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펀드? 부자들아 국립대 투자해봐
        2008년 09월 27일 09: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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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3일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립대 재정회계법안’을 확정 발표하였다. 5월의 시안에 대한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공청회 및 간담회 등의 방식으로 수렴한 후, 이번에 확정한 것이다.

    물론 교과부의 의견수렴에 대해 교수, 학생, 직원들의 시선은 차갑다. 자신들이 낸 의견 중에서 반영된 부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뒷걸음친 부분도 눈에 띈다. 아니, 정확하게는 시안에도 없던 내용이 국립대 운영자들의 의견에 따라 갑자기 등장하였다.

    이제 국립대도 적립할 수 있다

    두 군데가 대표적이다. 하나는 적립금으로, 법안 제23조 제1항에서 “국립대학의 장은 결산상 잉여금 중 세출이월금을 공제한 금액을 다음 각 호의 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국립대도 사립대처럼 적립금을 쌓아둘 수 있다. 2007년 현재 4년제 사립대들이 5조5천억원에 이르는 돈을 ‘짱박아두고’ 있는데, 이제는 국립대도 사립대처럼 학생이 낸 등록금을 조금만 쓰고 남은 돈을 적립할 수 있다. 당연히 국립대 학생은 사립대 학생들처럼 ‘등록금은 계속 오르는데, 웬지 혜택은 별로다’는 감정과 의구심을 갖게 된다.

    교과부의 공로가 아닐 수 없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차이를 해소하고자, 국립대를 사립대처럼 만들었으니 말이다. 물론 나쁜 걸 좋은 것으로 고친 게 아니라 좋은 걸 끌어내린 결과이긴 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긍정적이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복창이 터지나, 대학 운영자 입장에서는 든든하다. 저축을 많이 하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다고 하지 않는가. 더구나 적립금은 대학운영자의 ‘내 돈’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라는 ‘남의 돈’이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아직도 펀드하냐? 금도 좋지만, 이젠 국립대야!

    더 재밌는 부분은 법안 제34조다. 글쓰면서 뜬금없이 문제를 내어 미안하지만, 한 번 해석해보자. 3분의 시간을 준다.

    제34조(외부자본유치)
    ①국립대학의 장은 현금 등의 외부자본을 유치하여 대학의 교지 내에 대학발전에 필요한 건물 및 그 밖의 영구 시설물을 축조할 수 있다.
    ②국립대학의 장은 제1항 규정에 의한 건물 및 그 밖의 영구 시설물 축조에 자본을 투자한 자에 대하여 무상으로 건물 및 그 밖의 영구 시설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수 있다.

    주어진 3분은 커녕, 조항을 읽어가면서 바로 느낌이 오는 분은 자격이 주어진다. 금융시장이 들썩들썩 거리고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어, 금 이외에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다면, 이젠 국립대다.

    물론 지금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라 국립대를 이윤 획득의 장으로 삼을 수 있었다. 부산대에 BTO 방식(민자로 투자건설하고 운영도 민간이 직접 하는 방식)으로 세워지고 있는 학내 상업시설인 ‘효원 굿플러스(Good Plus)’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국립대 재정회계법안은 이를 능가한다. 위의 제2항에 ‘일정 기간’이란 표현이 아예 없다. 즉 국립대 안에 지은 건물 등에서 각종 수익 사업을 ‘영구히’ 할 수 있다. 부산대 효원 굿플러스가 고작 30년인데, 이건 껌값이다.

       
      ▲부산대 ‘효원 굿플러스’ 분양 광고.
     

    국립대로 장사하기 비법

    그러니 부자들이여, 국립대에 투자하라. 국립대 부지 안에 건물 지은 다음에 장사를 하라. ‘자본의 대학 침투’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나, 이거야 10억원 정도의 발전기금으로 무마할 수 있다. 아니면 서울대 투썸플레이스, 고려대 스타벅스, 연세대 그라지 커피숍 등의 전례를 들어도 좋다.

    또는 한 8층짜리 건물을 지어놓고, 그 중 한두 층을 대학에 주어서 평생교육원으로 이용하게 해도 된다. 그럼, 투자자도 각종 영리행위나 임대수익으로 돈을 벌고, 대학도 ‘부동산 경매’, ‘재테크의 실제’, ‘대입논술’ 강좌 등으로 돈을 버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겠는가.

    교수나 학생의 반발이 있겠지만, 그거야 소비자본주의의 단맛에 빠지게 하면 그만이다. 참, 학생은 확실한 고객일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미만으로도 부려먹을 수 있는 저임금 노동력(알바)이란 사실도 잊지 말자.

    돈이 많으면 아예 국립대투자회사를 설립해서 건설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도 좋겠다. 돈이 약간 부족해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자금을 끌여다 쓰면 된다. 물론 PF 부실 논란이 일부 나오긴 하나, 지역상권의 중심인 국립대의 ‘확실한 수익’을 약간 뻥튀기해서 강조하면 얼마든지 비켜갈 수 있다.

    돈이 많이 없어도 문제될 게 없다. 건물을 지어 분양수익을 거둬들이지는 못하겠지만, 상가를 분양받아 영업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분양받는데 그래도 돈이 조금이나마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구닥다리처럼 굴지 말자. 부산대 효원 굿플러스가 적은 돈으로도 확실한 수익을 보장한다고 이미 말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투자의 안정성과 수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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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다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다

    모든 게 교과부의 노고다. 실용주의와 ‘경제살리기’에 전념한 이명박 정부의 은공이다. 그러니 부자들이여, 이명박 대통령과 교과부에 감사의 기도를 올린 다음, 블루오션 국립대로 시선을 돌리자.

    국립대 재정 운영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신장시키기 위한 ‘국립대 재정회계법안’이 국립대 운영자와 투자자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임을 되새기고, 국립대에 투자하자.

    단 하나, 개그맨 신봉선의 유행어만 주의하면 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나 촛불을 만나면 그 즉시 교과부와 함께 모습을 감추는 게 상책이다.

    “머라 쳐 씨부릿쌋노”
    “확 함 쥐어 터질라꼬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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