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쪽 좌파가 북한정권에 희망하는 것들
        2008년 09월 29일 09:05 오전

    Print Friendly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설과 북한의 핵불능화 중단 사태로 한반도 정세가 급속하게 혼미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그 동안 과대 포장되었던 6자회담의 성과는 사실 매우 불안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또 협상과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남한 정부가 수행해왔던 적극적 역할도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사실상 사라져버렸다. 한반도의 미래, 아니 우리 모두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 논란을 중심으로 짚어보자.

    천박한 정치상업주의와 보수의 욕망

    무엇보다도 사실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남한 정부가 국회와 언론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발언했던 것이 소위 ‘와병설’ 논란을 증폭시켰다는 점이 지적될 필요가 있다.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이명박 정부의 보고와 국회의원들의 자기자랑식 언론 전달 과정에서 우리는 적어도 ‘국가이익’이나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적극적 고려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 속에는 천박한 정치적 상업주의나 아니면 개념 없이 북한을 때리고 싶어하는 보수진영의 욕망의 흔적만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와 보수언론들은 남북관계를 평화적이고 이성적으로 풀어나갈 능력이 없는 집단임을 드러내 주었다. 문제는 그런 집단이 한국의 정부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절망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지점이다.

    바로 그런 불안감을 드러내주는 문제가 바로 5029문제다.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설이 터져나오자마자 정부에서는 ‘개념계획 5029’를 군병력의 전개와 훈련을 포함하는 ‘작전계획 5029’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고,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일제히 ‘작계 5029’의 정당성을 말하기 시작했다.

    익히 알고있다시피 5029는 북한 급변사태시 북한에 군사적 개입을 가능케 하는 내용, 즉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중심으로 구상된 것이다.

    침략 전쟁하자는 이놈의 나라

    지금 5029를 작전계획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가? 한마디로 전쟁계획, 북한침공계획을 만들자는 것이다. 전쟁을, 그것을 침공을 하자는 얘기를 언론을 통해서 공공연히 주장하는 이놈의 나라는 정상적인 나라인가?

    북한을 침공하면 “예, 알았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져가시죠”라는 상황이 조성될 리는 없다. 정확하게 그것은 곧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되는 전면전을 의미할 수 밖에 없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나라에서 그것도 엄청난 인명피해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나라에서, 너무도 태연하게 5029를 자랑스럽게 떠들어 대는 정부나 그것을 부추기는 언론이 도대체 어떠한 희망과 비전을 가져다 주겠는가?

    지금 절망적인 것은 그런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의미있는 수단과 힘이 없다는데 있다. 그것이 문제다. 떠들기라도 할 수밖에!

    그렇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가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설은 그것이 설(說)에 불과하든, 아니면 사실이든간에 현재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 위기의 핵심을 드러내 주고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북한 사회는 김정일 위원장 이후의 미래를 약속해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 와병설과 현실적 위기의 핵심

    보수언론의 뻥튀기가 아니더라도 김정일 위원장 이후의 북한이 어떻게 움직여갈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단지 사회학이라는 학문에서 거론되는 ‘시나리오 작성법’에 따라 수많은 소설들만이 난무할 뿐이다. 북한정부의 현실은 이 문제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을 모략이라고 몰아칠 수 없는 내적인 근거를 북한체제는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북한체제의 안정성과 정당성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막무가내식 보수언론의 시나리오들이 갖고 있는 선정성, 혹은 관심조차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선군정치 이념으로 무장되어 있는 군부, 북한 인민들의 체제에 대한 충성심, 흔들리지 않는 당의 영도력 등등. 어쩌면 불안감은 여기서도 나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실은 눈을 감고 외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또 아무 생각없이 시간이 가기를 기다린다고 해서 깔끔하게 정리도 문제도 아니다. 바로 우리 모두의 운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의 딜레마가 있다.

    보수언론들의 뻥튀기나 말도 안되는 행위에 대해 분노하고, 절망하면서도 북한사회의 안정성과 정당성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북한정권이 내려줘야 되겠지만, 적어도 우리의 희망 정도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후계구도를 명확히 해서 안정감을 주라는 수준의 말로는 부족할 것이다. 적어도 북한사회가 북한인민들의 민주적 열망을 소화해내는 그런 제도와 체계를 만들어 과시해달라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희망

    3대 세습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안정감을 만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당당하고, 개혁적인 모습으로 되어달라는 것이다. 제도화되고, 예측가능하고, 또 설득력을 갖는 그런 모습을 과시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어쩌면 북한은 그러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예측불가능성을 현시기 생존의 방법으로 활용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전쟁의 그림자를 지워내고, 혼란이 아니라 희망을 갖고 서로가 미래를 준비해 나가길 바란다.

    적어도 우리는 북한이 해체, 또는 붕괴되거나, 미국과 남한에 의해 폭력적으로 흡수되는 그런 모습이나 과정이 엄청난 재앙과 불행, 비극을 동반할 것이라고 보고 있고, 또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주간 진보신당> 12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