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중동 1면서 사라진 ‘멜라민 공포’
        2008년 09월 29일 09: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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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산 과자류에 위험물질인 ‘멜라민’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식품 안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문제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다시 한번 식품 안전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정부 여당은 긴급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땜질처방’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호들갑을 떨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나 몰라라 하는 탁상행정 행태에 대한 우려이다.

    ‘멜라민 공포’에 대한 언론의 올바른 접근법은 무엇일까. 공포의 원인과 대책을 면밀히 분석하고 따지는 모습일까. 아니면 정부 대책을 홍보해주면서 여론의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노력하는 모습일까. 29일자 아침 신문을 읽는 관전 포인트이다.

    다음은 29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글로벌 시대, 위험도 세계화>
    -국민일보 <포장 앞면에 원산지 표시 위해식품 집단소송 도입>
    -동아일보 <장기대기자 2만8653명 병역면제 >
    -서울신문 <모든 식품 유가공품 멜라민 검사>
    -세계일보 <모든 수입 유가공품 멜라민 검사>
    -조선일보 <미 구제금융안 잠정 합의>
    -중앙일보 <‘서남표의 힘’ KAIST 다시 1위>
    -한겨레 <동네가게 "어떤 게 금지제품이죠?">
    -한국일보 <장삿길로 떠밀리는 젊은이>

    경향신문 "쌀밥·술 빼곤 거의 중국산"

    ‘멜라민 공포’는 29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을 차지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등이 관련 기사를 1면에 내보냈다. 광우병 파문에서 확인된 것처럼 식품 안전에 대한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이다.

    아이들이 먹는 분유와 과자, 어른들이 주로 먹는 자판기 커피 등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멜라민 공포’는 확산되고 있다. 과도한 공포심리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위험성을 애써 외면하는 것도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

       
      ▲ 경향신문 9월 29일자 1면.
     

    중국산 식품은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3면 <쌀밥·술 빼곤 거의 중국산…"식당 밥 먹을 땐 찜찜">이라는 기사에서 “멜라민 파문 이후 수입식품에 대한 우려는 단순한 ‘불안’을 넘어 ‘먹거리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먹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긴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식품안전대책 ‘재탕’"

    정부도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신문 1면 <모든 식품 유가공품 멜라민 검사>라는 기사에서 “정부가 멜라민 검사 대상 품목을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수입하는 유제품 함유 가공식품으로 전면 확대했다. 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및 반가공 수입식품의 원산지와 OEM여부를 의무적으로 표시토록 하는 수입식품 전면 표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책를 면밀히 분석하고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는 것은 언론의 몫이다. 상당수 언론은 이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일보는 4면 <식품안전대책 ‘재탕’…불신만 키워>라는 기사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이 28일 위해 식품 근절을 목적으로 발표한 ‘당정합동 식품안전+7’ 대책은 이전의 정부대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재탕’에 그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비판했다.

       
      ▲ 세계일보 9월29일자 4면.
     

    세계일보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대책을 마련하고, 이후 손놓고 있다가 또다시 식품안전 사고가 터지면 앞서 발표했던 정책을 긁어모아 짜깁기하는 고질적인 ‘냄비행정’이 되풀이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동네가게 ‘어떤 게 금지제품이죠?’"

    경향신문도 4면 <집단소송제·수입품 전면표시제 도입>이라는 기사에서 “정치권의 멜라민 대책을 두고 ‘졸속 대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그동안 납 꽃게, 생쥐 깡 등 파문 때마다 각종 대책을 내놓고도, 여론이 잠잠해지면 흐지부지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온 점에서다. 실제 ‘식품 집단소송제’의 경우 이미 2004년부터 정치권이 이를 포함한 식품안전기본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관련 업계의 로비로 4년을 질질 끓다가 지난 5월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 한겨레 9월29일자 1면.
     

