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들은 1분에 1억원 벌어들이고
    우린 1시간 10원 인상 & 해고 천국
        2008년 09월 29일 01: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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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서산에 2004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동희오토라는 공장이 있다. 1천여명의 사원이 근무하는데, 그 중 사무관리직 160명만 정규직이다. 나머지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850여 노동자들은 100% 비정규직이다. 모두 12개 업체로 나뉘어 주야간 10시간씩 ‘모닝’이라는 자동차를 생산한다.  기아차에서 만드는 모닝의 완성차 조립 대행업체다.

       
      ▲ 기아차 모닝
     

    최저임금보다 10원 더 많은 임금

    여기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입사하면 시급 3,760원을 받고, 3개월이 지나면 3,780원을 받는다. 올해 최저임금은 3,770원이다. 1년이 지나면 다시 재계약을 해야하고 그동안 입바른 소리라도 했다면 재계약이 되지 않는다. 2년이 지나도 최저임금보다 10원이 더 많고 3년이 지나도 최저임금보다 20원이나 30원이 더 많을 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날 소속된 하청업체가 사장이 바뀐다. 원청회사인 동희오토에서 하청업체와의 도급관계를 다른 사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순서는 이렇다. 먼저 동희오토에서 진양기업(실제로 작년 계약해지된 업체)으로 보낸 도급계약 만료 통보가 공고로 사무실 벽에 붙는다. 진양기업에서는 110명 소속 전체 노동자에게 1달 후에 계약이 해지된다는 계약해지 예고 통보를 보낸다.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보름쯤 지나면 새로온 사장이 누군지 소문으로 알 수 있다.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새로온 관리자라는 사람이 110명을 한명씩 불러서 다음 달부터 일할 새로운 계약을 맺는다.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이 과정에서 작년 진양기업은 모두 7명의 노동자와의 계약을 거부했다. 아무런 이유없이 합법적으로 해고된 것이다.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그리고 서로가 밉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아무런 이유없이 해고된 것을 두 눈으로 본 노동자들은 라인에 묶여 일을 하며 풀 곳 없는 화를 자신에게 돌린다. 먹고 살아야 한다.

    한편 재계약에 성공한 노동자들은 어제와 똑같은 라인에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 다시 신입사원이 되어 최저임금을 받는다. 전의 회사와 계약이 해지되었고 신입사원이 되었으므로 근속이 인정되지 않아 연차가 없어지고 월차와 생리휴가는 아예 없다. 월차도 연차도 없이 1년을 일하고 다시 재계약이 되면 그때서야 연차가 12개 발생한다.

    유령노조, 산 노동자들을 잡아먹다

       
      ▲ 사진=미디어 충청

    2005년 이 공장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가 설립되었다. 설립 초기 조합원이 300여명으로 급속히 빠르게 조직되었으나, 조합원이 가장 많은 핵심적인 하청업체 ‘SA테크’를 동희오토 원청회사에서 통째로 도급계약해지 했다. 한꺼번에 50여명의 해고자가 발생했다.

    또한 11개의 다른 업체의 노동자들은 2004년 이미 신고된 한국노총 소속의 노동조합이 하청업체마다 하나씩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그동안 노동조합이 있는지도 몰랐고 위원장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각 하청업체에서는 노동자들을 한사람씩 불러서 면담을 했다.

    “사내하청지회를 탈퇴하고 우리업체의 노조로 가입해라.”
    “소나기는 피해가는 법이다. 지금 계속버티면 SA테크처럼 된다. 너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이 가장 많은 업체를 동희오토에서 짜른단다. 그럼 우리 모두 짤리고 SA테크처럼 된다. 일단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니냐.”

    “한국노총 소속 노조에 가입해라. 그러면 동희오토에서 다 알아서 들어준단다. 이미 동희오토에서 각 업체 소장들에게 다 지시내렸다. 자꾸 버티면 너만 해고당한다.”

    날마다 수십 통의 탈퇴서가 날아왔고 그래도 버틴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유인물만 돌려도 징계되었다. 어김없이 입사일이 다가오면 남은 조합원들은 계약이 해지되었다. 2008년 현재 조합원은 단 두 명이다.

    어제는 노조위원장, 오늘은 하청업체 소장

    그동안 어용노조 위원장들은 취업규칙 수준도 안되는 단협을 맺고 매년 210원 수준의 임금인상을 회사와 합의했다. 해마다 오르는 최저임금은 최근 몇 년동안 300원수준이다. 어제까지 노조위원장이던 사람이 오늘 하청업체 소장이 되어 조합원의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2005년 이래 단 한해도 해고된 노동자가 없었던 적이 없는 동희오토. 올해도 해고자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소속의 조합원이 아니라 한국노총 어용노조 소속의 조합원 5명이 9월 추석 전에 한꺼번에 계약이 해지되거나, ‘위장취업’ 했다는 이유로 징계 해고되었다. 계약해지는 그렇다치고 무엇을 위장했냐고 물어보았더니 졸업하지 않은 대학의 학력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5명의 노동자들이 부당한 징계와 계약해지에 맞서 출근시간 정문에서 출근을 시도하면 원청과 하청 회사의 관리자와 경비 200여명이 나와서 밀어낸다. 9월 26일 현재 다섯번의 출근을 시도했는데 그동안 한 명은 발가락이 부러졌고 다른 사람들도 온몸에 멍이 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노동자들 마음의 멍까지 보이는 듯해서 눈물이 난다.

    징계해고되지 않고 10월 초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두 명의 노동자는 출근이 가능한데 지난 24일 그중 한 노동자가 점심시간에 식당 식탁에 올라가 해고의 부당함을 조합원들에게 호소하는 과정에서 경비와 관리자들에게 끌어내려져 온몸이 짓밟혀 의식을 잃고 실려갔다. 다행히 의식은 찾았지만 경추염좌, 요추염좌, 뇌진탕, 다발성 좌상으로 전치 3주의 진단이 나왔다.

       
      ▲ 지난 19일 출근투쟁 중인 조합원이 경비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가고 있다.(사진=미디어 충청)

    너희들은 1분에 1억을 벌어들이는구나

    한편 식당에서 동료가 짓밟히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출입을 하지 못한 세 명의 해고자들은 동희오토 정문으로 달려가 동료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출입하겠다고 누워버렸고 출동한 경찰이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도 않고 무슨 죄인지를 확인시키지도 않은 채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워 연행해갔다. 하루만에 풀려났다. 여전히 정확한 죄명은 알 수 없고 ‘앞으로 조사하겠다’는 말만 들었다.

    이 사건 당시 회사에서는 정문에서 해고자 3명이 물류를 막았다며 라인을 20분 세웠고, 소장들은 5인의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총 20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니 이제 걔네들은 끝났다고 말했다. 1분에 1억씩 벌어들이는구나.

    동희오토 850명 하청노동자들이 피의 모닝을 만들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피의 모닝이 아니라 노동하기 좋은 나라 ‘굿’ 모닝을 만들기 위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지금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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