에 넘어가고 있는 조합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주간연속 2교대제의 잠정합의안에 대한 강한 불만으로 해석될 수 있는 1차 투표 반대표는 임금을 더 받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한 것이었나?

타결 독촉금(?)의 성격을 지닌 일시금의 함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공장 노동자들의 인식전환을 위해서 금속노동조합운동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모든 걸 집행부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나

또한 이번 교섭을 통해 현대차 노동조합운동의 제 정파간 소통부재와 상호불신구조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교섭과정에서 현대차 사용자를 실질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내부의 응집력에 기반한 통일적 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섭에서 이러한 조직력과 투쟁력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교섭의 집행주체로서 지부집행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과연 이들만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인가? 제 살 갉아먹기식 내부투쟁은 결국 노동조합운동에 대해 조합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고 상처뿐인 결말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단 말인가?

이번 교섭과정에서 발생한 지부집행부와 제 정파간의 충돌과 갈등은 노동조합운동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조직적 과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올해에도 역시 중앙교섭과 지부교섭간의 연계성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본조와 지부간의 괴리감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 같다. 금속노조의 경우 본조는 중앙교섭의 성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완성차 조합원들은 지부교섭의 내용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상황 판단은 교섭요구안의 준비과정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완성차는 물론, 지역지부의 조합원들의 관심까지 중앙교섭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의제인 주간연속 2교대제를 중앙교섭의 요구안으로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 시점이 내년 9월로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금속노조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근무형태의 변경에 대한 교섭요구안을 본조와 지부가 얼마나 공조하여 제대로 준비하고 이를 관철시키는가에 따라 내년도 교섭의 승패가 가름될 것으로 보인다.

* 이 글은 10월 1일자 <매일노동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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