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노변담화' 계획 "전파낭비 말라"
        2008년 09월 26일 05: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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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변담화(爐邊談話·Fireside chat). 지난 1993년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시작한 라디오 담화로 ‘난롯가에서 친지들과 정담을 나누는 듯한 친밀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걸 하겠다고 나섰다. 청와대는 26일 “이 대통령이 노변담화를 통해 대국민 정책 홍보를 직접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 달에 1~2차례 라디오를 통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안이 계속 거론되어 왔으며 확정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회 15분 정도씩

    촛불정국 동안 ‘소통 부족’을 입에 달고 살았던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소통방식인 셈이다. 그런데 소통방식이 이상하다. 이성복 청와대 홍보기획관 홍보2비서관은 한 인터넷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노변담화를 하는 이유에 대해 “중요한 정부정책이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못한 데 대통령이 답답해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비서관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프로그램은 ‘소통’이 아닌 ‘홍보’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들은 노변담화에 대해 "매회 15분 정도 짧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담화 주제는 그 때 그 때 현안을 중심으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정도 짧은 시간 내에 정부의 정책에 대해 청와대의 표현대로 "동의와 이해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직접 국정운용 기조와 정책을 설명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절대다수로 군림하고 있고 그나마 여당도 "정부 정책 거수기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비판 언론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까지 계속되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통로는 막혀가는 반면 일방적 홍보 통로만 열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9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도 이런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이날 이 대통령은 정책보다 국정 방향만을 놓고 방송시간의 상당부분을 소요함으로서 "새로운 내용이 없고 대화가 아닌 전달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날 방송에 대해 만족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전파낭비 하지 말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박 대변인은 “종부세 완화와 방송장악, 반촛불 악법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로 대다수 국민의 고통을 감싸 안겠다는 발상 자체가 넌센스”라며 “국민들은 매달 2회 정도 실시되는 정권 홍보 쇼에 질려 할 것이며, 솟구치는 짜증으로 괴로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파 낭비 하지 말라"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때늦게 발동 걸린 대국민 직접 소통 의지가 그나마 다행이지만 ‘노변담화’에 일방적인 대통령 뜻만을 쏟아내고, 마치 국민과의 소통 노력을 다 한 것처럼 오히려 민심에 귀 기울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도 이 대통령의 ‘소통방식’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한 네티즌은 “마을 이장이 마을회관에 모여서 이야기라도 해야 소통이지 스피커 방송이 소통인가?”라며 “일방 전달을 소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통령과의 대화’ TV로 4개 채널에서 중계한 시청률 다 합해도 ‘식객’ 시청률 반도 안되더라”라며 “대화를 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우선이 되야하는데 그럴 능력이나 생각은 아예 없지 않은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신뢰는 이미 물 건너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루즈벨트 때야 TV가 보급이 안되서 그런거지, 어째 시대를 거꾸로 사나”며 혀를 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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