    서울신문은 3면 <"문제 있는 품목 전수검사를">이라는 기사에서 “전 세계가 지난해 멜라민 주의보를 발령했는데도 식약청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다. 식약청 관계자는 ‘중국에서 황당하게 과자류에 멜라민을 넣을지 예상도 못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1면 <동네가게 "어떤 게 금지제품이죠?">라는 기사에서 “동네 슈퍼에서는 멜라민이 들었을 것으로 의심돼 ‘판매 금지’된 중국산 식품들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대책 따로, 유통 따로’ 현상이 벌어지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국민 불안 해소엔 힘 부칠 듯"

    한겨레는 3면 <‘땜질대책’ 뒤 흐지부지…국민건강 ‘허’ 찔려>라는 기사에서 “식품 제조자에 대한 무한책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봄 ‘쥐머리 새우깡’ 사고 때도 나왔던 대책의 하나”라며 “수입식품 전면표시제 등이 발표됐지만 ‘여론 무마용 대책으로 흘러나왔다가 다시 흐지부지 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3면 <국민 불안 해소엔 힘 부칠 듯>이라는 기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멜라민 검사를 마치지 않은 중국산 유가공 제품이 아직 200여 건이나 남아 있는 데다 멜라민 식품의 회수가 완료되지 않아 멜라민 공포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흥미로운 점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보도 태도이다. 이들 언론은 지난주 토요일 지면까지만 해도 ‘멜라민 공포’에 주목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중국산 식품의 안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정부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멜라민 공포 사라진 조중동 지면

    그러나 월요일자(29일자) 지면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멜라민 공포’가 관심의 주된 대상에서 밀려났다. 다른 신문들이 1면과 종합면 사설 등을 통해 ‘멜라민’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 중 29일자 지면에 ‘멜라민’ 관련 사설을 내보낸 신문은 없었다. 동아일보는 <KBS, 미디어포커스 ‘편향과 악의’ 놔둘 건가>라는 사설이 실렸고 중아일보에는 <PD는 국가의 상처를 치유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논설위원 칼럼이 오피니언면에 실렸다. 광우병 문제를 다뤘던 MBC PD 수첩에 대한 내용이었다.

       
      ▲ 중앙일보 9월29일자 30면.
     

    김진 논설위원은 “PD수첩의 광우병 프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여기서 다시 말할 필요는 없다. 채 반년도 되지 않아 그 포르에 등장했던 광우병 유령은 사라지고 대신 중국산 먹거리 불안이 눈앞에 닥쳤다”면서 “PD도 인간이며 때론 실수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비는 일이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위험) 멜라민 섭취하려면 하루에 (커피) 5000잔 마셔야"

    멜라민 공포에 대한 이들 언론의 시각은 무엇일까. 중앙일보는 6면 <20Kg 어린이 매일 한 통씩 ‘멜라민 과자’ 먹으면 위험>이라는 기사에서 “커피 크림의 경우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더 적다”면서 “커피 크림만으로 이에 해당하는 멜라민을 섭취하려면 하루에 5000잔(EU 기준 4000잔)을 마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루에 자판기 커피 5000잔을 마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멜라민 위험은 대수롭지 않은 일일까. 광우병 문제가 불거졌을 때 사람이 광우병으로 사망할 확률을 제시하며 공포를 가라앉히려고 했던 일부 언론의 모습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바뀐 것은 정부 여당이 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대책은 다른 언론에 의해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렇다면 조중동의 논조를 변화시킨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동아일보 "정부 여당 민심이 악화될 개연성 촉각"

    동아일보가 힌트를 주고 있다. 동아일보는 6면 <한나라 "먹을거리 제2 악재될라" 대책마련 부심>이라는 기사에서 “당내에선 갑작스러운 멜라민 사태가 이제 간신히 수습된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이어 또 다른 ‘먹을거리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문과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논란 등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멜라민 사태까지 터져 정부 여당에 대한 민심이 악화될 개연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여당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멜라민 문제에 대해 무덤덤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멜라민을 둘러싼 국민적 의구심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대책을 홍보하는데 앞장서고 “멜라민 위험은 역시 별 것이 아니다”라는 보도태도를 보인다면 의혹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정부 식약청 멜라민 파문 ‘내 탓’ 통감해야"

    언론의 역할은 정부 대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표백제가 검출된 중국산 찐쌀, 중금속과 잔류 농약이 검출된 중국산 한약재 등 식품 안전을 위협하는 일들이 그동안 숱하게 벌어졌지만 잠시 ‘호들갑’만 떨다 말곤 했다”면서 “먹을거리 안전문제는 개인의 건강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의 문제로 여기고 식품행정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향신문은 <중국발 멜라민 파문 ‘네 탓 타령’ 말아야>라는 사설에서 “중국산이니까 못 믿겠다고 흥분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미국산 쇠고기 파문 때 식품검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산이니까 믿고 먹어야 한다고 우격다짐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정부와 식약청은 멜라민 파문에 대해 ‘내 탓’을 통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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