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이 말하는 ‘YTN 노조의 힘’
    By mywank
        2008년 09월 30일 04:5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출근저지 투쟁 75일, 인사횡포 불복종 투쟁 35일. 오랜 기간 ‘낙하산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YTN 노조의 모습은 한 건전지 회사의 캐릭터인 ‘에너자이저’를 떠올리게 한다. 쉴새 없이 싸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응집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9일부터 YTN 노조 조합원들은 ‘단식’이란 더욱 강도가 높아진 투쟁을 벌이고 있다. 2001년 이후 입사한 공채 7기~10기 젊은 사원들이 ‘릴레이 단식’에 나선데 이어, 30일에는 1995년 이후 입사한 공채 3기~6기(2000년 입사)들도 후배들의 단식에 동참하고 있다.

       
      ▲단식중인 YTN 조합원들(사진=손기영 기자)
     
       
    ▲단식에 들어가며 붙여놓은 피켓(사진=손기영 기자)
     

    30일 남대문 YTN 사옥 1층에 마련된 조합원들의 단식농성장 앞에는 ‘후배들이 시퍼렇게 눈 뜨고 있습니다’, ‘선후배가 하나되어 방송독립을 지켜내자’라고 적힌 피켓이 걸려있었다. 젊은 사원들과 선배 사원들이 단식에 들어가며 각각 붙여놓은 피켓이었다.

    6개월 동안 월급 한 푼 못 받은 적도

    농성장에는 오랜 투쟁으로 인한 ‘깊은 피로감’ 대신, 조합원들의 웃음과 수다가 이어졌다. 또 릴레이 단식을 벌이고 있는 선배와 후배 그리고 동료들을 격려하기 위한 조합원들의 발길이 계속되었다.

    ‘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 둘’… 끊임 없고 거침없는 투쟁을 벌이고 있는 YTN 노조의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올까. 30일 오후 YTN 1층에 마련된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익명을 요구한 YTN의 고참급 기자(공채 2기)는 “90년대 초 YTN이 처음 생겼을 때, 당시 정부가 케이블방송 정책을 잘못 펴서 YTN이 고사위기에 놓인 적이 있었다”며 “이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MF가 왔고, 회사 사정이 어려워 사원들이 6개월 넘게 월급을 한 푼도 못 받은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소환 전 항의회견을 하고 있는 YTN 조합원들 (사진=손기영 기자)
     

    이어 그는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YTN은 1초라도 뉴스를 멈춘 적이 없었고, 이런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강한 ‘기자정신’을 갖게 되었다”며 “이런 선배들의 정신들이 후배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해지게 되었고, 이번 투쟁과정에서도 정신적인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준형 기자(9기)는 “YTN은 KBS, MBC 등 공중파 방송과는 다르게 작은 조직이고 가족과 같은 분위기”라며 “일사분란하고 똘똘 뭉치는 힘이 평상시에는 뉴스제작이나 취재과정에서 발휘되지만, 이번과 같은 경우는 투쟁현장에서 발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 제작과정의 단결력 투쟁에서도 발휘

    그는 이어 “나름대로 YTN이 오랜 투쟁을 해왔는데, 솔직히 지치기보다 ‘투쟁의 시너지’들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며 “평소 조직 특성상 사원들 간에 소통이 많은 편인데, 투쟁을 하면서 더 많은 분들과 만나고 함께 할 수 있어 그만큼 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앵커 출신인 성문규 기자(공채 7기)는 “이명박 후보 대선특보 출신인 ‘낙하산 사장’을 저지하기 위한 YTN 노조의 싸움은 너무도 명분이 뚜렷하다”며 “그래서 투쟁의 방향과 목표가 명확하고, 명분 있는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랜 기간 투쟁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출근저지 투쟁 중인 YTN 조합원들 (사진=손기영 기자)
     

    이어 성 기자는 “또 현 YTN 노조위원장인 노종면 앵커는 선배나 후배들 사이에서 큰 신임을 받고 있는 분”이라며 “노조 집행부가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런 노조문화가 투쟁에 생소했던 구성원들의 호응과 동참을 이끌어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뢰받는 노조 리더십도 큰 힘

    김명우 앵커(6기)는 “그동안 구본홍씨 개인이 보여 준 모습이 YTN 구성원이 벌이는 투쟁의 또 다른 동력이자 촉매제가 되었다”며 “힘들고 지쳐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파렴치하게 후배들에게 징계를 내리고 경찰조사까지 받게 한 구씨의 모습이 조합원들의 화를 돋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앵커는 “또 이 투쟁을 그만두면 ‘3류 방송’에서 일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그동안 투쟁을 해오면서 쌓아온 성과도 있고, ‘3류 방송’에서는 절대 일하기 싫기 때문에 투쟁을 절대 중단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성준 기자(공채 3기)는 “처음에 YTN 노조가 구본홍 씨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사장실을 막는 것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했지만, 여기에 맞서 사측이 힘으로 노조를 누르려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물리 시간에 배웠던 ‘작용과 반작용’처럼, 사측이 노조에 힘을 가하면 가할수록 더욱 강한 ‘반작용’만 돌아올 뿐”이라며 “지치지 않는 YTN 노조의 투쟁은 사측이 가한 힘만큼 강해져 왔다”고 설명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